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3층에 자리를 잡고 농성하는 벽면에는 “원청 교섭 가로막는 노조법 개정안 시행령 폐기하라”는 구호가 붙어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원·하청 관계에 악용돼 교섭이 가로막힐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비정규직 노조의 절박한 요구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말고,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이들의 투쟁 소식을 전하는 웹자보와 집회 현수막에도 새겨진 문구다. 농성단을 응원하는 이들은 집단적 노사관계와 개별적 근로관계를 대표하는 구호를 연이어 외친다. 각기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를 연결해 내세우는 의미도 크다.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진짜 사장이 노조법상 책임을 져야 하듯, 실질적인 사업주는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져야 한다. 사용자 책임과 노동자의 권리가 행방불명된 이들에게 이는 절박한 기본권이다.
농성단의 상당수는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다. 이들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한 당사자 입장과 사회적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자고 제안해 왔다. 특수한 고용 형태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노동자가 많은 현실을 감안해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가짜 3.3 간담회’라는 긴 이름을 정했다. 대다수가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세율 3.3%)를 납부하는 만큼, 피해 당사자들을 ‘3.3 노동자’로 지칭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약자 지원법’ 시즌2에 불과하다는 노동계의 비판은 간담회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제3지대를 설정해 현재의 차별을 고착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3.3 노동자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분류된 ‘가짜 3.3’의 경우 병행 실시하는 노동자 추정제도의 영향으로 노동자성 인정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낙관한다. 노동자로 보기 어려운 ‘진짜 3.3’은 기본법 적용 대상에 포함돼 일정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가짜와 진짜를 가르니 양쪽 모두에 긍정적 효과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물론 법안을 준비한 관계자들도 보완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래서 정부는 노동자 추정제가 반영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발의했다며 적극 홍보한다. 정의 규정(2조)을 개정해 노동자성 인정 가능성을 확장하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으나, 분쟁 해결 시 근로자로 추정하는 문구를 법 조항 말미(104조의2)에 넣는 방식이 채택됐다.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려면 ‘톤다운’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솔직한 고백이 씁쓸하다.
노동자 추정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무엇보다 노동자성 위장술의 전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근로계약을 체결한 3.3 노동자(A형)에게는 근로계약이 아닌 다른 계약 형식이 도입될 수 있다. 이미 프리랜서 계약 형식을 사용하는 3.3 노동자(B형)에게는 기본법이 권하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된다. 특수고용으로 분류되는 3.3 노동자(C형)는 노동자성을 부정당하는 현실이 고착된다. A형이 B형이 되고, B형은 C형이 된다. 가짜 3.3의 합법화다.
어차피 근로기준법 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그래도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느냐. 법안 관계자들이 최후의 보루로 되묻는 명제다. 실효성 있게 보완된다면 가능하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노동자의 수는 어떻게 될까. 정부의 기대대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이들 대부분이 기본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가정해 보자.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함에도 오분류된 3.3 노동자 상당수는 기본법에 따른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다. 근로계약으로 고용하던 일자리를 기본법상 계약 관계로 대체하는 노무관리가 유행할 가능성도 크다.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더 늘어나야 위장 고용 시대의 폭주가 멈출까.
노동계와 당사자 조직의 비판 성명이 거세지자, 법안을 설계한 관계자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도 나온다. 노사가 충돌하는 노동법이 누구에게나 좋은 법일 수는 없다.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워온 이들의 편에 설 것인지, 노동자의 권리를 삭제해 온 이들에게 ‘좋은 법’을 만들어 줄 것인지. 뒤엉킨 것은 선과 악이 아니다. 당신은 누구의 편인가.

[웹자보]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가짜 3.3 간담회
글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 ··· ···
(3.3 노동자 권리찾기 상담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