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짜 3.3'은 '노동자'다
'가짜 3.3'은 '노동자'다 3월 3일은 가짜 3.3 노동자의 날 하필이면 지난 3월 3일,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과 “권리찾기유니온”이 이날에 맞춰 기념식을 개최한 이유는 ‘3.3’이라는 숫자를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마침 올해 3월 3일은 “제56회 납세자의 날”이었고, 매년 이 날 열리는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는 “각종 세금을 많이, 모범적으로 납부한 이들”에게 훈장과 표창장을 수여한다. 명동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납세자의 날 기념식과 같은 시간, 전태일 기념관에서 시작된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은 개최 장소의 차이만큼이나 서로 다른 것에 주목한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과 어떻게 내는 것. 세금의 종류에 숨겨진 노동자의 권리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사업의 대가로 소득이 발생한 사업주는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근로의 대가로 소득을 얻은 노동자는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 생활하지만,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이들이 있다.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노무관리에 의해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들이다. 플랫폼노동, 특수고용, 프리랜서와 같이 특수한 이름부터 떠올리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러한 위장술은 음식점, 사무직, 서비스업, 제조업 등 산업분류와 직업의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곳에 퍼져있다. ‘가짜 3.3’은 이들이 납부하는 세금의 종류와 대표적인 세율(3.3%)에 따라 붙인 이름이다. 가짜 3.3을 활용하는 이유 즉, ‘가짜 3.3’이란 특정 사업주가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에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게 하여 해당 사업장에 소속된 직원이 아닌 사업상 계약을 체결한 사업소득자로 위장하는 노무관리 수법을 말한다. 그렇다면, 사업주들이 이렇게 ‘가짜 3.3’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법적의무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의 직원을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게 하는 것이다. ‘가짜 5인미만’이 사업장 규모를 속여 근로기준법의 핵심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라면, ‘가짜 3.3’은 아예 노동자 아닌 것으로 위장하여 노동자의 모든 권리와 노동관계법을 빼앗을 수 있다. 사업주의 우월한 지위 세금의 종류 정도를 위장한다하여 노동자를 노동자 아니게 만드는 것이 정말로 가능한 것일까?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경제·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적시하며 근로자성 인정의 법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손쉬운 위장, 어려운 뒤집기 즉, 계약의 형식이나 세금의 종류로 노동자성을 함부로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적 기준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노동자 아닌 것으로 위장된 피해당사자들이 스스로 노동자성을 회복하는 과정은 너무도 험난하다. 사업장 내에서 단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사업주에게 개별적으로 항의하여 계약의 형식과 세금의 종류를 변경시킨다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용기를 내 장기간 고비용의 소송 과정에 나설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법적 기준이 무시되고, 위법적인 위장 수단이 통용되는 요인을 다양하게 짚을 수 있으나,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법’ 자체에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제2조에서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월한 지위의 사업주에 의해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취급되는 당사자가 근로기준법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일단 자신이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 해당됨을 입증해야 한다. 위장된 피해당사자가 자신의 소송 제기와 비용부담을 통해 스스로 입증자료를 준비하여 노동자성 판정을 이끌어 내야한다. 노동자성 빼앗기 마법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세금신고 수준의 손쉬운 위장조차 뒤집기 어려운 법적 현실이 있다. 노동자성 입증책임의 전환 일하는 사람 모두가 근로기준법의 실제 주인이 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고, 노동자 아님은 사업주가 입증책임을 지게 하는 것. 또한,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과 영향력이 있는 자를 사용자에 포함하는 것. 가짜 3.3 당사자 조직, 법률·정당·사회단체가 함께 구성한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이 작년 9월, 국회에 입법발의한 근로기준법 2조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노동자성 입증책임의 전환”이다. 낡은 근로기준법이 문제일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결국 낡은 근로기준법 때문일까? 산업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고용형태가 등장하는데, 법제도가 이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서 문제인가? 사업장 규모, 계약의 형식 차별 없이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근로기준법 차별폐지와 전면적용 슬로건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정확하게 오답이다. 애초부터 근로기준법은 이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차별지대를 설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미적용자가 확대되는 이유는 법이 노동현실을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낡아서가 아니라, 법제도의 차별조항을 악용하여 노동의 권리를 빼앗는 노무관리가 진화하며 성행하기 때문이다. 음식점, 서비스업, 사무직 등에 퍼지고 있는 ‘가짜 3.3 A형’은 계약서를 위장하거나, 복잡한 고용형태를 도입하지 않고도 무작정 노동자성을 삭제시키는 수법이다. 급여 일부는 근로소득으로, 나머지는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는 반반형.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4대보험 미가입을 서약해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유형. 수많은 위장 유형이 신고 접수되는 상황에서 다시 질문을 정돈해본다. 어떻게 차별지대를 폐지할 것인가?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은 근로기준법을 빼앗긴 당사자들이 스스로 만들고 있는 답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 권리찾기부문, 법률지원부문, 노동조합부문, 사회연대부문으로 나누어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상”을 시상하고, 가짜 3.3 노동자성 회복 투쟁의 사회적 성과와 과제를 공유하였다. 전국적으로 구축하는 권리찾기 네트워크를 통해 전면적인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를 실시하고, 전국의 가짜 3.3 노동자들과 연결하며 본격적인 당사자 권리찾기운동으로 나아갈 <2022년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운동 실행계획>을 발표하였다. 부산의 프로축구단 유소년 감독, 영어유치원 강사, 인력공급업 사무직 노동자 등 “가짜 3.3 근로자지위확인 공동진정”을 접수한 당사자들이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찾는 반격의 서막을 힘차게 연 것이다. 어떻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하는 지 묻기 전에 왜 근로계약 하지 않고 취업하게 되는 지를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 절반이 첫 직장에서 사업소득자로 취업하는 가짜 3.3 시대다. 급여관리프로그램에서 근로소득자를 사업소득자로 바꾸는 데 5초면 되는 시대. 배우 유아인 씨가 광고하는 어느 벤처기업의 삼쩜삼 사이트에 천만 명이 가입하여 2,385억원을 환급받는 시대. 떼인 세금이 수십만원이면 떼인 임금은 대체 얼마인가? 이 황당한 시대를 끝내는 서막은 이름부터 뒤집기다. 프리한 랜서, 특수한 고용은 차별지대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작명이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인 우리는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다. 가짜 3.3 노동자, 우리가 되찾을 이름은 ‘노동자’다. 글정진우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 ■■■ ■■■<<동시 게재된 매체에서 보기>>[격월간 비정규노동] ‘가짜 3.3’ 노동자도 ‘노동자’다[오마이뉴스] '가짜 3.3' 노동자를 아시나요? ■■■ ■■■<<관련자료 자세히 보기>>[수상소감] 제1회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상[보도자료]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기념식 개요 + 발표문)[뉴스브리핑]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언론보도 요약)
[칼럼]
정진우
22-04-28
6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