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떼이는(원천징수 세율 3.3%) 이들을 ‘3.3 노동자’라 이름 짓고, 노동자성을 회복하는 법률구제 활동을 시작한 지 4년이 됐다. 그새 3.3 노동자의 수는 해마다 50만명 넘게 늘어나 847만 명(2022년)을 넘어섰고, 이 추세대로면 새해에 1천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3.3 위장고용이 근로기준법을 회피하는 노무관리의 대세가 된 시대다. 음식점에서 물류센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으로 확산되는 이유를 다시 짚어본다. 권리찾기유니온은 3.3을 선택하는 사용자의 시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왔다. 4대 보험 가입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합법적 노무관리와 비교할 때, 가짜 3.3의 사용자는 자신에게 매우 유리하고 간편한 수법으로 인식한다. 직원의 고용 방식을 사용자들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채용과정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도 위험부담 없이 무조건 3.3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짜 3.3 유형 중 법적으로 노동자성을 부정하도록 특수한 고용형태를 도입한 C형(사장님위장형)을 제외하면, 적발된 사용자의 패소 가능성이 크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A형(무작정형)과 계약형식을 위장한 B형(이상한 계약형)은 법원에 가지 않고도 노동자성 회복이 가능한데, 최근 급증한 3.3의 대다수가 여기에 속한다.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법적 책임과 금전 보상에 대한 위험을 갖게 된다.
이런 위험은 어느 정도의 부담으로 작동될까? 3.3이 급증하는 현실로 미뤄 볼 때, 대체로 사용자들은 해당직원이 법률구제에 나설 가능성을 미미하게 받아들인다. 함께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통해 계속해 얻는 이익도 크다. 결국, 가짜 3.3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낮고, 적발되더라도 최소한의 피해에 그치고, 이후에도 3.3을 지속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재의 고용 환경이 유지되는 게 필요하다.
가짜 3.3 공동법률구제는 이러한 기대를 깨뜨리려는 이들의 자구책이다. 권리찾기센터를 찾는 이들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유형에 맞는 법률구제 방법을 정한다. 노동자성 입증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지만, 당사자가 짐작하는 것보다 승소율이 매우 높다. 이행명령을 거부하는 대기업을 만나 법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승산 없음을 인지한 사측은 피해를 줄이려 법적 분쟁을 포기하고 합의로 종결하려 한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법률구제에 나선 수백 명의 숫자는 사용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갖더라도 이곳저곳 전전해 권리찾기센터에 도달할 확률은 기적에 가깝다. 하필이면 법률구제에 나설 법한 이를 직원으로 채용한 사용자는 자신이 재수가 없었던 것으로 치부할 만하다.
[자료] "4대보험과 3.3" 근로기준법 권리찾기 3.3노동자 권리찾기교과서 24p
3.3을 사용해 발생하는 위험은 어떻게 커질 수 있는가. 법률구제 참여자가 수십만명으로 늘어난다면, 대놓고 3.3으로 채용한다는 공고부터 사라질 것이다. 3.3의 급증 양상에 제동이 걸려도 법적 시비에 대비하는 전문적 노무관리는 성행할 것이다. 4만명을 적발한 쿠팡 물류캠프의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중간 도급업체로 신고와 책임을 우회하는 3.3의 간접고용 전략에도 주목해야 한다. 대대적인 전수조사와 더불어 대표 업종에 대한 선제적 근로감독이 수반돼야 할 이유다. 근로기준법 2조를 통해 노동자성 부정의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는 것도 가짜 3.3의 위험부담을 크게 해 위장고용의 동력을 소멸시키려는 대안이다. 근본대책으로 국회와 정부가 시급히 화답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847만의 숫자는 이를 반영한 지표다.
홍보성 제목을 대놓고 걸었다. 공동법률구제로 가장 많이 회복한 권리는 퇴직금이다. 재직 중에 나서기 어렵다 보니, 해고되거나 직장을 그만둘 때 비로소 문제 해결의 길을 찾게 된다. 퇴직금조차 없이 실직으로 내몰리게 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법률구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3.3 노동자도 퇴직금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게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위험 감수해 얻을 이득보다 더 큰 손실과 처벌을 자각한다면? 불법을 포기하는 공포가 된다. 빼앗긴 이들이 손쉽게 나설 수 있다면, 저들의 두려움은 현실이 될 것이다.
글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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