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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노동자 이야기 ③ - 권유하다 두 활동가가 이야기하는 쿠팡 | 사람

  • 김우
  • 2020-10-14 15:09
  • 2,095회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의 상임활동가 두 사람도 쿠팡 ‘출신’이다. 24살 박의현 동지, 28살 이산하 동지에게 쿠팡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박의현 동지는 학교에서 두 정거장 위치에 있는 오산센터에서 일했다. 이산하 동지는 오산은 물론 인천과 덕평센터 등 쿠팡을 더 폭넓게 경험했다.

두 사람이 일하던 때와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 쿠팡의 현장을 같이 돌아본다. 

 

쿠팡인데 내가 뭘 바래

 

주말이나 방학에 쿠팡 일용직으로 일했다. 수업을 듣는 외에도 총학생회 활동 등 해야 할 몫들이 있어 정기적이지 않은 곳을 골라야 했다. 

 

알바몬을 들여다보니 쿠팡의 조건이 좋았다. 힘든 일로 유명하지만. 새벽에 일 끝나는 냉동창고 조는 20분 일하고 10분 쉰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휴게 시간이 전혀 없었다. 밥 먹는 1시간 외 8시간은 물론 거기에 연장 노동 1시간 30분을 더해서 쉼 없이 일해야 했다.

상·하차 조도 마찬가지였다. 1대 꽉꽉 채워 넣은 트럭이 나가면 바로 뒤를 이어 다른 트럭이 들어왔다.

 

박의현 동지 Ⓒ권유하다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항의하진 않았어요?”
“저도 학습도 한 3~4학년 차라 들이박을 줄 알았어요. 근데 어버버버 하고 지나게 되더라고요. 거기만 가면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욕하고 고성 지르면 놀라서 ‘고성 안 지르도록 해야지’ 하는 생각만 들고요. 마치고 버스 타고 나오면서 그때서야 화가 나죠.”

 

알바몬에 쓴 내용과 달라도 뭐라고 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없어도, 신청하지 않은 곳으로 보내져도, 욕을 하고 소리를 질러도 ‘나는 이래도 되는 사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모두의 분위기가 그랬다. 

 

“욕은 어떻게 해요?”
“엄청 큰 혼잣말로 해요. ‘아, 오늘 *나 * 됐네!’ ‘아, 씨* *나 느리네.’ 그러면 ‘큰일 났네.’ 하는 생각이 들고. 오늘 잔업 1시간 넘게 해야 한다고 하면 바로 ‘네’라고 답하게 되죠.”

 

동료는 물론 같이 간 친구와도 이야기 한마디 나눌 수 없었지만, 관리자에게 혼나는 건 수시로 당해야 했다. 


“상자가 흔들려서 떨어지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가르쳐줘서 일을 익히는 게 아니라 고함과 호통에 일머리를 익혀야 했다. 

 

냉동창고 일은 대형 마트처럼 생긴 냉동고에 쌓여있는 물품을 단말기에 뜨는 지시대로 카트에 담아오는 거였다.

처음엔 얼음 지치듯 카트를 씽~씽~ 밀고 다녔다. 하지만 사고가 예견되는 현장에서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담아야 할 물품은 드높은 곳에도 올려 있고, 단말기에 그만 채우라는 지시사항이 뜰 때까지 카트에 산처럼 쌓아 올리는 물품의 무게는 무거운데 미끄러운 바닥이니 그랬다.

 

그 와중에 단말기를 통해 속도 감시가 이루어졌다. 관리자가 와서 채근하거나 방송으로 이름을 부르며 재촉하거나 했다. 속도 하위 순위자를 부르는 것이라 언제나 불리어나갈 사람은 있었다. 

 

이산하 동지 Ⓒ권유하다

 

“냉동창고에선 뭘 입고 일했어요?”
“방한복을 입어요. 탈의실 가서 남이 방금 벗은 옷 그대로 입어요. 옷이 쌓여 있으면 그중에서 대충 사이즈 골라서요.”
“방한화는요?”
“그냥 자기 거 신었어요.”

 

숨을 쉬며 방한복 목깃에서 올라오는 김으로 코가 얼고, 한기를 뚫고 다니며 귀가 시렸다. 나눠주는 장갑은 스키 장갑처럼 방한 장갑이 아니라 면장갑이었다.

 

추위를 고려한 작업자 배려가 없었다. 냉동창고 팬 돌아가는 소리가 크고, 중간중간 고성이 들리는 현장에 가득한 냉기는 비단 냉동 냉기만이었을까. 코가 꽁꽁꽁 귀가 꽁꽁꽁 냉동창고에서 마음마저 시렸다.

 

쿠팡은 옷과 신발을 돌려 입고 신으며 코로나 방역은커녕 기본 위생 상태도 엉망인 것이 노출되자 이제 방한복과 방한화를 나눠준다고 널리 알리고 있다.

계약직에 한한 것이다. 그만두면서 반환을 안 하면 받을 돈에서 제하는 구조다. 그 부피 큰 것을 보따리로 싸서 집에 가져가 세탁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몫으로 돌려졌다. 그러니 아무도. 빨지 않는다.

일용직은 돌려 입고 신는 것에 변함이 없다. 단 반환할 때 부착된 바코드를 찍어야 해서 긴 줄을 서게 된 것만이 달라진 풍경이다.

 

우리 거기서 만나진 말자

 

아플 것을 예상할 수 없는데도 아파도 당일 연락은 무단결근으로 처리되며 ‘블랙(리스트)’에 오르니. 낑낑대고 나가서 헉헉대며 일해야 하는 곳.

집품장은 박스 종이 부스러기 먼지 날림으로, 냉동창고는 젖은 장갑의 한기로 떠올려지는 곳.

 

무엇보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인격모독의 현장으로 가슴 깊게 자리 잡은 곳.

언제나 안전보다 속도 쿠궁 쿠, 사람보다 이윤의 끝판 팡, 쿠팡이다.

 

“택배로 물이랑 쌀 같은 건 안 시켜요.”


생수 상자가 크기는 작지만, 무게는 버겁기만 하다는 걸 알게 된 건 중요한 깨달음이다. 더불어 두 동지는 속도가 늦은 사람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닌 것처럼, 중간 관리자가 소리 지르는 것도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너머의 문제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거리두기 스티커만 붙여놓았을 뿐인 쿠팡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조사단

 

쿠팡을 비롯해 쿠팡과 같은 곳들은 노동자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부품으로 사용하고 버리고 바꾸어버릴 뿐인 자본주의의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노동의 현장을 관심 두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바꿔내지 않으면, 우리 노동의 미래는 쿠팡이라는 생각 또한 떨칠 수 없다.

오늘도 두 활동가는 다짐한다. 다신 가고 싶지 않은 곳, 우리 거기서 만나진 말자고, 노동 현장을 바꿔내자고.

 


김우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