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유하기

[칼럼] 마루노동자 최우영이 승리하는 노동운동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5-09-25 10:55
  • 416회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마루를 시공하는 노동자 예닐곱 명이 처음으로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실을 찾아온 날은 2022년의 어느 봄날이다. 노조는 물론이고, 각종 단체와 기관을 열 군데 넘게 거쳐서인지 지친 기색에 경계심이 가득했다.

 

합법과 무면허 하도급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흐름도로 그려낸 도면이 펼쳐지자 상담실 분위기가 바뀐다. 고용·산재보험과 퇴직공제금을 넣다 뺐다하고, 시공기간 동안 ‘절반은 근로자, 나머지는 사업자’로 일하는 현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피해 당사자들이 분석한 건설현장의 위장고용이 3.3 운동의 주제로 설파되는 순간이다. 자신의 현실을 이해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눠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의기투합은 그렇게 시작됐다.

 

현장으로 돌아가 먼저 온라인 공간을 열었다. 같이 일해온 마루시공 노동자가 속속 모여들었다. 대구의 음식점에 모여 총회를 진행해 노조를 설립했다. 일하며 겪는 숱한 문제들이 모이며 노조의 방향과 계획으로 새겨졌다. 사회적 공감과 연대를 위해 감춰진 현실을 파헤쳐 알리기로 했다.

 

이들의 소리가 언론으로 전해진 첫 제목은 ‘인분아파트’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의 생활공간에서 온갖 오물이 쏟아져 나오는 실상을 고발한 것이다. 마루를 시공하는 공정은 아파트 준공을 바로 앞두고 진행된다. 건설사에 의해 그나마 있던 화장실마저 사라져버린 시기다. 공사 완료 압박을 당하는 실내공정의 시공자에게 일터 곳곳이 화장실이 돼버리는 이유다. 이런 압박과 불법하도급 관행이 더해져 ‘땜빵아파트’를 만들어낸다. 부실시공의 원인을 파헤친 방송이 나가자 해당 주민들은 거세게 분노했다. 사무실로 찾아와 설명을 들은 입주자대표위원회 대표자들은 노동자들을 오히려 응원하게 된다. 진실의 열쇠를 움켜쥔 이들을 함께 지켜내야 잘못을 고칠 희망이 있음을 깨닫는 기회다.

 

지난 여름 ‘발암아파트’를 현수막에 내건 기자회견장은 마루노동자의 분노로 가득했다. 이들은 유리규산,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 위해물질과 분진이 난무하는 밀폐공간에서 산안법상 조치와 보호구 없이 초장시간 작업을 수행한다. 개선을 요구하면 연장 빼라고 위협당하니 따지지도 못한다. 동료를 먼저 떠나보내던 이들이 28년차 마루노동자의 폐암 산재신청을 접수하며 실상을 전했다. “떠나지 않으면 끝은 과로사 아니면 폐암”이라고 한탄해온 이들의 절박한 몸짓이다.

 

불법하도급을 일삼는 56개 업체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회견 제목에는 ‘비리아파트’가 적혔다. 불법하도급은 부실시공, 안전사고, 임금체불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여전히 횡행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관계 당국은 단속이 어렵다며 문제해결을 회피해왔다. 불법하도급이 3.3 위장고용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음을 간파한 마루노동자들은 국세청으로부터 3.3 신고자료를 입수해 경찰로 넘겼다. 3.3 위장고용이 불법하도급의 증거가 되는 반전이다.

 

마루노동자가 단결하며 투쟁해온 과정을 간추려봤다. 노동자의 권리가 왜 소중한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온 여정이다. 마루노동자들이 온갖 탄압에 맞서며 일궈온 한국마루노동조합은 현재 위기에 빠졌다. 조합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노조를 파괴하려는 사측의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되기 때문이다. 사측은 불법하도급 업체로 구성한 유령 협회를 만들었고, 노조를 탈퇴해 이 협회에 가입해야 고용할 수 있다고 협박한다.

 

마루노동자들의 험난한 투쟁을 이끌어온 최우영 위원장은 큰 수술을 치러내고, 암투병 중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자는 동료 조합원들의 메시지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자신들마저 떠나면 건설현장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다짐한다. 이종훈 변호사와 이미소 공인노무사와 같이 열정을 다해 연대하는 이들이 큰 힘이 된다.

 

승리를 만들어낼 주어로 ‘노동운동’을 내세웠다. 운동을 접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최우영 위원장은 이해 못하는 게 많다고 한다. 3.3 노동자의 현실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전한다. 마루노동자가 승리할 수 있는 마지막 열쇠는 투쟁의 주어를 바꿔내는 것임을 깨닫는다. 함께 주어가 되겠다는 약속이 소중한 힘으로 전해지길 바라며.

 

[사진] 전태일다리 근로기준법 투쟁대회(2023.4.11)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매일노동뉴스에서 보기>>

··· ··· ···

bit.ly/삼쩜삼상담

(3.3 노동자 권리찾기 상담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