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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읽기’1 – 산재는 왜 반복될까? | 정책

  • 이정호
  • 2020-07-08 09:34
  • 3,581회

김용균재단이 지난 5월28일부터 2주 간격으로 ‘김용균 보고서 읽기 모임’을 연다. 재단은 보고서에 담긴 진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위험한 노동이 계속되는 한국 노동시장을 바로 잡으려고 지난 5월28일 1강에 이어 6월11일 2강, 6월25일 3강, 7월9일 4강, 7월16일 5강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보고서 읽기 모임으로 이어간다. 읽기 모임은 대부분 김용균 특조위에 조사위원으로 참여해 발전소 안팎에서 진상조사했던 전문가들이 각자 맡은 주제에 따라 진행한다. 권유찾기유니온 권유하다는 보고서 읽기 모임을 차례대로 싣는다 ... <편집자>

 

 

김용균 진상조사결과 종합보고서 읽기 모임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가 2018년 12월10일 밤 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발전소에 일하러 출근했다가 산재 사고로 숨진 뒤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9개월 만인 지난해 8월 방대한 ‘진상조사결과 종합보고서’를 내놨지만, 특조위의 이행권고안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은채 지금도 끔찍한 사고는 계속 일어난다. 그때마다 청년노동자 김용균은 재소환된다. 진상조사결과 보고서는 전체 727쪽 분량으로 요약문만 30쪽에 달한다. 


지난 5월28일 1강은 ‘(일터에서) 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라는 주제로 특조위에 인권 부문을 담당했던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 진행했다. 전주희 연구원은 산업재해 발생 때마다 ‘재해자 과실’을 주장하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책임 공백’의 역사와 구조를 설명했다. 

 

 

[사진1] 고 김용균 청년노동자가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인증사진을 찍었다. ⓒ김용균 대책위

 

이 사건도 초기부터 재해자 과실과 책임 공백(회피)이 벌어졌다. 서부발전은 사고 직후 유족에게 “용균이가 가지 말라고 곳에 가서, 하지 말라는 일을 했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동료들은 유족에게 “용균이는 잘못한 거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대화의 극명한 간극만큼 발전소 산업재해 사고의 원인과 재발 방지책도 뒤틀려 늘 엉뚱한 대책을 만들어왔다.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한 일터에서 중대재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유족과 노동사회단체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석달 가량 치열하게 싸운 끝에 어렵사리 2019년 3월29일 국무총리 훈령으로 특조위 설치와 운영 규정을 마련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7월3일 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연설이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 발언을 옮기면 이렇다. ①안전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자 책임이란 원칙 세우겠다. 원청과 발주자가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겠다. 생명과 안전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 ②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예외없이 안전 대상이 되도록 하겠다. 파견이나 용역이란 이유로 안전에서 소외되는 일 없도록 하겠다. ③‘사망사고 발생 사업장은 안전 확보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겠다’. 반드시 현장근로자의 의견을 듣고 확인하도록 하겠다. ④대형 인명사고는 국민이 직접참여하는 조사위를 구성하겠다. 


너무도 옳은 대통령 연설 뒤 1년 반만에 김용균 사망사고가 나자 유족이 제일 먼저 요구한 게 ‘태안화력 1~8호기 가동중단’이었다. “안전 확보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겠다”는 대통령 말씀은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접근금지’인데 ‘근접작업하라’는 형용모순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 사고에서 정부와 회사는 사고 원인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개인의 부주의로 전가했다. 그러나 두 사고의 근본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다. 한국 산재사고의 주요 특징은 같은 산재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사고 뒤에는 늘 위법 사항을 열거하고 기술적 대책 발표로 끝난다. 특조위는 이런 절차로는 사업장 안전이 절대 근절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특조위는 발전소 산재 사고의 근원을 찾으려고 위험한 작업환경은 물론 비용절감 명분으로 안전을 위태롭게 한 소유(원청)과 운영(하청)의 분리(외주화), 경상정비의 강제 민간개방, 발전사 분할과 발전사간 경쟁체제 도입, 정부의 경영평가와 발전산업정책, 전력산업구조개편정책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나아가 안전사고에 솜방망이 처벌만 하는 법제도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족도 지적했다. 


전주희 연구원은 김용균은 왜 석탄이송 벨트 안으로 몸을 집어 넣었는지, 왜 운전중인 컨베이어벨트 밀폐함의 점검구 안으로 상체를 집어넣고 작업해야 했는지부터 원인을 찾아 나섰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조사 초기 특조위원들에게 “벨트 있는 기계 안쪽으로 고개를 넣고 점검하지 않았어도 된다. 매뉴얼엔 그런 내용이 없다”고 했다. 또다른 발전소 관계자는 특조위와 인터뷰에서 “용균이 경북 구미 출신으로 취직시험을 20~30번 봤다더라, 태안까지 흘러들어온거지. 그럼 엄청 열심히 했을거다. 정규직 되려고. 그렇게 과잉 행동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도 했다. 


그러나 발전회사가 승인한 한국발전기술의 ‘석탄취급설비 순회 점검지침서’에 따르면 석탄운반설비 현장운전원의 “설비 운전 중 순회점검”을 명시했고 “마찰 및 기기 과열, 컨베이어 주위 잔탄 여부, 운전 시 모터 과열 여부, 회전체 온도 이음(異音) 누유 확인” 등을 점검하라고도 적혀 있다. 그것도 2시간마다 점검하도록 했다. 김용균은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간 게 아니었다. 


