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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루시공 업계 부당노동행위 엄벌해야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이종훈 변호사
  • 2025-08-18 09:30
  • 173회

 

노사관계에서 노동자 개인이 사용자와 일대일로 고용 및 근로조건에 관한 협상을 하게 하면, 가진 것이라고는 자신의 노동력밖에 없는 노동자 개인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현저하게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한데 뭉쳐 자주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고 그 단체의 이름으로 사용자와 대등하게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근대법은 이른바 노동 3권을 정초했다. 우리는 이 단체를 ‘노동조합’이라고 부른다. 사용자들에게는 단결된 노조의 힘으로 보다 인간다운 근로조건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당연히 눈엣가시일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노조의 단결을 해쳐 다시 ‘개인 노동자’ 수준으로 협상력을 약화시키려는 유인에 빠지게 된다. 사용자들의 이러한 갖가지 술책들을 우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부르며 규제한다. 노동 3권의 온전한 보장을 위한 제도다.
 

마루시공 업계에서 노동자들은 업체에 상시적으로 고용돼 있는 것이 아니고, 공사가 있는 기간에 한해 고용관계를 형성한다. 이 경우 노동자들이 업체와의 사이에서 명시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흔히 ‘현장소장’ 혹은 ‘오야지’라고 불리는 중간관리자들을 통해 고용관계가 형성된다. 즉 중간 관리자들이 특정 마루시공 업체의 특정 공사 현장에 근로를 제공할 마루시공 노동자들을 모집해 일을 따냄으로써 고용관계가 형성·유지된다. (이는 건설산업기본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법 재하도급에 해당하기도 한다).
 

마루시공 노동자들로 조직된 노조의 경우, 각 마루시공 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는 현장에 소속 조합원이 근로를 제공하고 있을 대 그 조합원수를 특정해 업체에 단체교섭을 요구한다. 해당 사업장에 복수의 노조가 조직돼 있는 경우 마루시공 업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의거해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때 여러 노조 중 어떤 노조가 과반수노조가 되는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과반수노조에 공정대표의무가 부과되기는 하지만, 사실상 과반수노조가 교섭권을 단독으로 행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별적 근로관계와 집단적 노사관계의 단기적·산발적 특수성이 결합해 각 마루시공 업체가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노조가 과반수노조가 되기 위해 조합원수를 증가시키려는 경쟁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는 부당노동행위가 번식하기 위한 최적의 토양이 된다. 건강한 경쟁관계를 벗어나, 상대방 노조의 조합원수를 줄이기 위해 온갖 편법과 탈법이 동원될 수 있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마루시공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마루시공 업체들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악용해 어용노조와 담합해 자주적인 노조의 단결력을 와해시키고 있다. 이들 업체는 어용노조의 위원장과 긴밀히 소통해 정체가 불분명한 협회까지 설립했고, 해당 협회의 가면 뒤에 숨은 어용노조 조합원들만을 고용하는 파렴치한 부당노동행위를 계획하고 자행했다. 자주적인 노조 조합원으로 남아 있는 한 고용을 유지시켜 주지 않음으로써 노동자들이 노조를 탈퇴하도록 유도하고 있기까지 하다. 불안정한 고용 관행하에서 어떻게든 사용자와의 고용관계를 유지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마루시공 노동자들 개개인의 열악한 처지를 악용해 자주적인 노조의 단결을 와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주적인 노조는 하나씩 둘씩 조합원을 잃어 가고 있다.
 

마루시공 업계처럼 불법재하도급이 횡행해 노동자들의 고용 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한 산업 영역에서는, 근로조건은 고사하고 고용 유지 자체에 대한 노동자 개개인의 협상력이 매우 열악할 수밖에 없다. 노동 3권은 바로 이들 취약 노동자들을 위해 태어난 것 아니었던가. 무기대등의 원칙을 현실화하려면 자주적인 노조의 노동 3권이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당노동행위를 철저하게 규제해야 하는 바, 노동청 등 수사기관의 엄중한 수사와 처벌이 그 시작이다.
 

마루시공 업계 취약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분연히 떨쳐 일어나 조직한 자주적 노조, 한국마루노조는 최근 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고소장을 접수하였다. 한국마루노조가 마루회사와 어용노조의 담합형 부당노동행위를 뚫어 내고 노동 3권의 당당한 담지자로 우뚝 서기를 응원한다.
 

 

 이종훈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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