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성명서를 작성할 때, 일단 환영한다는 덕담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미흡하더라도 늦게나마 전향적인 방안이 포함되면, 정부와의 사이에 기대와 불만이 엉킨 상황이 나름대로 투영된다. 권리찾기유니온이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서는 이런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전개된다.
지난 6일, 근로복지공단은 “가짜 3.3 사업소득 신고 근절을 위한 실태조사와 고용·산재보험 가입촉진 집중캠페인을 실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가짜 3.3의 확산 정황과 대표 업종의 근로감독 등을 주제로 수년간 대정부 채널이 가동되고 있지만, “4대보험과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노동실태”에 대해 정부기관이 이를 ‘가짜 3.3’ 문제로 짚어 공식 입장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향적인 태도로 충분히 환영할 만하다고 여길 수 있다. 기대와 환영 같은 단어가 채 끼어들지 못한 것은 관련 기사로 드러난 시민 반응 덕분이다.
“비일비재한 작금의 문제를 정녕 고용노동부만 몰랐단건가?”
공감 1순위로 오른 댓글을 성명서 본문의 소제목으로 인용했다. 환영한다는 반응은 아예 없다. 노동의제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노동조직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는 분위기도 아니다. 법률상담팀의 진단에 따르면, 댓글을 쓰거나 공감한 이들 다수가 3.3 당사자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취약한 노동의제 중 그나마 ‘5명 미만 사업장’ 문제는 간헐적으로 다루어지나, 847만명(2022년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신고현황)에 달하는 3.3 노동자의 현실은 언론 기사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게다가 권리찾기유니온이나 법률단체가 송고한 기사가 아닌, 정부기관의 공식 발표를 접한 것이다. 당사자들과 종일 대화하는 담당부서 의견에 대입해본다. 가짜 3.3 문제를 늦게나마 인정하고, 나름대로 대책을 발표하기 시작한 정부의 태도에 대한 피해 당사자들의 반응으로 읽는다.
소수의 반응에 기대지 않더라도 공단의 이번 발표가 관련 당사자나 업계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가짜 3.3을 애용하는 사업주들에게는 어떤 신호로 전달되고 있는지도 점검해 본다.
“직원을 고용할 때 4대보험 가입시킬지, 3.3% 적용할지 고민되실 겁니다. 3.3으로 하면 4대보험 가입의무 없어지고, 인건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비용만 줄이는 게 아니라, 퇴직금은 물론이고 근로시간이나 근로기준법 적용 걱정 없이 사업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사업주들이 즐겨 찾는 커뮤니티와 노무·세무관리 업체 블로그에 버젓이 게시되고 있는 안내 문구다. 속단할 수 없지만, 이런 수준의 공개적인 불법 컨설팅은 일단 후퇴할 것으로 기대한다. ‘4대보험 미가입’은 부작위에 불과하니 적발하기 어렵지만, 3.3 신고는 정부 기관이 보유하는 공적 정보로 축적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가짜 3.3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관련 업체와 사업주들에게 “이 정보를 활용하여 위장고용과 불법행위를 뿌리째 뽑겠다는” 강력한 경고로 전해질 수 있다면 말이다.
‘4대보험 미가입’이 노동자성을 빼앗고 있다는 (부작위)신호이면, ‘가짜 3.3’은 노동자 아닌 척 위장고용한다는 (작위)신고라고 할 수 있다. 공단의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실태조사나 집중캠페인 같은 사업방식은 아니다. 가짜 3.3으로 신고하는 목적이 “4대보험과 근로기준법 적용 회피”라고 시인한 것이다. 사업주들에게 저렴하고 간편한 노무관리로 손쉽게 안내되는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정부의 공식 확인이 이뤄졌다.
5월은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달이다. 천만명 넘게 가입했다는 3.3 환급대행업체가 광고를 쏟아내는 기간이다. 가짜 3.3 근절의 집중 기간으로 운영하겠다는 공단의 5월은 이렇게 시작됐다. 세금 종류로 노동권을 침해당한 노동자들에게 이번 5월은 어떤 달이 될 것인가? 많은 이들에게 환영과 불신,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시간임에는 분명하다. 유일하게 당사자 입장을 표명한 성명서에는 기대나 환영 대신 정부의 책임과 사회적 과제가 새겨졌다. 노동부와 국세청은 가짜 3.3 전수조사 시행으로 답할 수 있다. 가짜 3.3의 역설이자 반전이다.
글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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