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유하기

[칼럼] ‘진짜 프리랜서’면 노동자가 아닌가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6-06-04 10:25
  • 59회

 

2021년, 방송사의 위장고용이 이슈로 떠오르자 지상파 방송3사에 동시 근로감독이 실시됐다. 이를 통해 방송작가 152명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직접고용을 지시하는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가짜가 아니라 진짜 프리랜서로 일 시키면 되는 것 아닌가?” 법원 판결과 시정명령이 잇따르자 사측이 내놓은 대책이다. 법을 준수해 정당한 노동관계를 맺는 대신, 법망에 걸리지 않도록 ‘진짜 프리랜서’를 만들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무실에서 책상을 치우고, 업무지시는 이메일로만 주고받고, 행정처리를 위한 내부망 접근을 차단하는 식으로 종속되지 않은 외형을 갖추겠다는 계산이다. 노동자성을 증명하는 법적 기준을 최대한 도려내 향후의 단속과 소송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주객을 전도시킨 이 기묘한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방송작가들은 여전히 방송계의 대표적인 프리랜서로 불린다. 회사의 업무지시를 받으며 일하는데 3.3% 사업소득세를 떼인다. 불안정한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 채 보수 지급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다. 프로그램 편성 전 수개월에서 1년 넘게 기획 작업이 진행되는데, 그 기간의 노동에 대한 대가인 ‘기획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으면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사건 접수조차 거부된다.

 

사측의 전략에 부응하듯 안일하게 화답하는 노동행정의 실상은 암담하다. 재택이 포함돼 근무시간을 특정하기 어렵고, 기본급 없이 회당 ‘편페이’로 보수를 받는다는 점을 근로기준법 적용제외의 근거로 삼았다고 한다. 정부 스스로 내놓은 근로감독 결과는 물론, 도급계약 형식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확대해나가는 사법부의 판결 취지마저 무시하는 태도다.

 

진짜 프리랜서 전략이 사측의 의도대로 먹히는 게 맞을까. 프리랜서의 사전식 정의는 “일정한 소속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일 뿐, 노동자가 아닌 효과를 발휘하는 법률 용어가 아니다. 중세 유럽에서 탄생한 ‘프리랜서(Freelancer)’의 어원은 본래 주도권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특정 영주에 종속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무기인 ‘창(Lance)’을 들고 계약 조건을 스스로 선택하던 ‘자유로운(Free) 군인’이 그 시초였다. 거대 권력과 대등한 위치에서 대가를 요구하던 강자들의 이름이 바로 프리랜서의 본뜻이었다.

 

그러나 불안정 고용이 확산되는 한국의 노동현실에서 프리랜서라는 단어는 사용자의 책임을 지우기 위한 기만적인 프레임으로 오용된다. 사측이 말하는 프리랜서의 ‘자유’란 노동자의 권리가 아니라, 4대 보험과 연차휴가, 퇴직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이용권이다.

 

‘출퇴근의 자율성’과 ‘실적기준 급여체계’는 노동자가 아님을 확인하는 징표가 아니다. 기업이 져야 할 비용과 리스크를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세련된 노무관리 수법이다. 업무 장소와 시간이 사무실 밖까지 늘어났을 뿐 작가들은 여전히 프로그램 편성 일정이라는 절대적인 지배구조 속에 일한다. 야간 교통비와 식대마저 스스로 해결하는 고립된 처지에서 ‘마감’과 ‘하차’라는 보이지 않는 칼날에 의해 일상을 통제당한다.

 

시공 평당 보수를 받는 마루 노동자나 방송 회당 보수가 책정된 방송작가처럼 일의 완성이나 그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는 이를 ‘도급근로자’로 규정한다. 근로기준법 47조는 도급제 노동자에게 근로시간에 따라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하도록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한다. 도급제 방식의 임금 지급을 금지하지 않으나, 노동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실제 임금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항이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은 시급이나 월급제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성과급 위주의 노동자도 당연히 그 적용 대상으로 포괄한다.

 

“프리랜서가 맞네요. 노동자가 아니고.” 결론적으로 틀린 말이다. 가짜든 진짜든 프리랜서와 노동자는 반대말이 아니며, 프리랜서라는 딱지로 노동자의 이름을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가 손쉽게 노동자 아닌 것으로 오분류되는 시대에 참을 수 없는 오답이다. 무늬만 프리랜서인 것도 문제지만, 프리랜서를 노동자의 대체어로 사용하는 행태가 버젓이 통용되는 현실은 더욱 끔찍하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 제발 공부 좀 합시다.

 

[사진] "3.3 프리랜서" 노동권 보장을 위한 대선 정책요구안 기자회견(25.5.14)

 

 정진우 

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지원센터 대표

 

<<매일노동뉴스에서 보기>>

··· ··· ···

bit.ly/삼쩜삼상담

(3.3 노동자 권리찾기 상담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