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유성기업 사태입니다. 말로만 듣다 실제로 당하니 너무 참담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싸워 정의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사측과 한통속인 피고를 상대로 ‘노동조합지위부존재 확인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한 최우영 한국마루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온갖 부조리에 맞서 피땀으로 세운 노조가 부서지는 고통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십수 년 전 뉴스 화면에서 봤던 잔혹한 노조파괴 사태가 자신의 일터에서 재현되는 현실은 충격 그 자체다.
산재 승인과 퇴직공제금 적립을 이끌어내며 비로소 ‘사람 대접’을 쟁취한 순간, 이들이 직면한 것은 노조를 밑바닥부터 무너뜨리려는 공작이다. 노조를 탈퇴해 정체불명의 협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협박이 대놓고 자행된다. 생존의 위기를 버티지 못해 눈물을 흘리며 노조를 떠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밥줄을 쥐고 흔드는 이 협회의 정체는 무엇인가. 뻔뻔하게도 불법하도급 업체 책임자들과 더불어 특정 노조 위원장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사법부와 국가기관을 얕잡아 보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행태다. 협회의 등장 과정은 그동안 기승을 부린 전통적인 노조파괴 공작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노동계에 출몰해 온 노조파괴 수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해 사측 주도의 어용노조를 만들고 과반 지위를 획득해 진짜 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방식이다. 둘째, 전문 컨설팅업체와 용역을 동원해 직장폐쇄와 표적 징계 등으로 조합원을 입체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이다. 셋째, 상급단체나 산별노조를 탈퇴시켜 친사측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조직형태 변경 공작이다.
이러한 공작이 노리는 것은 결국 하나다. 사측에 맞서는 노조로부터 노동자들을 분리하는 것이다. 노사가 처한 조건과 현장의 특수성에 따라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식을 선택한다. 이번 마루시공 현장에 등장한 전략은 노동자들의 취약한 고용체계를 쥐고 흔드는 극단적이고 치졸한 수법이다.
마루시공 노동시장은 작업 기간이 한두 달 정도로 짧고 불법하도급과 ‘가짜 3.3%’ 위장고용이 판을 친다. 그동안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거나 산업안전이 방기된 상황을 지적하면 현장관리자가 “연장을 빼라”며 다음 현장에서 배제하겠다고 압박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먼저 용기를 낸 이들이 노조로 단결해 싸웠고, 여론이 움직이자 정부와 국회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불법을 고수하려는 자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흐름을 뒤집기 위해 사측은 ‘노조와 일자리’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마루시공식 특수 전략을 전면 가동했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은 벌써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소송전에 대해서도 이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법을 위반하더라도 크고 작은 회사들이 모조리 저지르면 관행이 되고, 엄벌된 사례도 없다는 것이 이 바닥의 ‘국룰(불문율)’이라는 식이다. 불법하도급과 근로기준법 위반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데, 부당노동행위 제소나 ‘노조지위부존재 확인 청구’ 같은 것은 멀게만 느껴질 법하다. 이들의 무지와 오만을 키운 데는 일차적인 단속과 처벌을 등한시한 정부의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아득한 사법적 판결뿐일까. 장기간 이어지는 고비용 소송전은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큰 부담이기에 사측은 이를 유리한 카드로 사용하곤 한다. 그럼에도 과거 제2의 유성기업 사태로 불린 사건에서 노조파괴 공작을 일삼은 기업들이 결국 패소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강력한 여론이다. 노조를 깨뜨리는 ‘노조 아닌 것’의 폭력에 대중의 분노가 모였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투쟁에 사회적 연대가 응답한 것이다. 피해 당사자들과 원고의 편에서 조력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이유를 고백한다. 마루시공 노동자들이 일궈낸 노조를 지켜내야 불법하도급을 폐지하고 근로기준법을 쟁취할 수 있다. 노조가 무너지면 노동자의 권리도 사라진다. ‘노조 아닌 것’을 사라지게 해야 할 결단의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정의가 살아 있음을 함께 증명하는 시간이다.

[사진] 마루회사 부당노동행위 고소 기자회견(26.8.13)
글
정진우
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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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노동자 권리찾기 상담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