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건설공사는 도급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자기 인력을 써서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 절감과 책임 회피를 노리는 위법적인 다단계 하청, 즉 ‘불법하도급’이 성행한다. 공사 전체를 넘기는 일괄 하도급, 하청을 받아 또다시 하청을 주는 재하도급, 무면허 업체나 개인에게 공사를 맡기는 무면허 하도급이 대표적이다.
집중 단속 때마다 불법하도급은 기다렸다는 듯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다. 단속 실적을 채우기 쉬운 전시행정의 소재가 되기도 하며, 부실시공과 안전사고 등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병폐가 드러날 때마다 만악의 근원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악명이 높은데도 이 악습이 근절될 것이라 예측하는 업계 관계자는 거의 없다. 요란한 홍보로 단속에 나서는 정부 담당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현장 관리자들이 노동조합 요직을 차지하는 지경이니, 거대한 불법의 대열에 제동을 걸 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문제가 많음을 부인하지 못하는 이들도 이를 용인하는 편에 선다. 적발을 안 할 수는 없겠으나, 현장이 돌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결론은 필요악이다. 이게 필요한 이들에게 틀린 말은 아니다. 건설현장에 개입해 수익을 내려는 무면허업체로서는 불법하도급이 유일한 영업 수단이다. 도급이 허용된 회사에게도 이는 유연한 노동력 사용에 붙여 사용자 책임까지 회피할 수 있는 유력한 노무관리 수법이 된다. 나쁘고 좋고보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업적 선택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 바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떤 입장일까. 마루를 시공하는 노동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봤다. ‘중간단계 없이 마루회사가 직접고용’을 선택한 비율이 84.8%로 압도적이다. 반면에 중간 관리자를 통한 고용이 유지되기를 원하는 응답자는 10% 수준이다.
다단계 구조의 맨 끄트머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불법하도급은 중간착취이자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이다. 중간에서 급여만 갈취당하는 게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현장에 없어야 하는 존재이니, 식대와 숙박비는 물론이고 안전장비와 마스크조차 자비로 챙겨야 한다. 초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가 빈번하고, 산재 처리는 공공연하게 제지당한다. 노동자이기 앞서 사람이 아닌 유령 취급이다. 나쁘고 좋고를 떠나 생존의 문제다.
불법하도급의 유령에서 합법적인 노동자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응답자의 95.5%가 원한다고 답한 것처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 실제 근로시간과 급여 지급 방식부터 달라진다. 92%는 시간당 시중노임단가에 의한 지급방식을 선택했다. 근로계약서에 적힌 대로 실제로 하루 8시간 일하는 것이 가능하고, 추가로 일하면 법적 수당을 받는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대로 불법하도급이 사라져도 정말 괜찮을까. 불법으로 이익을 취해온 이들이 되묻고 싶은 말일 것이다. 불법과 부조리가 판치지 않아도 현장은 돌아간다. 무면허업체가 영업하지 못하니, 시공 회사들은 법적 테두리에서 공식적인 관계만으로 운영해야 한다. 나쁜 것을 퇴출시켜 정당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니 새로운 것도 아니다.
결국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불법하도급이 사라져도 괜찮은가’가 아니라, ‘불법하도급 없이 노동하는 것이 왜 불가능한 세상이 됐는가’를 따져야 한다. 나쁜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기시해 온 것은 나쁜 것을 좋게 바꾸려는 목소리였다. 나쁜 것을 거부하는 이들이 억눌리니 나쁜 것들이 판을 친다.
최근 불법하도급 대표자들과 협회를 설립하고, 이에 가입한 이들만을 고용하겠다고 선전해온 노조 대표자가 부당노동행위의 공범으로 고발당했다. 조사 중에도 이들은 버젓이 영업을 확대한다. 고용 불안으로 위기에 빠진 것은 근로기준법 적용과 불법하도급 폐지를 내세워 활동하는 또 다른 노동조합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마루회사와 노조가 참여하는 노사정 간담회를 준비 중이다. 근로기준법 적용이라는 대원칙에 이견이 없다면, 관건은 안정적인 고용 방식의 합의다. 불법하도급을 유지하겠다고 할 수는 없으니 공식적으로는 입장이 다를 게 없다.
나쁜 것을 유지하려는 이들에게 남은 전략은 버티기와 협박이다. 불법하도급 폐지와 근로기준법 적용을 연결해 권리를 회복하려는 이들에게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시간이다. 좋은 것을 이루려는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음을,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 세상임을 이번 기회에 꼭 증명해 냈으면 한다.

[사진] 마루시공 불법하도급 공동진정 기자회견(25.9.11)
글
정진우
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지원센터 대표
··· ··· ···
(3.3 노동자 권리찾기 상담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