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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박병준(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10년 10개월만의 출근” 삼성전자서비스 박병준 노동자 복직 기자회견> | 이슈

  • 박병준
  • 2025-10-13 10:50
  • 12회

 

존경하는 창원시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함께해주시는 연대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드디어! 이 자리에 이렇게 서게 되어 정말 만감이 교차합니다. 무려 12년이라는 기나긴 싸움 끝에 대법원이 저를 삼성 노동자로 인정하였고, 10년 10개월만에 첫 출근을 하기 위해 이 곳 창원센터에 왔습니다.

 

정우형열사의 꿈, 이땅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삼성 해고 노동자들의 꿈이었던 원직복직과 정규직 쟁취. 이것을 실현하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습니다.

 

2017년 1월, 1,335명이 시작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첫 결과인 1심에서 패소 판결이 났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여러 이유로 떠나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억울하게 끝낼 수 없다고 맘을 잡은 이들은 소수였습니다. 2018년 7월에 전국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복직을 위한 투쟁에 새롭게 돌입했습니다. 다음 2심은 4명만이 외롭게 남아서 이어가야 했습니다. 노조파괴 공작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는데도 더 이상 피해자가 없다는 사측의 행태가 우리의 존재를 지워나갔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12일, “우리가 노조파괴공작의 회생자”라는 유서를 남기고, 정우형 동지가 우리의 곁을 먼저 떠나갔습니다.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너무나 가슴아픈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강남역 삼성본관 앞의 열사 분향소에 많은 이들이 찾아오셨습니다. 함께 추모를 하고, 공연을 하고, 투쟁을 외치며 열사의 뜻을 되살려 나갔습니다.

 

마침내 289일 만에 사측과 합의문을 작성하였습니다. 열사를 마석공원묘지 따뜻한 곳에 모셔드리고, 열사에게 다짐했습니다. 열사의 정신으로 끝까지 싸워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대법원 확정 판결은 기약없이 미루어졌습니다. 소송에 이름을 올렸던 이들이 하나씩 떠나가는 가혹한 시간이었습니다. "소송을 취하하면 복직시켜 주겠다", “복직없이 금전을 주겠다”, 별의별 회유가 저에게도 집요하게 들어왔습니다. 열사와 저의 꿈은 복직이었지만, 사측에 굴복해 우리의 명예와 역사를 팔아 넘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노조파괴공작의 피해자인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증명해내고 싶었습니다.

 

지난 6월 12일, 대법원 법정에 정우형열사 유족과 함께 들어갔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판결이 실제로 내려졌습니다. 대법원 승소 판결문을 듣는데 단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인 판결을 정의와 소신에 따라 내린 판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과 노동자들의 지위를 인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삼성의 하청 노동자들, 나아가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권리 문제에 다가서는 소중한 진전을 이루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해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더 많은 투쟁과 사회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10년 10개월만의 저의 복직이 지금도 힘들게 싸우고 있는 많은 해고 노동자 동지들에게 소중한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투쟁해 함께 승리할 수 있다는 우리의 믿음, 또 다른 우리 노동자들이 계속 증명해내기를 바랍니다.

 

이제 삼성의 노동자로서 삼성에게 진심으로 촉구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당하게 해고되었던 모든 노동자들을 하루빨리 복직시키십시오.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앞으로 저는 저와 같은 아픔을 겪는 노동자들이 다시 생겨나지 않도록, 모든 노동자가 당당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기나긴 싸움을 함께하며 힘을 모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박병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사진] 기자회견 진행 현장(25.10.1, 삼성전자서비스 창원외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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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10개월만의 출근" 삼성전자서비스 박병준 노동자 복직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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