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결말展
다시 감각하고 연결하는 우리
징검다리 미술가게 세 번째 전시회의 이름은 ‘열린 결말’이에요. 이번 전시는 지구의 모든 존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예요. 기후위기에 마음 쓰는 이들을 생각하며 준비했고요.
세상의 고통에 예민한 사람일수록, 기후위기 앞에서 슬픔과 우울을 깊게 느낀다고 해요.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힘든 일', '뭘 할 수 있겠어?', '이런다고 바뀔까?'라는 닫힌 결말에 마음이 닿을 때마다 어깨가 처지지요. 기후위기 시대에 예술의 역할은 우리를 깨어있도록 하고 힘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생각과 마음이 닫히지 않도록 감각을 깨우고, 우리의 연결을 응원하고 그 결말을 열어놓는 것 말이죠.
긴 시간 나와 연결되어 순환했던 자연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던 시간, 하나였던 순간들 말이에요. 끊어진 고리, 달라져 버린 풍경, 사라진 생명들도 응시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후위기가 왜 느린 폭력인지를 함께 생각해보면서 말이죠. 그리고 파국이 아닌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 안에 내기 시작한 길이 모두가 함께 걷는 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면서요.
둥둥 뜬 비닐봉지와 함께 유영하는 일상에서도 아름다운 나무와 신비로운 새를 간절히 떠올리는 것이 희망. 거대 산불에 겸허하게 무릎 꿇는 순간에도 초록의 숲과 푸른 바다를 다시 품는 것이 희망. 잎과 열매를 떨군 채 잘려있는 마른 나뭇가지, 뼈와 깃털로 남은 새를 보면서도 생명의 원시성을 새로이 꿈꾸는 것이 희망. 돌고래 뛰노는 바다와 나비가 춤추는 풀과 꽃의 들판을 마침내 되찾겠다는 의지가 바로 희망이겠죠.
뭇 생명을 아우르는 여성의 마음으로 서로 맞잡는 손이 판도라 상자 안에 남은 희망의 실타래 아닐까요. 우리를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으로 밀어 넣는 미로와 같은 세상이지만. 상생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헤쳐가며 길을 내다 보면 우리 만나 지지 않을까요. 평화와 생태의 길, 숲과 심장이 하나 되는, 가슴 뛰는 그 길에서요.
징검다리미술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