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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노동자에게 필요한 건 마스크만이 아니다 | 칼럼

  • 명숙
  • 2020-07-17 15:58
  • 3,383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후 ‘뉴노멀(새 표준)’이나 ‘언택트(비접촉)’라는 단어들을 종종 접한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사의 표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백신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2차 대유행이 올 거라는 예측 속에서 방역을 위해 일상생활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 재택근무나 온라인수업이나 온라인화상회의 등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기준(표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우리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이고, 쇼핑도 온라인쇼핑으로 하고 회의나 교육도 가능한 한 온라인으로 하는 등 사람들 간의 접촉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생산과 소비가 이전처럼 활발하게 굴러가지 않는 만큼 지출을 줄이는 생활이 표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말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는 종언을 고한 듯하다.

 

 

[사진1] 쿠팡 부천신선센터앞 출퇴근 노동자에게 쿠근뭉을 알리다. "쿠팡근로자모임 뭉쳐야 산다' (1) ⓒ김우

 

 

노동자 없는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 상상 불가능

 

그래서일까. 코로나19 발생 이후 쿠팡 같은 온라인업체들이 바빠졌다. 사람들은 집에서 물건을 사고 받아쓴다. 언뜻 보면, 정말 ‘언택트’, 사람들의 접촉 없이 일상이 영위되고,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굴러가는 듯하다. 비대면 소비도 활발해진 듯하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현실에서 하는 실물의 노동(물질노동) 없이 인지노동도, 비물질노동도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군가’는 물건을 만들고 ‘누군가’는 물건을 배달해야 한다. 첨단기술시대이더라도 전적으로 기계나 기술에 의존해서 생산과 유통, 소비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몸을 움직여야 한다.

 

실제 배달을 하는 노동자들은 몸을 움직여, 그것도 쉴 틈 없이 움직여 배달을 한다. 지난 3월에 돌아가신 쿠팡 배달노동자는 체력이 좋았지만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새벽배송을 하다가 돌연사했다. 쉴 시간이 거의 없었던 배달노동이 그의 육체를 순식간에 갉아 먹었던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조사 결과,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79%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쿠팡에는 배달노동자와 고객들이 온 주문에 따라 상품을 분류하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있다.  상품을 배송하기 쉽게 분류하는 일을 하는 물류센터 노동자들도 배달노동자들처럼 비정규직이 많다. 배달노동자 중에도 계약직 노동자가 많은데 계약기간이 짧다. 3개월, 9개월, 12개월 단위로 계약한다. 이런 단기계약은 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회사 측의 불합리하고 강도 높은 노동이나 물량을 거절하기 어렵게 만든다. 

 

쿠팡은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하는 의구심을 풀기도 전에, 설상가상, 지난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노동자만이 아니라 일가족 모두가 감염돼 한 분은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 7월 6일 기준으로 코로나19에 152명이나 집단감염 됐다.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해보니 바이러스가 현장 곳곳에서 발견됐다. 작업장, 작업모, 작업화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냉장실이라 환기가 되지 않는 폐쇄된 공간임에도 노동자들이 밖에 나가 쉬게 하거나 정기적으로 환기를 해야 하나 그러지 않았다.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니 작업복을 세탁도 하지 않은 채 돌려 입었다고 한다. 쿠팡 물류센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취해야 할 안전장구나 조치가 비정규직에게는 쓰기 아까운 비용으로 보였나 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방역도 몇 시간만 대충 한 채 다시 운영을 재개했다. 이러한 회사의 방역 및 안전조치 부재로 쿠팡 노동자들이 집단 감염됐다. 

 

 

[사진2] 쿠팡 부천신선센터앞 출퇴근 노동자에게 쿠근뭉을 알리다. "쿠팡근로자모임 뭉쳐야 산다' (2) ⓒ김우

 

 

쿠팡이 보여준 뉴노멀 이면, 비참한 노동조건
 
 

그러나 쿠팡 사측은 대담했다. 분노한 고객들에게만 사과할 뿐 노동자들에게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저 주문이 줄어들까 걱정됐는지 ‘배송물품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서는 한 조치는 안전관리사를 채용했다. 그렇다면 정말 안전해졌을까? 

 

안전관리사가 무엇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여전히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쿠팡 노동자들은 밀집된 곳에서 인권도 없이 일하고 있다. 안전조치는 전혀 없다. 여러 노동자가 증언했듯이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화장실 가는 것까지 일일이 검사당한다. 핸드폰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의자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제안한 “아프면 쉬기”라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결과 쿠팡 노동자만이 아니라 시민들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게 됐다. 

 

얼마 전에는 쿠팡은 한 지점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앉아서 일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복도로 쫓아내 2시간이나 세워놓았다. 모욕적일 뿐 아니라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면역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이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이러한 체벌은 하지 않는데 직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상상 그 이상이다. 미국의 한 경제매체가 발표한 <혁신기업 50> 중 2위에 쿠팡이 선정된 이면에는 이러한 노동자들에게 모욕과 인권침해가 있었던 것이라니, 씁쓸하다. 

 

쿠팡 물류센터의 집단감염은 ‘인권 없는 노동이 공동체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줬다.  쿠팡물류센터에서 벌어지는 비참한 노동자의 현실은 우리에게 말한다. 코로나와 함께(with COVID19)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권(with Human Rights)’이라고.

 

 

 



명숙
권유하다 편집위원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