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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3 제보센터가 연결하는 천만 개의 봉우리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4-09-26 16:15
  • 411회

 

지난 5일 3.3노동자와 각계 대표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3.3 제보센터’를 개막했다. 천 일 넘게 펼쳐진 ‘3.3노동자 공동법률구제’의 주인공들이 권리찾기운동의 새로운 막을 연 것이다.

 

‘근로기준법 바깥’에서 인간 이하 취급당하는 이들은 낯선 무대에 올라 자신이 당하는 현실을 또렷이 증언했고, “노동자인데 노동자 아닌” 가짜 3.3 위장 고용을 적발하는 제보센터가 왜 개설됐는지 알리는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노동자성 은폐 확산을 막아내는 대안의 하나로 “노동자성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근로기준법 2조 개정안의 취지가 거듭 소개됐다. 다양한 목소리는 근로기준법 사회연대운동을 새롭게 펼쳐내자는 제안으로 합쳐졌고, 개막 테이프를 자른 이들의 기념사진에는 “노동자의 이름으로 모두의 권리로”라는 개막 메시지가 새겨졌다.

 

개막 후 20일, 제보센터는 그다지 분주하지 않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3.3노동자수는 여전히 셀 수 있을 만큼이다. 선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큰 사업장의 몇몇 노동조합이 재정 연대를 실천하며 대중 광고를 실현해 보겠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사진] 찾아가는 3.3 노동상담소 (24.9.26 안산 ㅇ물류센터 인근)  

 

부천·의정부·안양·안산을 이은 ‘찾아가는 3.3 노동상담소’는 제법 활기가 있다. 3.3노동자가 대규모로 출퇴근하는 경로에는 잠시 특별한 시공간이 만들어진다. “4대보험 없이 일하시나요?”가 큼지막하게 적힌 안내문을 발견하고, 눈빛과 표정이 바뀌는 이들이 있다. 노조 뉴스나 거리에 게시된 노동상담 광고와는 다른 무언가가 닿는 듯하다. 주변에 아파트형 공장이 밀집해 있고, 숱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여기에서 4대 보험이나 근로기준법 없이 일한다. 지역 현장의 법률전문가가 전해준 정보다. 교감에서 소통으로 나아갈 통로는 그곳에 없지만, 누가 어디에서 이것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① “사내에 3.3 계약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있어요.”

② “하청업체 직원들이 3.3으로 들어와요.”

③ “평소에 3.3을 사용하는 ○○업체를 알아요.”

④ “○○업체가 3.3% 공제한다는 채용공고를 냈어요.”

⑤ “3.3 고용을 유도하는 컨설팅 광고를 발견했어요.”

⑥ “제가 3.3으로 4대보험 없이 일합니다.”

 

제보센터 참여를 권유하는 여섯 개의 통로다. ⑥은 3.3노동자가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는 당사자고, 나머지는 제3자의 정보제공이다. 그간의 당사자 법률구제 지원활동을 토대로 노동현장의 모든 구성원과 시민들의 협력 활동으로 확장해 나가자는 제안이다. ①사업체 내 3.3노동자와 ②하청·도급업체의 3.3노동자의 통로에서는 역시 노조 역할이 중요하다. 쿠팡에서 대규모 적발이 이루어져도 3.3 채용공고가 횡행하는 지경이니 시민들과 구직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제보④)가 절실하다. 3.3 노무컨설팅 적발(⑤)은 관련 업계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이 문제를 잘 인지하고 있는 세무·법률 분야 관련 협회가 주체적으로 나서줄 것이라 기대한다. 대규모 제보 업종을 대상으로 ‘4대보험 미가입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상습적 악용 기업에는 근로감독 시행으로 대응한다. 피해 당사자에게는 상담과 법률구제를 지원한다.

 

문전성시가 아니라고 조급해하지는 않다. 정부기관과 지자체가 고용·산재보험을 회피하는 위장 수법을 인정하고, 가짜 3.3노동자를 공식 용어화하고 협력사업으로 채택하는 데 4년이 걸렸다. 가입 고객이 2천만 명을 돌파했다는 3.3 환급대행업체의 홍보전략을 벤치마킹할 슬기로움도 필요하다. 1구좌를 3만3천원으로 설계해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시작하는 기획은 사회적 연대의 소중한 마중물을 채우는 것이다. 홍보영상 제작에 동참하겠다는 전문단체와 문화예술가들의 반가운 응답이 때마침 전해진다.

 

출발점을 짚어보며 ‘천만 개의 봉우리’를 제목으로 사용했다. 춘의역과 명학역, 물류센터와 식당가에서 얻은 교감을 뾰족하게 전할 재주가 부족하니, 제목이 주는 영감을 활용해 본다. 3.3이 이렇게 많은데도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 것이냐고 한탄한 어느 3.3노동자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3.3 제보센터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천만 개의 봉우리를 세상 속에서 연결하는 이들이 그 답을 만들어낼 것이다. 제보센터의 여섯 개 통로가 경험과 지혜, 교감과 소통이 어우러지는 활기찬 연대의 시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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