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유하기

플랫폼 기업이 삼킨 수많은 무료노동 | 정책

  • 이정호
  • 2020-06-22 13:40
  • 8,066회

2019년 말 국내 배달앱 기업 ‘배달의 민족’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무려 40억달러(4조8000억원)에 팔렸다. 이렇게 엄청난 가격에 팔린 건 단순히 배달서비스 중개수수료 수입으론 설명이 안 된다. 중개수수료보다는 배달 서비스 플랫폼으로 얻은 사용자 정보 데이터가 해당 업체에 더 큰 수익원일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이것 말고도 금융시장에서 자본 투자도 유치한다. 구글 전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광고가 차지하지만, 금융시장에서 구글이 조달하는 자금은 광고수익을 훨씬 넘어선다. 2018년 구글의 광고수익은 326억 달러인데 2018년 2월 구글의 금융시장 시가총액은 7740억 달러에 달했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2018년 10월 기준 1200억 달러로 미국 빅3 자동차사 GM, 포드, 피아트클라이슬러 시총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처럼 황금알을 낳는 플랫폼 기업의 가치사슬과 그 속에 숨은 노동을 들여다보는 워크샵이 열렸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지난 18일 저녁 서울 문래동 사무실에서 ‘플랫폼 경제의 가치사슬과 노동’이란 주제로 워크샵을 열었다. 김철식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권연구소 연구위원의 발제에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플랫폼 기업이 수익을 얻는 과정에 데이터 생산과 플랫폼 설계, 데이터 분석 등 각 단계마다 인간의 노동이 들어간다. 각 단계마다 투입된 노동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토론했다. 

 

 

플랫폼 수익은 수많은 불안정노동의 산물

 

이탈리아 자율주의 마르크스주의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인지 자본주의’라고 했다. 인지 자본주의 시대엔 생산이 자동화되고 비물질 영역에서도 생산물이 만들어진다. 즉 잉여가치가 공장 생산에서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한다. 이들은 오늘날 잉여가치의 원천을 공장 노동이 아닌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비물질 노동’으로 본다. 이런 비물질 노동은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플랫폼 이용자들은 플랫폼 기업 수익의 핵심인데도 일종의 무료노동을 수행한다. 

 

 

[사진] 김철식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권연구소 연구위원(가운데)이 플랫폼 경제의 가치사슬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호

 

플랫폼 노동은 기업이 직접 노동자를 고용해 고객들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을 외부화했다. 기업이 고용해야 할 노동자를 외부 프리랜서나 특수고용 형식의 노동으로 대체했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날 토론에선 이용자가 유희(놀이)로 하는 비물질 노동을 굳이 노동으로 봐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왔다. 


플랫폼 설계 단계에서 플랫폼의 평판유지를 위해서도 노동을 활용한다. 이용자들이 만든 컨텐츠 중에 선정, 퇴폐적인 것을 걸러내 평판을 유지 관리하는 컨텐츠 조정과 수많은 기사 중에 헤드라인에 올릴 토픽을 선택하는 토픽 트렌딩 같은 작업이다. 이런 노동은 흔히 긱(gig) 노동, 미세작업 노동(crowd work)으로 불린다. 이들은 극도의 미세작업으로 분할돼 노동자들에게 할당돼 최저임금으로 산정할 수도 없는 엄청나게 낮은 단가가 적용된다. 결국 이런 일을 하는 노동자는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 플랫폼 멤버십으로 불리며 노동권에서 배제된다. 


이날 토론에선 실제 미세작업 노동자는 낮은 단가보다는 기계가 자신의 일처리를 리젝트(거부)하면 보수가 아예 없다는데 가장 큰 불만을 가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데이터를 모두 정보기술만으로 가공할 순 없다. 실제론 데이터 투입과 분석, 결과물 처리에도 다양한 노동이 투입된다. 기계가 학습하려면 데이터 투입 단계에서 수많은 데이터들에 태그를 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데이터 라벨링이라 부르는데 여기에도 긱 노동과 크라우드 노동이 들어간다. 


데이터 투입과 분석, 처리에 기계학습의 훈련과정을 세팅하고 수정, 개선하고 상품화하는 노동자가 필요하다. 이들을 프로그래머나 개발자로 부른다. 프로그래머들은 성공을 꿈꾸며 불안정한 위치에서 거의 무제한적인 노동을 투여한다. 

 

 

규제 완화보다는 ‘데이터 민주화’ 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적 사업을 발 빠르게 선점해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정부와 경영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각종 규제해소를 요구한다. 특히 노동력 사용과 관련한 규제 해소를 주장한다.

 
데이터를 생산하고 양면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며, 데이터를 학습과정에 투입하고 분석된 데이터를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데 수많은 노동이 활용된다. 그런데 이들 노동은 대부분 이용자의 자발적 활동이나 프리랜서의 자유 활동, 대박을 노리며 극도의 불안정 노동을 감내하는 프로그래머들의 열정을 먹고 성장한다. 플랫폼의 수익은 상당 부분 이런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불안정 노동에 기초한다. 이런 게 혁신이라고 불린다. 오늘날 플랫폼 경제의 혁신성은 분명 과장됐다. 


이용자가 생산한 컨텐츠와 데이터를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데이터 민주화’ 논의가 필요하다. 데이터 사유화가 아닌 데이터 공유도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숨겨진 노동도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 무료노동, 숨겨진 노동, 불안정 노동에 자본의 책임도 필요하다. 


플랫폼의 두 가지 핵심 요소에는 ‘이용자들간 상호작용’과 ‘중개자의 역할’이 있다.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매개로 상호작용하면서 여러 창조적 활동을 한다.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을 중개하면서 이용자 활동의 결과를 데이터로 수집하고, 그 데이터가 플랫폼 기업의 주요 수입원이다. 


이래서 학자들은 플랫폼 기업의 수익을 ‘지대(地代, rent)’로 본다. 플랫폼 기업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해 수익을 얻지 않고 이용자들의 활동결과를 사적으로 전유해 수익을 낸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을 디지털 시대의 ‘신종 거간꾼’이라고도 부른다.(이광석, 2017: 23) 


기존의 플랫폼 노동 연구는 플랫폼 노동 자체의 특성에 집중할 뿐 플랫폼 사업과 경제구조와 관계에서 플랫폼 노동을 설명하지 못한다. 즉 플랫폼 노동이 플랫폼 수익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플랫폼 안에서 단순 유저(이용자)처럼 활동하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이용자들은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하다. 플랫폼 기업은 이들의 무수한 무료노동에 기반에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글│사진

이정호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