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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하는 사람들] ④ 신학철 ‘화가 이순신’ | 사람

  • 김우
  • 2020-08-24 14:09
  • 2,485회

‘아름다운 삶을 권유하다’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이하 권유하다)의 후원전시회. 24명의 참여 작가 중 세 명의 미술가를 나누어 만났다. 작가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총3부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천안으로 신학철 선생을 찾아갔다. 일흔여덟의 선생은 정정했다. 튼튼하고 건강하고, 맑고 깨끗했다. 오히려 12살 연하 다른 작가가 전철에서 자리를 양보받았다는 일화가 이해됐다. 


동행한 심광현 선생은 신 선생을 독특한 분이라 말한다. 아방가르드의 유명세를 버리고, 중정이 따라붙는 느낌 센 그림, 경찰이 보고서 쓰기에 딱 좋은 그림을 그렸다고. 한 작가로 할 수 있는 진실 게임의 극한을 벌여왔다고 말한다. 신 선생도 이야기한다.


“여기까지 온 거 여기까지 싸워온 게 진실이지.”


진실. 신 선생의 그림 자체이기도 하고, 그대로 그이의 삶이기도 하다.

 

“진실을 얘기할 뿐이다. 편파적이지 않다. 이 길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서 진실이 뭐냐. 진실대로 가야 한다. 누가 뭐라 하든 간에. 이쪽저쪽이 아니라 옳은 길로 바로 가는 거다.” 


신 선생은 당당한 올곧음을 그림으로 이야기해 왔다. “90년대 김영삼 정권 아래 민중미술의 기조가 가라앉고, 후배들은 시골로 가고, 다 흩어지는” 때에도 작품으로 발언하길 멈추지 않았고, 사회적 파장을 만들어 왔다.

 

 

[사진1] 작업실에서. 자신이 그린 백기완 선생 그림 앞에 선 신학철 선생 ⓒ신유아

 

베트남전에 죄책감을 못 느끼고 뻔뻔하게 멀쩡한 자가 오히려 환자고, 상처와 자책으로 아픈 사람이야말로 사람의 가슴을 가진, 성한 사람이라는 생각. 내 도덕성과 미국의 도덕성 싸움은 양심의 도덕과 힘의 도덕이 대립한다는 관점. 신 선생의 집안처럼 반듯하게 정돈된 생각의 갈피를 엿보았다.  

 

신 선생의 그림은 역사와 일체화시킨 그림,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있는 그림으로 평가받는다. 스스로 이야기 하는 그이의 그림은 “책으로 읽은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실천하고, 몸이 시키는 대로 땡기는 대로 가는” 그림이다.


앞으로도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를 그릴 거고 2~3년은 걸릴 거’라는 선생의 그림이 기대된다. 광주항쟁의 그림도 완성할 계획인데 불의에 대항해서 총을 들고 목숨 걸고 싸운 이야기가 핵심이 될 거라 한다. 서울에서는 못 한 것을 천장 높은 천안의 작업실에서 꽉 채워 그릴 거라 한다.

 

 

[사진2] 풀밭이 보이는 거실에서.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선’ 신 선생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신유아

 

전시회 작품으로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닭이 본성을 찾아 ‘질라라비 훨훨’ 나는 것처럼 인간의 동물적인 본성이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응당 쥐어팰 대상에 겁이 나서 주먹이 못 나가는 비겁함이나 비굴함 대신에 야수 같고 짐승 같은 저항의 정신이 살아나길 희망하는 작가의 마음이었다.

 

심 선생이 신 선생을 일러 ‘화가 이순신’이라 했다. 개인에 머물지 않고 만인의 걱정을 짊어지고 살아가니 그렇다고 했다. ‘저항하다 죽은 민중과 탄압하며 죽인 놈들을 남김없이’ 조사해 찾아내고 불러내어 그려내는 신 선생의 작업이 바로 임진왜란을 치러내는 이순신의 난중일기이자 치열한 백의종군이요 고군분투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3] 손으로 탑을 쌓으며, 반나절 만에 만리장성을 쌓으며 (왼쪽부터 심광현, 신학철, 한상균, 박승호 선생) ⓒ신유아

 

“현장의 싸움꾼 언저리에 있을 수 있도록 불러주고 권유해주는 게 고맙다.”


권유하다와 헤어지며 하는 말이었다. “못 그린 거 마무리하려고 왔지만 ‘시작’을 해야겠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큰 힘은 못 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겠다”며 복숭아나무를 심겠다고 한다. 활짝 핀 복사꽃 아래 도원결의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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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