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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잔인한 평화에 안주하는 노동청, 방송작가 패싱이 당신들의 지침입니까? <3.3 프리랜서 정책발표 기자회견> | 이슈

  • 박선영
  • 2025-05-16 10:36
  • 183회

 

잔인한 평화에 안주하는 노동청, 방송작가 패싱이 당신들의 지침입니까?

 

안녕하십니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 박선영입니다.
방송작가들은 언론계 대표적인 프리랜서 노동자들입니다. 저희는 시사교양, 예능, 라디오 등 방송 현장에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회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근로소득세가 아닌 3.3% 사업소득세를 떼고 임금을 받는 3.3 노동자입니다. 
 
절대다수의 방송작가들은 임금 체불과 미지급을 겪습니다. 두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프로그램이 편성되기 전, 작가들은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일 년이 넘는 기획 기간을 가지고 일을 합니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회의자료를 준비하고 정기적인 회의에 참석할 뿐 아니라 출연자 섭외, 현장 답사, 촬영 구성안 작성, 편집 구성안 작성, 사전 인터뷰 등 수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이 기간 동안 저희가 수행하는 노동에 대한 임금인 ‘기획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습니다. 아예 주지 않거나, 절반인 50%, 많이 책정해도 80%에 불과합니다. 약속된 기획료를 지급조차 하지 않는 회사도 많습니다. 이럴 경우 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면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사건 접수조차 거부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프로그램 제작 중에도 체불과 미지급은 여전합니다. 특히 외주제작사의 경우 대부분 재정구조가 불안정하여 체불 사건이 빈번합니다. 지난해 저희 조합원들이 겪은 사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작가 폭행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여기에 대해 문제 제기한 저희 조합원들은 최대 9주 치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작가진 교체를 당했습니다. 당시의 체불 임금은 2,600여만 원. 피해 작가들은 노동청에 임금 체불 진정을 넣었지만 노동청은 노동자성 입증을 피해자인 작가들에게 물었습니다. 제작사 대표는 본인은 관계가 없다며 발을 뺍니다. 더불어 노동청은 임금을 떼인 억울함을 호소하는 작가에게 ‘노동청은 돈 받아주는 곳이 아니다’라는 막말을 시전하였고, 최종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로 내사 종결하며 사건 자체를 무산시켰습니다. 

임금 체불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면 그들은 저희를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방송작가는 근무시간이 정해지지 않고 재택이 포함돼 근무시간을 특정하기 어렵다.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노동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노동자성의 인정 범위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택위탁집배원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인정받은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9.4.23. 선고 2016다277538 판결). 

또한 노동청은 ‘작가들의 보수가 기본급 없이 회당 편페이로 지급되는 것’을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2021년 고용노동부가 실제로 방송작가 근로감독을 시행해 노동자성을 인정한 결론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당시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작가들도 기본급 없이 편페이로 보수를 지급받고 있었습니다.

끝으로 노동청은 작가들이 작성한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작가표준집필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들어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작가들을 제외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형식 지표만 반영한 게으른 판단입니다. 노동청 판단의 근거가 되는 조항, ‘프로그램의 2차 이용에 대해 사용료(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은 저연차 작가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조항입니다. 체불을 겪는 작가들은 대부분 저작권 신탁기관인 작가협회의 등록 요건 중 연차 기준에 미달하는 저연차 작가입니다. 때문에 청년 노동자들은 방송현장에서 가장 기층의 노동을 떠맡으면서도 정작 체불이 닥치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노동청은 지금까지도 방송노동계에 대해 협소하고 기계적인 입장만 일관하고 있습니다. 저희 방송작가지부는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2024년 국회 국정감사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방송 프리랜서의 체불‧미지급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노동청 질의를 진행하였으나 서면답변으로 갈음되며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습니다. 노동청은 현재 서면답변조차 전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들은 저희 방송작가들을 3.3% 사업소득세를 떼는 사업소득자로 규정합니다. 이로써 4대 보험, 산재보험 등 기본적인 노동자 보호장치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꿈꾸는 대선후보라면 K-콘텐츠 제작 이면에 ‘노동자의 기본권이 패싱 되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근로기준법에서 프리랜서를 솎아내지 않고,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사회안전망의 그물을 고르게 드리우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선영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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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프리랜서" 노동권 보장을 위한

21대 대선 정책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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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5.5.14(수) 11시
○ 장소 :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
○ 주관 : “3.3 프리랜서” 노동권 보장 네트워크

○ 제안 : 권리찾기유니온, 방송작가유니온, 청년유니온,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 공동주최 :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9호선지부, 광주청년유니온, 금속노조 서울지부 수입자동차지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SK쉴더스노동조합,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동지역지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남동지역지부 아이코리아지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삼성에스원노동조합,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노조 KSNET지부, 전국사무금융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성교육활동가협회(준),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화섬식품노조 대현지회, 전국사무금융노조 한국오라클지부

 

<기자회견 순서>
○ 여는 발언

- 정진우(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 ‘3.3 프리랜서’는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회복할 노동자입니다.
○ 당사자 발언
- 김인식(삼성화재애니카지부 지부장) : 직업의 종류 차별 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4대보험을!
- 박선영(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 : 잔인한 평화에 안주하는 노동청, 방송작가 패싱이 당신들의 지침입니까?
- 이한(전국성교육강사협회(준) 공동대표) : 제도 밖에 놓인 프리랜서 노동의 현실
- 이창배(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 대리운전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보장하라!
○ 정책요구안 발표 : 남우근(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