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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읽기’2 –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 정책

  • 이정호
  • 2020-07-14 11:51
  • 1,766회

김용균재단이 지난 5월28일부터 2주 간격으로 ‘김용균 보고서 읽기 모임’을 연다. 김용균재단은 보고서에 담긴 진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위험한 노동이 계속되는 한국 노동시장을 바로 잡으려고 지난 5월28일 1강에 이어 6월11일 2강, 6월25일 3강, 7월9일 4강, 7월16일 5강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보고서 읽기 모임으로 이어간다. 읽기 모임은 대부분 김용균 특조위에 조사위원으로 참여해 발전소 안팎에서 진상조사했던 전문가들이 각자 맡은 주제에 따라 진행한다. 권유찾기유니온 권유하다는 보고서 읽기 모임을 차례대로 싣는다 ... <편집자>

 

 

컨베이어 가동 중인데도 낙탄 처리

 

김용균보고서 읽기모임 2강은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국장이 나와 ‘절반의 임금, 위험의 외주화가 가능했던 이유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가 일했던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의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하청 노동자에게 낙탄 처리를 일일보고토록 공문으로 지시했다. 특히 낙탄 중에서 회전기기 등 설비에 붙어 있는 ‘간섭탄’은 즉시 제거를 요구했다. 발전소가 낙탄처리에 민감한 이유는 석탄이 공급되지 않으면 당장 전력 생산이 멈춰서다. 


발전사들은 노동위원회에 “발전소는 연속공정으로 무엇하나 멈추면 전체가 멈춘다”며 낙탄 처리 등을 포함한 운전업무를 필수유지업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업무를 통째로 외주화했다. 

 

 

[사진1] 낙탄처리를 일일보고하라고 밝힌 한국서부발전(주) 공문 ©특조위 보고서

 

발전소 공정은 석탄하역→ 저탄기→ 저탄장→ 상탄기→ 저탄조→ 미분기→ 보일러→ 터빈→ 송전→ 회처리→ 집진기→연돌(굴뚝)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보일러→ 터빈→ 송전’만 정규직이 일한다. 낙탄은 그대로 두면 자연발화하거나 겨울엔 얼어붙어서 컨베이어 작동에 방해가 돼 그때그때 치우도록 한다.


가동 중인 컨베이어에 접근하는 위험 작업이라 하청 노동자들은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원청은 수용하지 않았다. 석탄취급설비나 환경설비는 모두 원청인 발전사 소유라서 개선 권한도 발전사에 있다. 그러나 발전사는 그 일을 하는 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아 노동자 안전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효율‧안정 다 놓친 발전민영화

 

2018년 5개 발전사 소속 정규직은 12,005명인데, 간접고용 노동자는 7,710명으로 39.1%에 달한다. 김용균 특조위보고서 읽기모임 2강을 맡은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국장은 “정부와 산업자원부가 지난 12년 동안 연료환경설비와 경상정비 민영화와 경쟁체제를 도입했는데, 그 때문에 발전사에 간접고용이 급증해 전체의 40%에 달한다”고 했다. 


연료환경설비 민영화(외주화)는 2003년 한전 자회사였던 ‘한전산업개발’ 민영화와 함께 시작해, 2009년 민간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본격 외주화가 시작됐다. 


연료환경설비는 꾸준히 외주화된 반면 경상정비 외주화는 순탄치 않았다. 경상정비는 원래 공기업인 한전KPS가 담당했으나 정부는 1994년 한전KPS 파업 뒤 외주화 구실을 만들었다. 정부는 경상정비 외주화와 경쟁체제 도입을 2002년부터 추진했으나 2013년에서야 일부 물량에 경쟁을 도입했다. 하청업체들이 안정적 정비 수행능력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그러자 정부는 5개 발전사와 민간 정비업체를 짝지어 주고 기술력을 높이는 육성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발전정비 업무 경쟁을 도입하면서 ‘시장 효율성과 안정성 제고’를 내세웠다. 그러나 효율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실패했다. 민간경쟁체제를 통해 하청업체에 주는 단가는 21세기 들어 꾸준히 높아져 정부가 말한 효율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사진2] 2001년 이후 5개 발전사가 하청업체에 주는 용역단가를 꾸준히 올랐다. ⓒ특조위 보고서

 

 

[사진3] 주요 원전 하청업체들의 영업이익률과 유형자산 비교  ⓒ특조위 보고서

 

 

“민간 하청업체 배만 불렸다.”

 

박준선 국장은 “정부는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왜 이렇게 어거지로 하청업체에 경상정비업무를 넘겨 경쟁체제를 도입하려고 안간힘을 쓰는지, 여러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를 읽어도 모르겠다”고 했다. 


발전 하청업체들은 해마다 10% 이상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었다. 2018년 전체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율이 6% 정도인데 반해 매우 높은 수치다. 반면 이들 민간 하청업체들은 토지나 기계장치 등 생산에 필요한 유형자산은 거의 갖추지 않았다. 유형자산 가액비율이 1.4%에 불과한 민간업체도 있었다. 


박준선 국장은 “결국 발전 민영화는 제대로 된 설비도 갖추지 않은 민간 하청업체들 배만 불렸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진4] 고 김용균 추모분향소를 찾은 박준선 국장(왼쪽)  ⓒ공공운수노조

 

 

이정호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