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담론 유행하는 시대에 계속되는 청년 노동자의 죽음
청년들, “위험의 외주화가 만든 사회적 타살” 목소리 높여
‘비정규직·산업재해 없는 세상’ 요구하며 추모 문화제 진행
지난 6월 2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평택항 산재사망 노동자 故이선호님을 추모하는 청년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이하, 청학넷)’가 주최하고, 16개 청년학생단체가 공동주관으로 함께 준비한 추모의 자리입니다. 문화제에 참석한 청년들은 故이선호님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위험의 외주화를 규탄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산업재해에 대한 방지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권리찾기유니온 하은성 정책실장은 “미등록 인력공급업체인 ‘우리인력’은 불법적인 인력공급으로 매년 수억 원의 이득을 취했고, 불법으로 인력을 공급받아 온 ‘동방’은 안전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으며, 해양수산청과 노동부는 이런 악랄한 사람장사를 수십 년간 묵인해왔다”며 “이들의 결탁으로 노동자들은 목숨까지 위협당하고, 그래서 산재사망사고가 개인의 불운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인 이유”라고 비판하며 추모 문화제를 함께 준비한 취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청년들의 요구를 발표한 이주영 님(성공회대 가시)의 발언에 이어 무대에 오른 김영윤 청년노동자(한국GM)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故이선호님의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남일 같지 않았다”고 입을 뗀 그는 “20kg가 넘는 자재상자들이 제 키보다 높게 쌓여 들어오면 상자가 쓰러져 사람이 다칠 위험이 있으니 낮게 들여오라고 요청해도, 하청이라는 이유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바뀌는 것은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억울하게 죽지 않기 위해서 보여주기식 현장점검과 관리감독이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하면서, 현장에 나와 작업자들이 일을 안전하고 쉽게 처리하기 위해 해놓은 것들을 눈에 보기 안 좋다, 걸리적거린다 이런 평가를 내리는데 현장점검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산재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고 더 이상의 산재사고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개선책을 마련해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이재현 학생대표는 “이 사회는 노동자의 죽음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사소한 죽음’이라고 매도한다”며 “‘청년 노동자가 처한 위험은 젊은 시기에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들의 열악한 처지를 악용하고 안전에 무책임할 권력을 자본에 부여한 이 사회가 죽음의 가해자”라고 꼬집었습니다. 문희현 한신대 총학생회장은 이른바 공정담론을 비판하며 비정규직과 산재사망에 관한 청년들의 사회적 실천을 제기하였습니다.
故이선호님의 부친인 이재훈 님은 전화연결을 통해 청년·학생 노동자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당부의 말을 이어갔습니다. “돈 벌러 간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알지만 위험하고 힘든 일 시키면 못한다고 거부해라.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말라. 당당히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달라”는 간절한 요청이 참석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고 다시는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니 지지와 연대로 함께 해 달라”는 마지막 말씀은 모두의 약속으로 남았습니다.
문화제를 주최한 청학넷은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으며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더욱 치열한 활동을 전개해나갈 계획입니다. 청학넷은 왜곡된 청년담론에 맞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아나가려는 청년학생들이 연대하며 실천하는 네트워크입니다. LG트윈타워, 부산신라대 해고노동자,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노동자,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와 같이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실천단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올해 여름에 개최하는 ‘유니온 섬머 앤 액션’과 같이 삶·노동·사회를 고민하는 청년학생들이 직접 교류·소통·실천하는 대안운동으로 확장해나갈 예정입니다.
이렇게 불안정노동시장의 경쟁자, 산업재해 시대의 피해자로 불리는 청년들이 또 다른 자신의 죽음을 추모하는 공간에서 만났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이윤과 착취의 시대를 끝내는 주어가 되어 모두의 삶과 권리를 함께 찾아나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
하 은 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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