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22일 공포됐다. 개정안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행정기관에 과세정보를 요청해 제공받을 수 있는 조항(102조의 2)이 신설됐다. 이 조항은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권리찾기유니온과 협력해 발의했지만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이번 국회에서 재발의돼 비로소 의결됐다. 새 법률의 공포에 즈음해 과세정보를 연결하는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도입된 취지를 짚어본다.
신설된 근로기준법 제102조의 2
특정 사업장의 고용·산재보험 미가입 실태를 확인하려면 무엇보다 사업소득세 납부자 정보가 확보해야 한다. 사업체가 신고한 보험 가입자 정보는 근로복지공단이 보유하고 있지만, 미가입자에 대한 정보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의무가입 대상자를 누락시킨 걸 사업주가 순순히 제공할 이유가 없고, 당사자 제보가 없으면 단속도 어렵다. 국세청이 보유한 사업소득세 자료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걸까?
사업소득세 납부자가 850만을 넘어선 시대에 ‘가짜 3.3’으로 일컬어지는 위장고용 수법이 그 열쇠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3.3에 대해 “4대 보험 대신 3.3%(사업소득세 원천징수 세율) 떼이는 노동자”로 설명한다. 당사자에게 익숙한 접근이다. 4대 보험 회피하려고 ‘3.3’으로 처리하거나, 3.3으로 위장하려고 4대 보험을 누락시키거나 사업주가 국세청에 3.3으로 신고한 자료는 같은 결과를 만든다. 사업소득자 명단은 4대 보험이 누락된 직원을 찾아내는 명부가 된다.
최근에 공단이 쿠팡의 물류캠프에서 고용·산재보험 미가입자로 4만명을 적발한 전수조사는 이 과정을 잘 설명해 준다. 캠프별 관리업체들이 평소에 신고한 사업소득자 자료를 국세청이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런 대규모 조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사업주의 자백이나 당사자의 법률대응에 수동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각 행정기관은 어떻게 협력해 대처할지 깨닫는 기회였을 것이다. 정부가 개과천선할 역할은 4대 보험 미가입과 가짜 3.3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3.3 정보를 행정기관 사이에 연결해야 한다. 3.3 신고가 결과적으로 위법행위의 자백임을 사업주들이 인지하게 된다면, 노동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사업주들이 즐겨 찾는 카페에는 소속 직원의 4대 보험 가입을 선택할지, 3.3으로 처리할지 묻는 게시글이 넘친다. “믿을만한 알바면 3.3으로 하세요”라는 식의 답변이 자주 등장한다. 3.3으로 해도 괜찮다 해 놓고서 나중에 근로기준법 주장해 적발되면 오히려 손해를 당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말 바꾸기 안 할 만큼 착하게(?) 생겼는지 관상을 봐야 하냐는 씁쓸한 자조도 섞인다. 4대 보험과 3.3의 갈림길에서의 선택을 들여다보면 사업주가 두려워하는 실체도 확인할 수 있다. 당사자가 어떻게든 제보하면 문제가 되지만, 공적 기관의 개입은 그다지 걱정할 필요 없다. 4대 보험 누락 건에 부과되는 소소한 과태료나 위법행위를 삼가라는 통지서 따위는 이를 포기할 이유로 언급되지도 않는다.
자신의 위법행위가 공적 정보로 제공되는 것은 채 상상하지 못한 공포다. ‘근로기준법 102조의2’가 사업주들에게 끼칠 변화의 시작이다. 법률 시행을 1년 앞두고, 정부가 수행할 첫 과제는 친절한 안내문이다. 노동자를 3.3으로 신고하면 결국 적발될 수밖에 없다는 것부터 알려야 한다. 3.3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한다는 쿠팡의 발표 후에도 동종 물류산업의 대표 기업들은 3.3 채용 공고를 버젓이 공지한다. 사태 파악이 안 되거나, 정부가 생색만 낼 거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가 경기도의 대형 물류센터에서 직접 입수한 일용 근로계약서에서도 드러난다.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연장근로에 동의한다는 서명 조항이 있고, 그 밑엔 사업소득 3.3%를 징수해 세무서에 신고한다는 조항이 버젓이 병기됐다. 정부를 우롱하는 ‘대놓고 가짜 3.3’이다.
‘가짜 3.3’으로 고용하면 호되게 당한다는 사실부터 알려야 한다. 정부에 물류산업부터 전수조사 들어가라고 지겹도록 반복했다. 이제 3.3 제보센터에 접수된 시민 제보를 상시 제공할 테니 대놓고 ‘가짜 3.3’ 고용하는 업체들에 대해 즉시 근로감독을 실시하라. 새로 단장한 근로기준법의 공포를 자축하며 친절한 마음으로 조언한다.
글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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