또 용균씨가 매뉴얼로 삼았던 ‘낙탄처리 지침서’엔 “(컨베이어)벨트 및 회전기기 근접작업 수행 중 비상정지 되지 않도록 접근 금지, 단추는 모두 채우고 회전기기에 말려들지 않도록 2인1조로 작업 수행”이란 문구가 나온다. ‘접근 금지’라면서 ‘근접작업 수행’시 주의사항을 늘어놨다. 형용모순이다. 심지어 기기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하라고도 했다. 물론 2인1조로 작업하라고 했지만 용균씬 혼자 작업해야 했다. 


이송 중인 석탄이 컨베이어벨트 옆으로 떨어지면 낙탄을 처리해야 한다. 이때 낙탄이 많이 쌓여 있으면 하청노동자가 핸드폰으로 근접촬영해 원청 시스템에 등록해야 했다. 이 매뉴얼에도 없는 ‘근접촬영’이란 공정이 왜 생겼을까. 현장에 원청이 없어서다. 모든 상황을 통제해야 하지만 어떤 현장에도 없는 원청, 이게 근접촬영이란 ‘좀비 공정’을 만들었다. 단순히 원청에게 보고하려고 이런 공정이 필요했다. 즉 원청에겐 하청이 움직이는 CCTV였던 거다. 원하청 다단계 하청구조가 낳은 비극이다. 

 

 

‘위험의 외주화’ 외면하면 같은 산재 반복

 

용균씨와 함께 일한 동료들은 설비개선을 제안했지만 다 묵살 당했다. 원청인 발전소는 “돈, 네가 대느냐, 네 돈으로 해라”고 얘기했다. 하청 사장 역시 “우리 설비가 아니다”라고만 했다. 소유(원청)와 운영(하청)의 분리가 발전사와 협력사간 책임회피구조를 만들었다. 결국 위험은 현장에 들어가 일하는 하청노동자에게만 집중됐다. 

 

 

[사진2] 10년간 발전사, 협력사 재해 비중 및 재해 발생 건수

 

2008~2017년까지 10년간 한국의 발전소에서 일어난 산재는 428건이다. 이 가운데 원청은 26건(6%)인 반면 하청에서만 402건의 산재가 일어났다. 94%의 산재가 하청에 집중됐다. 


전주희 연구원은 “위험이 구조화된 작업장에선 관리자와 노동자 모두 위험의 인과관계를 뒤집어서 인식한다”고 했다. 위험이 해결되지 않아서 사고가 일어나는데, 현장에선 거꾸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다고 인식의 전도가 일어난다는 거다. 사고 원인과 결과를 놓고 인식이 전도되는 건 위험의 구조화다. 이런 구조에선 사고는 늘 반복된다. 기계와 인간, 화학물질과 인간의 관계에서 위험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위험이 구조화된 상황이 사고를 부른다. 


이런 위험의 구조화를 외면한채 원인 파악에 나서면 늘 기계나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전주희 연구원은 “진짜 원인을 외면하면 위험의 구조화는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용균씨가 일한 태안화력발전소에만 17개 하청회사가 36개 작업을 수행한다. 2018년 오버홀 공사에만 36개 하청사가 150개 공사를 맡았다. 오버홀은 발전을 멈추고 발전기 전체를 분해해서 마모·파손한 부품을 교환하거나 불량부분을 수정하고 재조립하는 걸 말한다. 원청이 하청 작업자들에게 일상으로 업무지시한 카톡 대화창도 부지기수로 나왔다. 이런 다단계 하청구조 때문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고를 불러온다. 


발전소가 한 업무를 새로 외주화하면 원하청 소통 공백으로 인한 새로운 위험요소가 생겨난다. 2016년 당진화력발전소 2호기 오버홀 작업 중에 일어난 발전 하청사 KPS 소속 일용직 노동자 사망 사고가 좋은 예다. 당진화력은 보일러 정비를 KPS에 하청 줬다. KPS는 오버홀 기간에 사고가 난 미분기 정비를 합동전기에 재하청줬다. 정비는 하청 업무지만 기동(시운전)은 원청의 업무다. 정비후 기동 때 원청 작업자가 미분기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파악하지 못한채 기동버튼을 눌러 버렸다. 약 80초간 기동됐다. 안에 있던 노동자는 숨졌다. 원청은 벌금 500만원 맞고 하청 KPS 조장은 700만원 벌금을 맞았다.


진짜 사고의 원인(책임)은 외주화와 외주화를 결정한 정부다. 그런데도 사고 뒤 노동부와 발전사는 작업절차서 공정만 잔뜩 추가해 책임소재 가르는 데만 집중했다. 사고 책임을 현장 작업자 누구에게 떠넘길지만 집중했다. 결국 위험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같은 사고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진3]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 쪽으로 상체를 넣어 작업하는 발전소 하청 노동자 ⓒ특조위 보고서

 

정부와 발전사는 용균씨 사고 이후에도 이런 잘못된 길을 계속 가고 있다. 온갖 징벌적 산재 감점지표를 만들고, 안전계약 특수조건을 달지만 사고는 계속된다. 삼진아웃제는 용균씨 사고 이후 원아웃제로 강화됐다. 전주희 연구원은 “강화된 안전수칙 원아웃제 도입으로 노동자는 퇴출돼도 위험은 결코 퇴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특조위는 진상조사결과 보고서에서 ‘22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특조위는 요란한 안전대책 마련이 아니라 사고를 막을 근본해법으로 원하청 고용구조 개혁과 현장 노동자 권리 강화를 주문했다. 


전 연구원은 “외주화라는 고용형태가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고, 외주화로 노동자의 권리와 사용자 책임 모두가 증발해 버렸다는 게 특조위 권고안의 핵심인데도 정부와 발전사는 딱 이것만 빼고 모든 대책을 다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호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