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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폭염 특집이 비추지 못하는 바닥 노동자의 부고장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6-07-30 10:02
  • 5회

 

대통령이 폭염 대응에 정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라고 지시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며 재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돼도 단 한 뼘의 냉기도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섭씨 38도가 넘어가는 아파트 신축 현장의 실내 밀폐 공간이다. 공기도, 흩날리는 먼지도 사우나처럼 끓어오르는 그곳에서 실내 마감공정을 담당하는 바닥 노동자들은 지금도 고강도의 위험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연일 ‘폭염안전 5대 기본 수칙’을 홍보하지만, 이들의 일터에서는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는다. 직사광선만 피했을 뿐,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콘크리트 상자 안은 야외보다 훨씬 치명적인 가마솥이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용 카톡 대화방에는 안전 대책 대신 비참한 부고장이 전달된다. “타 현장에서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으니 주의하라”는 한 줄의 공지. 언론의 폭염 특집 기사에도, 정부의 공식 산재사망 집계에도 잡히지 않은 채 사라지는 비참한 죽음의 행렬이다.

 

폭염 경보 속 삭제된 존재들

 

서울고용노동청 앞 기자회견장에 바람조차 통하지 않는 답답한 분진복을 입고 나온 노동자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다량의 시멘트와 나무 먼지가 날리는 현장에서 안전모와 분진복을 갖춰 입은 노동자의 체감온도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다. 현장 온도계에 찍힌 ‘38.5도’라는 숫자는 이들이 매일 직면하는 생존의 경계선이다.

 

그렇다면 참혹한 밀실의 실태는 왜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가. 주요 방송사들이 현장 실태를 밀착 취재하고자 건설사들에 취재 요청 공문을 보내도, 시공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조리 거부권을 행사한다. “실외 현장은 얼마든지 취재가 가능하지만, 실내 공정 취재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식이다.

 

건설사들이 이토록 거칠게 카메라를 가로막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이동식 냉방기나 송풍기조차 없이, 분진복과 열기에 갇혀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원초적 노동환경이 폭로되는 순간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법적·사회적 책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내 체감온도 관리 미비, 안전 장비 지급 이행 위반, 폭염 속 가혹 노동 강요라는 불법과 편법의 민낯을 감추기 위해 건설사들은 ‘보안’과 ‘안전관리’라는 허울 좋은 핑계 뒤로 취재진의 진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실내 마감공정의 특수성을 반영한 6대 대책 시급

 

실내공정 현장의 폭염 재난을 멈추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전달된 의견서가 한낱 휴지 조각이 돼서는 안 된다. 실내 마감 노동의 구조적 특수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우선 마루시공 등 실내 마감공정을 정부 폭염대책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실내 체감온도 기준을 신설해 일정 온도 이상에서는 작업중지, 작업시간 조정, 충분한 휴식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평당 단가’ 형태의 도급 임금체계로 인해 휴식이 소득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이동식 냉방기, 송풍기, 냉각조끼 등 폭염예방 장비를 사측이 의무 지급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누가 이 죽음의 가마솥을 멈출 것인가

 

공기도 먼지도 끓어오르는 38도의 밀실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이제 사회 전체가 응답해야 한다. 정부에 요청한다. 폭염 대책의 사각지대인 실내 마감공정을 즉시 재난관리 대상에 명시하고, 취재 거부 뒤에 숨어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건설사들에 대해 강력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 언론에 호소한다. 사측의 치졸한 현장 통제와 취재 거부에 굴하지 않고, 닫힌 문 뒤에서 스러져가는 바닥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끝까지 취재하여 세상에 고발해 달라.

 

시민사회와 국민께도 당부한다. 우리가 입주할 아파트를 마감 공사로 완성시키는 노동자들이 폭염 속 유령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이들이 인간다운 환경에서 일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연대를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

 

[사진] 건설현장 실내공사 고열·폭염대책 시행 촉구 긴급 기자회견(26.7.29)

 

 정진우 

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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