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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비노동자 보호법’이 허술한 이유 | 정책

  • 김한주
  • 2020-08-07 10:59
  • 1,989회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5일 대표발의한 ‘경비노동자 보호법’은 30만명에 육박하는 경비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경비노동자의 93.5%가 간접고용, 월 평균 임금은 190만원에 미치지도 못한다. 지난 5월10일엔 경비노동자가 입주민 갑질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경비노동자의 권리를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고, 민주당이 이에 따른 개정안을 내놨다. 


천준호 의원의 경비노동자보호법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말한다. 개정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에 ‘경비업법 7조 5항 적용 제외’ 규정을 두는 것이다. 경비업법 7조 5항은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 이외의 다른 업무 병행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비노동자는 경비와 더불어 분리수거, 청소, 택배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하는 실정이다. 현실과 법이 충돌하니 이를 ‘정리’하자는 것이다. 


또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의2(경비원 등 공동주택 근로자의 업무 등)를 신설해 ‘경비원은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경비노동자를 향한 ‘갑질’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다. 


이런 조항 신설로 입주민의 갑질을 막을 수 있을까? 기존 법률에도 ‘경비노동자에게 업무 외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해선 안 된다’, ‘경비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산안법 개정안은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에 ‘공동주택 근로자’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조항에는 ‘고객 응대 근로자’만 보호 조치를 받도록 한다. 사용사업주라고 볼 입주민의 갑질에서 경비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이 조항으로 지금 콜센터 등 수많은 고객 응대 근로자들이 고객의 폭언으로 보호를 받고 있나? 지난해 10월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감정노동자 2765명 중 70%는 감정노동자 보호법(당시 산안법 개정안)에 따라 보호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런 현실에서 ‘고객 응대 근로자’ 주어를 ‘고객 응대 근로자 및 공동주택 근로자’로 확대한다고 해서 갑질이 사라질까? 


어떻게 경비노동자를 보호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경비노동자 사망 이후 을지로위원회 차원에서 줄곧 대응해 왔다. 천 의원은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사업단,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당사자가 모여 협의해 법안 발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천 의원이 밝힌 ‘경비노동자 협의 보고’를 살펴봤다. 고용안정 규정을 둔 공동주택 단지에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고용안정 대책’이다. 사용사업주에게 얼마인지도 모를 ‘떡고물’로 노동자 고용안정을 유도한다는 셈이다. 또 경비노동자의 24시간 격일제 문제를 두고 “경비노동자 근무 형태 개선 모델 연구를 통해 경비노동자 임금상승 최소화로 공동주택 관리비 부담 완화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경비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면서 임금상승을 최소화하겠다니 이 정도면 보호법이 아닌 착취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서울노동권익센터

 

 

간접고용, 격일제 교대가 문제

 

경비노동자 권리찾기. 답은 있다. 지난해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서울시 경비노동자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개선은 노동 현장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조사 결과 경비노동자 2명 중 1명이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용역, 위탁업체가 바뀔 때 77%는 일부 또는 대다수, 전원이 계약이 해지됐다. 이처럼 경비노동자 고용불안은 간접고용, 단기계약에 기인한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인 입주자대표자회의가 위탁이나 용역업체를 통하지 않고 경비노동자를 1년 이상 직접 고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권익센터는 근로계약 기간을 1년 미만으로 하는 경우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년 미만 노동자도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권익센터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휴게시설에 대한 세부 규정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현행 규칙 79조(휴게시설)는 ‘근로자들이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고만 명시한다. 1인당 면적은 1㎡. 최소 전체면적은 의자, 탁자를 포함한 6㎡, 냉난방 및 환기시설 구비, 냉장고, 식수, 화장지 비치 등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 개정안은 경비노동자의 경비업법 배제(경비 업무 이외 다른 업무 병행 금지)를 해결하려고 공동주택관리법에 경비업법 적용 제외 규정을 뒀다. 경비노동자가 경비 업무 외에 온갖 일을 하는 잘못된 현실을 바꾸는 게 아니라, 법을 잘못된 현실에 맞춘 셈이다. 경비노동자가 해선 안 될 관리업무까지 한다면 ‘아파트 입주민’들의 추가 지출로 경비 말고 관리노동자를 두면 될 일이다. 권익센터는 “법 위반 소지를 벗어나기 위해 방범업무와 관리업무를 구분해 경비원과 관리원으로 이원화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비노동자의 24시간 격일제 근무도 큰 문제다. 권익센터는 격일제를 주간2교대제·야간당직제로 전환하면 경비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고, 감시단속적 근로 적용 제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경비노동자는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분류돼 노동시간, 휴게시간, 휴일에 대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주간2교대제로 전환한다면 감시단속적 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규칙적인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교대제 변경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상승이 낮아질 수 있다. 2019년 기준 경비노동자 월 평균 임금은 세후 190만원이다. 경비노동자의 임금상승률 하락은 곧바로 생계 문제로 이어진다. 경비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운동과 입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발현으로 교대제 변경, 임금상승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그렇다. 경비노동자를 대하는 입주민들의 인식도 문제다. 권익센터 조사에 따르면 경비노동자 19.1%가 입주민에게 부당한 대우를 겪었다. 권익센터는 입주자대표자회의 구성원에게 정기 교육도 필요하다. 아파트 공공성에 기반한 지자체의 개입과 모니터링 강화도 따라야 한다. 


‘아파트’라는 노동 현장은 다수의 고용인과 극소수의 피고용인이라는 특수한 노사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경비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얘기하기에 더욱더 어렵다는 뜻이다. 노조의 역할과 지원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경비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경비노동자들이 노조로 모여 자신의 권리를 얘기하고 ‘아파트’라는 사업장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 더 멋지지 않은가. 경비노동자는 시설, 관리까지 포함해 30만명에 달한다. 경비노동자들에겐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잠재된 힘이 있다.

 

 

김한주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