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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3 노동자의 먹고 자고 일할 권리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6-07-02 10:31
  • 117회

 

건설현장 공정 중에 가짜 3.3과 불법하도급이 가장 극심한 곳은 실내공정의 마루시공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마루시공 업계 노사를 불러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연쇄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는 이유다.

 

해묵은 갈등을 풀기 위해 마주 앉은 노사정은 치열한 논쟁 끝에 7대 쟁점 과제를 도출했다. 근로기준법 준수, 현장관리자 합법 운영 등 기본 요건과 함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안건은 노조가 강력히 요구한 ‘식비 및 숙박비 지원’이다.

 

정상적인 고용관계라면 업무 수행을 위해 먹고 자는 비용 부담을 유난히 다툴 사안은 아니다. 원청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전문건설업체가 시공 중에 소요되는 비용을 공사비 내역에 반영하는 방식도 정착돼 가고 있다. 현장 운영에 지출되는 숙식비는 엄연한 사업비용이며, 통상적인 회계 비목으로 투명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마루회사들은 이런 상식적인 경로를 밟지 않는다. 현장 노동자들에게 ‘3.3% 사업소득세를 떼는 개인 사업자’라는 허명을 씌워,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노동자 개인의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밀어내 버린다. 원청에서 공사비용 일체를 수령하고도, 현장에서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존비마저 수익 극대화를 위한 비용 절감으로 치부한다.

 

이러한 비용 전가는 노동의 대가를 극명하게 추락시킨다. 마루시공은 실내공정의 타 직종보다 급여 수준이 낮은 편인데, 실상을 따져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월평균 식비(두 끼) 40만원과 숙박비(달방) 100만원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실질임금은 곤두박질친다. 근로시간 제한 없이 초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는 상황이니, 시간급으로 따져 법정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려는 노동자들은 끼니를 거르거나 간단히 때우기 일쑤다. 좀 더 싼 달방을 찾다가 그마저 어려우면 고시원에서 한 달반을 기거한다. 비용 절감에 한계가 있으니 남은 방법은 작업시간을 더 늘리는 것뿐이다. 전국 아파트 현장을 돌며 온종일 고강도 노동을 수행하는 바닥 노동자들은 결국 구조적인 과로 산재와 고질병으로 내몰린다.

 

노동권을 빼앗긴 채 일하는 다른 3.3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떨까. 방송 스태프와 같이 공동작업이 이뤄지는 직종에서는 사측이 식사를 일괄 제공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가동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르게 이동 중 차량에서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학습지 교사의 사례가 알려진 적이 있다. 개별적인 작업 공간에서 일하는 직종은 대체로 비슷한 형편이다.

 

현재 마루회사들은 식비·숙박비를 부담하는 방안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특히 숙박 문제는 자신들 책임이 아니라는 태도다. 하지만 외지에서 숙박하는 원거리 고용 비중이 높은 원인은 사측이 초래한 불합리한 고용구조에 있다.

 

시공 기간이 짧은 공정의 노동자들은 공사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다음 현장을 알아봐야 한다. 공사를 수주한 업체 역시 원활한 인력 조달을 위해 공개적이고 체계적인 모집 활동이 필수적이다. 마루시공 업계 당사자들도 이를 모를 리 없으나 현실은 그리 돌아가지 않는다. 거주지 인근에 현장이 개설됐는데도 대구에 거주하는 노동자가 연고도 없는 강릉 현장에 원정을 나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해당 현장을 맡게 된 중간관리자의 인력 풀에 속하지 않으면 취업으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하도급 위주의 불법적인 고용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노사가 참여하는 인증제를 통해 현장관리자를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노조와의 공조 체계를 가동해 각 현장에 필요한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3.3 위장을 벗고 노동자로 직접고용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이 얽힌 실타래를 푸는 시작이 될 것이다.

 

노동자에게 제대로 먹고 자고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노동력을 사용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의 일차적 책무다. 계약 형식이나 세금 종류를 위장해 함부로 삭제할 수 없으며, 남는 돈으로 은혜 베풀듯 접근할 문제도 아니다. 불법과 위장을 겹겹이 쌓은 채 기본을 외면하니 노동자의 삶이 부서진다. 3.3 노동자에게 기본적 권리는 생존 그 자체다.

 

[사진] 전태일다리 근로기준법 투쟁대회(23.4.11)

 

 정진우 

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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