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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하는 사람들] ⑤ 임옥상 ‘붓은 칼이다’ | 사람

  • 김우
  • 2020-08-24 14:15
  • 2,019회

‘아름다운 삶을 권유하다’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이하 권유하다)의 후원전시회. 24명의 참여 작가 중 세 명의 미술가를 나누어 만났다. 작가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총3부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젊은이들 가슴 속에 반항과 투쟁이 자리 잡지 않으면 그 뜨거움이 어디로 갈까.”

 

임옥상 선생의 첫마디다. 일흔의 나이지만 아직도 젊고, 여전히 뜨거운 미술가, 임옥상 선생을 고양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평생 투쟁하고 대대손손 싸울 생각을 해야 한다, 본래 예술가는 자유가 생명이다, 예술은 동사다. 개념과 관념이 아닌 행동이고 실천이고 운동이다, 일본은 우리 민족이 박해와 핍박을 받아와서 미술도 슬픔과 한으로 표현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그림의 중요 덕목은 생명력이고 다르게 얘기하면 기운생동이다, 민중 노동자 서민을 이끌고 가는 것은 결국은 생명력이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내 에너지로 나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 불온하고 불편하고 늘 문제를 제기하고 뛰쳐나가고 싸움을 걸고 수작을 거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다, 즉석에서 짜임 있는 예술 강의를 듣는 듯했다.

 

지금의 그림 세계로 오기 전 한 번의 반성을 했다. 그림이란 건 소통이고 소통은 건덕지를 던지는 것인데 상대가 관심이 없는 것을 그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작업까지 했던 추상의 영역에서 구상의 세계로 옮겨왔다. 서로 말이 통하는 미술 언어를 찾겠다는 전환의 노력이었다.

 

 

[사진1] 조목조목 피력하는 임옥상 선생 ⓒ신유아

 

‘아름다운 삶을 권유하다’가 전시회의 제목이니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사람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주눅 들고 눈치 보고 기회주의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건 비참한 일이다. 과도한 경쟁, 인간 이하의 대우는 사라져야 한다.”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라 모든 사람 하나하나가 심심할 때 그림 한 점 그리고, 노래 하나 부르고, 시 한 편 쓰는, 이런 삶이어야 한다.”


전시회에 내어놓은 ‘산 넘어 산’이란 작품은 쉼을 노래하고 있다. 늘 주먹만 쥐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다. 다음 투쟁을 위해 가다듬는 긴 호흡이 평화로이 켜로 쌓이고, 멀리 내다보는 쉼이 자락마다 굽이굽이 펼쳐진다.

 

 

[사진2] 뼈를 빠개는 추위를 겪지 않고서야 코를 치는 매화 향을 어찌 얻을까. ‘심매도’를 설명하다 ⓒ신유아

 

사람과 작품은 닮는다. 작품에 그 사람이 담긴다. 임 선생과 그 작품에는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촛불 광장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제일 큰 붓을 들고 나가서 현장에서 주장하는 얘기들을 쓰는 ‘백만 백성’ 퍼포먼스를 했다. 그 큰 붓을 작업실로 가져와 걸어만 두었다가 ‘저걸 휘둘러볼까?’ 일필휘지하듯 그린 대작 ‘심매도’에서도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뿜어져 나온다.


근원적인 힘이 든든한 바탕이면서 무궁한 창의성으로 다양한 변주를 하는 임 선생의 작품세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날엔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의 기쁨을 엘이디 빛으로 쏟아내며 테크노춤을 추어 월스트리트저널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임옥상 미술연구소’는 그야말로 깜짝 놀랄 창조적 미술하기를 연구하는 곳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현실과 발언 동인전 ‘그림과 말 2020’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내달려라, 그림!’으로 같이 그린 작업이 의미가 깊다고 한다. 작은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사람들에게 도화지와 물감을 주었을 때는 우열이 드러나지만, 재료로 흙이라는 걸 주자 많은 것이 달라졌다. 흙 그림 300여 점을 걸어놓고 대가의 작품을 찾아보라고 해도 사람들이 쉬 찾지 못했다. 모든 사람의 높낮이가 정리되었다. 사람들 개개인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밑에서 받쳐주는 흙이 부상하는 것을 느꼈다. 세상도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 매겨 구분하는 게 아니라 큰 덩어리 안에서 같이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진3] ‘붓은 칼이다’라는 임 선생. 늘 벼리어 녹슬지 않은 그이의 칼이 눈부시다 ⓒ신유아

 

당분간 임 선생 미술 세계의 바탕은 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은 그이에게 붓은 칼이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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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