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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에게 진정한 자유와 노동의 권리를 허락하라 | 고발

  • 이명옥
  • 2020-06-09 20:33
  • 2,442회

프리랜서란 ‘일정한 집단이나 회사에 전속되지 않고 그때그때 자유계약을 하고 자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프리랜서의 어원은 중세시대부터 이어졌다. 영주와 주종 관계를 맺고 전투에 참여한 대부분의 병사들과 달리 특정 영주에게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Free) 계약에 따라 싸움을 벌이는 창기병(Lancer)을 프리랜서라고 불렀다. 

 

현대에는 특정 소속 없이 여러 일자리를 이곳으로 저곳으로 옮겨 영리 행위를 하는 개인 사업자를 말한다. 민법상 도급계약관계이면서 정해진 월급을 받는 정식 직원이 아닌 저널리스트, 음악가, 골프장 캐디, 모델하우스 도우미, 방송작가, 통·번역가, 프로그래머를 프리랜서로 칭한다.

 

말로만 프리랜서일 뿐 한곳에서 고정적으로 묶여 일을 하면서도 노동자가 누릴 기본적인 권리인 퇴직금, 각종 수당에서만 제외된 무늬만 프리랜서인 사람들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방송구성작가나 스태프 등을 들 수 있다. 결방되는 주간에는 급여도 지급되지 않는다. 객원기자로 일하고 있는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사 건당 원고료를 받기 때문에 기사를 작성하지 못했을 때는 한 푼도 받을 급여가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나 특정 행사, 장소 등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고 현장 사진을 찍어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나는 몇 달간 기사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객원기자로 일주일에 한 꼭지의 기사를 작성하는 나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일은 하는데 노동자도 아닌 나는 그야말로 투명인간인 셈이다. 대부분 프리랜서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분야 전문가로 고수익을 올리는 일부 프리랜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은 재난 상태에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실업급여도 퇴직금도 없고 병이 나거나 사고를 당해도 개인이 고스란히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지난 2011년 생활고를 겪다 요절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는 병과 배고픔으로 죽어갔다. 서울시가 생계에 시달리는 예술인들의  주거·창작 공간부터 일자리까지 종합 지원하는 ‘서울예술인플랜’을 마련했다. 하지만 서울 거주 예술인은 총 5만 명으로 전국 예술인의 38%를 차지해 높고 치열한 경쟁률을 통과해야만 수혜가 가능하다. 예술혼을 불태우는 젊은 예술가 지망생들의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크고 깊기만 한 셈이다. 예술가 지망생과 프리랜서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대책과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4조와 8조는 ①계속 근로 기간 1년 이상 ②1주간 평균 15시간 이상 근무 등 조건 충족 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 근로자와 같은 조건에서 일하는 무늬만 프리랜서라 해도 다음의 인정기준을 충족해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성 인정 기준]
 -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 등의 적용여부
 - 근무장소와 근로시간의 구속성 여부
 - 업무지시 명령 및 감독여부
 - 원자재 및 작업도구의 소유귀속 여부
 - 자기 사업의 위험성 여부
 - 제3자의 대체를 통한 업무대행 가능여부
 - 보수의 성격과 고정급 여부
 - 4대보험 가입 등 사회보장제도에 따른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업무에 따른 노동의 비용만 지불할 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거나 위험이나 업무를 시행할 여건이 아닐 때를 대비한 비용 지출은 하지 않는다. 고용주는 일에 대한 대가만 지불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리랜서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대로 일과 일의 대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자유계약의 형식을 취할 뿐 독자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도 원하는 만큼의 대가를 요구할 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저 고용하는 곳에서 제시하는 대가를 받고 그들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든지 싫으면 그만 둬야한다.

 

작가나 기자의 경우도 방향을 지정해주고 그 안에서 글을 써줄 것을 요구한다. 그나마 몇 푼 되지 않는 원고료에서 꼬박꼬박 8.8%의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나머지를 지급받는다. 원천 징수된 세금은 근로장려금(EITC)이라는 명목으로 되돌려 받기는 하지만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노동자면서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고 노동의 의무만 있을 뿐 노동자의 모든 권리에서 제외된 프리랜서 노동자와 예술가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노동의 권리를 허락하라.

 

 

 

 

글│사진
이명옥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