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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읽기’3 – 저 노동자는 저곳에서 일해도 될까? | 정책

  • 이정호
  • 2020-07-21 14:12
  • 1,814회

김용균재단이 지난 5월28일부터 2주 간격으로 ‘김용균 보고서 읽기 모임’을 연다. 김용균재단은 보고서에 담긴 진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위험한 노동이 계속되는 한국 노동시장을 바로 잡으려고 지난 5월28일 1강에 이어 6월11일 2강, 6월25일 3강, 7월9일 4강, 7월16일 5강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보고서 읽기 모임으로 이어간다. 읽기 모임은 대부분 김용균 특조위에 조사위원으로 참여해 발전소 안팎에서 진상조사했던 전문가들이 각자 맡은 주제에 따라 진행한다. 권유찾기유니온 권유하다는 보고서 읽기 모임을 차례대로 싣는다 ... <편집자>

 

 

정비작업땐 환경 측정 않아

 

김용균재단이 마련한 김용균 특조위 보고서 읽기모임 3강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 소장이 진행했다. 이윤근 소장은 ‘건강한 노동을 위한 안전보건시스템’이란 주제로 세 가지 질문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발전소 노동안전을 설명했다. 첫째 ‘저 노동자는 저 곳에서 일해도 될까’라는 질문으로 석탄 화력발전소의 노동환경을 설명했다. 둘째 열악한 노동환경의 근본원인을 소유와 운영, 원청과 하청이 분리된 인력 구조에서 찾았다. 셋째 무엇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개선 과제를 소개했다. 


이윤근 소장은 발전소 저탄장에 산처럼 쌓인 석탄부터 소개했다. 발전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은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쓰는 무연탄과 달리 유연탄이다. 유연탄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30%가량 들어있어 열량이 높다. 태우기 전의 유연탄엔 실리카 같은 발암성 물질이 1~3% 정도만 들어 있지만 이걸 태운 뒤 남은 석탄재가 문제다. 태우고 남은 석탄재엔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응축돼 그 함량이 높아져 실리카 같은 경우는 58.5%까지 치솟는다.


저탄장에 쌓인 채 유연탄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때문에 자연발화하는 경우도 있다. 김용균씨가 일한 태안화력발전엔 실내저탄장이 있는데, 자연발화 안 된 정상 상황에서 독성물질을 측정한 결과 발암물질인 결정형유리규산이 노출기준 0.05mg/㎥ 보다 훨씬 많은 0.347mg/㎥나 검출됐다. 문제는 자연발화하면 하청노동자를 투입해 진화하는데 이때 나오는 연기 속 독성물질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하청노동자들은 저탄장 위를 지나다니며 일하고 있었다. 


특조위가 입수한 삼척발전본부 실내 저탄장 일산화탄소 측정일지에 따르면 하루에도 세 번이나 200ppm을 넘기도 했다. 최대 500ppm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윤근 소장은 “200ppm을 초과하면 15분만 노출돼도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위험한 긴급상황”이라고 했다. 삼척발전 저탄장의 일산화탄소 측정결과 2018년 1월 한 달 동안 28번이나 200ppm을 넘었다.

 

 

[사진1] 경상정비 기간 중 발전소 보일러 청소 중인 하청노동자들. 이윤근

 

 

“우리 직원 아닌데…”

 

이윤근 소장은 경상정비 때 밀폐된 발전소 보일러 안에 들어간 일화를 소개하며 “마치 중세 때와 같은 노동환경이었다. 제대로 측정도 못 하고 30분 만에 나와야 했다. 그런데 하청노동자들은 그런 환경에서 몇 시간씩 일했다”고 했다. 발암물질이 자욱한 상태에서 보일러 내부 정비가 이뤄졌지만 작업환경측정 같은 건 없었다. 왜 보일러 정비는 원청이 하지 않고 하청과 재하청받은 플랜트노동자들이 하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보령화력 보일러를 청소하고 나온 찌꺼기의 독성물질을 측정한 결과를 받아보니 발암물질인 결정형실리카가 기준치인 0.05mg/㎥보다 80배 가량 높은 0.408mg/㎥이었다고 했다. 국민 누구나 위험성을 알고 잇는 ‘석면’도 있었는데, 정비작업을 하는 하청노동자들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용균씨가 일했던 태안화력의 유해요인 노출 측정치는 모두 불검출이거나 기준치 이하였다. 이 소장은 “이 수치는 안전점검 때 측정한 것인데, 하청노동자들이 정비 작업할 때 발암물질이 대거 나오지만 이 때는 측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원청이 그 작업을 하지 않고 하청이 하니까”라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해온 하청노동자들의 폐기능은 2013년과 2018년 5년 사이 약 10% 정도로 대폭 줄었다. 이런 환경인데도 발전소는 하청노동자들에게 유해물질을 알려주지도 않았고 관리도 제대로 안 했다. 

 

 

숨 쉬는 공기도 차별

 

법에 따라 발전소마다 지정된 보건관리자(간호사)는 전체 5개 발전사 가운데 남동화력만 그나마 ‘별정직 6급’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촉탁직’인 비정규직이라 권한을 행사할 힘이 없었다. 


이윤근 소장은 발전소에 이렇게 열악한 노동환경을 만든 근본 원인을 소유와 군영, 원청과 하청을 분리해놓은 인력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소유와 운전은 원청이 하지만 발전소 운영과 정비는 하청이나 재하청이 담당하는 이중구조 때문에 실제 위험한 공간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이 설비개선을 요청해도 원청은 자기가 고용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홀히 한다. 이런 구조에서 사고는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 소장은 발전소 제어실과 낙탄 처리작업, 보일러 경상정비하는 세 장의 사진을 통해 “하청, 재하청 노동자들은 숨쉬는 공기도 차별받고 있다”고 했다. 


서부발전은 내부 경영실적 평가지표에서 작업 중 사망사고 때 원청 사망은 12점을 감점하지만, 하청 사망은 4점만 감점하기에 죽음마저도 원하청을 차별했다. 이 소장은 “좋은 경영평가를 받으려면 하청 사망에 신경 쓸 필요없이 원청만 챙기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발전소 비정규직들 처우개선을 위해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화 하는 방안도 나온다. 그러나 이 소장은 “발전소 산업재해 위험도는 원청 대비 협력사가 5~6배 높은데, 자회사 역시 여느 하청업체와 비슷한 산재 위험도를 보인다”며 “자회사 정규직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2] 저탄장에 쌓인 석탄에서 자연발화가 일어나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윤근

 

이 소장은 발전소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선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현장 작업자가 위험 관련 정보에 알권리를 가져야 하고, 위험이 감지되면 회피할 권리도 있어야 한다. 노동자가 참관 수준을 넘어 노동안전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이 소장은 여성노동자 건강권에 천착해온 캐나다 퀘벡대 캐런 메싱(Karen Messing) 명예교수가 한 “백화점 노동자는 서서 손님을 맞고, 의사와 변호사는 앉아서 고객을 맞이하는 게 당연한가”라는 질문으로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정호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