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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권을 빼앗긴 노동자들과 대통령선거의 끝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5-05-08 09:59
  • 348회

 

“대선이 잘 끝나면 우리도 노동권이 보장될까요?”

 

공동법률구제에 참여한 당사자와 대화하다 보면 편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접하게 된다. 선거와 결부된 건 특히 그렇다. 후보 시절의 약속이 당선 후에 실종되거나 뒤집히는 흑역사가 반복되니 선거 이후를 전망해 답하는 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 지지하는 후보를 되묻지 못했는데, 자신의 빼앗긴 권리와 ‘대선이 잘 끝나는 것’을 연결해 따져 보는 물음은 그 자체로 반갑다. 미처 즉답하지 못했으나, 우리의 삶과 노동이 바뀔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내는 것이 ‘잘 끝내는 대선’이라 생각한다고 전해주련다.

 

후보 등록을 앞둔 언론의 메인 기사는 후보별 지지율 등락과 단일화 여부가 차지하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험지부터 찾는 후보 동정이 뒤를 잇는다. 내란과 파면이 빚어낸 대선 국면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처한 삶의 고통은 드러나지 않는다. 투표 참여자의 절대다수인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 쟁점으로 잡히지 못하는데,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조차 빼앗긴 이들의 문제는 어떻게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함께 어려운 답을 풀어내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소중한 시기다. 4대 보험 전면시행과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동의하는 제종교, 정당, 사회단체, 당사자 조직은 ‘사회연대운동 준비모임’을 구성하고,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찾는 새로운 사회연대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계약의 형식과 세금의 종류로 노동권을 빼앗긴 이들은 자신들을 ‘3.3 프리랜서’로 호명하고, ‘3.3 프리랜서 노동권 보장 네트워크’를 구성해 대선 시기 공동활동을 추진한다. 발표 내용에 대한 논의와 참여 단위 모집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선의 시작과 끝을 잇는 두 번의 공동기자회견을 소개해본다.

 

먼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14일에는 ‘3.3 프리랜서’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정책요구안에는 근본적인 입법 방향과 당면한 행정개혁 방안이 망라돼 있다. 노동자성을 함부로 부정하지 못하도록 노동자 추정제도를 도입하고,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 2조를 개정하는 것이 제도개혁의 기본 전제다. 아울러 일하는 모두를 위한 사회보험 개편을 주장하며 고용·산재보험의 직종 제한을 시급히 폐기하는 과제를 강조한다. 근로계약서가 없거나, 사업소득세를 떼이면 문전박대 당하는 낙후된 노동행정을 고발하고, 노동부 및 공단과 협력해 노동자성 오분류를 시정하는 국세청의 책임 과제도 제시할 예정이다.

 

대선 투표가 종료된 후에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해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요구서를 전달하는 활동을 추진한다. 근로기준법을 빼앗긴 노동자들이 참여해 자신의 요구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계약의 형식과 세금의 종류가 위장돼 근로기준법을 빼앗긴 ‘3.3 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 2조 개정이 필수다. 근로기준법 11조의 차별조항 폐지는 사업장 규모로 근로기준법의 핵심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급한 과제다. 여론조사에 등장하는 후보 중에 이 문제를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이는 없다. 헌법이 명시한 근로기준법의 도입 취지를 대놓고 부정하지 못하니, 흔히 후보자에게 행해지는 공개 질의는 어감 차이를 드러내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래서 21대 대통령이 입법과 행정개혁을 온전히 실행하게 할 사회적 힘을 모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 발표와 공동의 활동으로 우리의 요구가 온전히 실현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답하기는 어렵다. 유력 후보들의 근본적 인식이 바뀌는 걸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 천만 넘는 차별 피해 당사자는 저마다 한 표 찍는 유권자로 치부된다. 대선 이후, 차별의 장벽을 더욱 악용해 기득권을 유지 강화할 거라는 우려도 많다. 어떻게 대선을 잘 끝낼 것인지 제대로 답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회적 힘을 모아내는 주인공으로 우리의 존재와 가치를 바꾸어내는 것. 소중한 몸짓이 널리 전해져 당당하게 현실의 무대를 바꿔내는 주어가 되는 것. 더 많은 이들이 답을 만드는 주인공으로 반갑게 만날 것을 소망한다.

 

[사진] 2025 노동절 근로기준법 캠페인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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