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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쿠팡캠프 전수조사, 물류산업 전체로 확대해야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4-04-22 16:53
  • 921회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5일, 쿠팡캠프의 산재포기 각서와 사회보험 미신고 관련 보도에 답하는 언론자료를 공지했다. 위탁업체를 조사해 산재·고용보험 미신고 사실을 확인하고, 미납 보험료에 이어 과태료도 부과 예정임을 알렸다. 아울러 쿠팡의 배송위탁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위법 적발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 했다. 또한 국세 소득자료를 활용해 미가입 근로자들을 발굴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대응방침을 내놓았다. 쿠팡캠프의 4대 보험 미가입과 가짜 3.3 문제를 제기한 지 2년 만에 이뤄지는 전수조사 소식이다.

 

“분류작업에 종사하는 대다수를 4대 보험 없이 고용하는” 쿠팡의 지역캠프가 노동부에 고발된 날은 2022년 3월28일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전북지역 노동단체와 협력해 쿠팡캠프의 위장 고용과 위법 실태를 공개했다. 당사자 제보로 시작한 지역사회 협력 대응이 행정조치로 이어진 소중한 출발이다.

 

제주지역 캠프에서 산재보험 포기각서를 강요해 온 사실이 공개된 시기는 2023년 9월이다. 각서에는 추후 실업급여와 산재급여를 청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1천500명이 넘는 인원의 고용·산재보험 미신고가 적발되고, 근로자명부와 임금명세서 없이 임금과 휴일 같은 기본적 권리가 침해된 실상도 드러났다. 이후 다시 김포와 인천지역 캠프에서 고용·산재 미신고로 3천698건이 적발됐고, 대규모 위장 고용이 전국적으로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졌다.

 

[사진]  제3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 최악의 기업 발표

 

 

결국 쿠팡은 올해 ‘제3회 가짜 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가짜 3.3 최악의 기업’으로 선정된다. “지속적인 적발에도 불법적 노무관리를 포기하지 않는 쿠팡의 가짜 3.3 실태”를 선정 취지로 발표하고, 모든 캠프에 대한 전수조사와 전면적 근로감독을 요구했다. 행정조치가 이어지나 블랙리스트 파동에서 보여지듯이 쿠팡의 대응 태도는 가관이다.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를 열겠다며 곳곳에 물류센터를 신축한다는 보도자료에는 이를 지방 고용위기와 연결하는 홍보력을 과시한다. 직원 6만명 중 청년 비중이 2만명 이상이라며,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층이 지방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내세운다.

 

쿠팡이 우선 답할 것은 위장 고용과 불법 노무관리에 대한 입장이다. 지방에서 일하는 청년은 4대 보험과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것을 감수하라는 것인가? 최근 게시된 채용공고도 여전히 그대로이니 행정조치 정도는 감수한다는 신호인가? 위탁업체나 인력공급사가 책임지면 된다는 것인가?

 

쿠팡캠프 전수조사에 즈음한 사회적 과제를 짚어 본다. 4대 보험 미가입 실태조사를 토대로 “가짜 3.3이 만연하는 6대 산업 분야”를 발표한 바 있다. 쿠팡이 대표 기업인 물류산업도 그중 하나다. “ㅇ스토어(용인센터), ㅅ커피(이천센터), ㅇ편의점(포천센터)”과 같은 유명 회사들의 채용공고에는 쿠팡캠프와 유사한 내용이 버젓이 적혀 있다. 당사자 상담으로 알려진 바로는 단일품목(의류 등) 물류센터와 지역 유통업체의 노동조건은 더욱 취약하다.

 

사회보험을 회피하는 위장 고용은 어떻게 가능한가? 판례에도 등장하듯이 무엇보다 ‘사업주의 우월한 지위’ 때문이다. 각서를 거부하는 이는 쓰지 않으면 되고, 맘대로 쓰다가 걸리적거리면 버리면 된다. 취약한 조건에 처한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잦은 퇴직, 위험한 일자리를 감수해야 한다. 사측은 가짜 3.3에 순응하지 못하는 이들, 결과적으로 다시 사용하지 않을 이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시도한다. ‘블랙리스트’의 본질이다. 과태료 정도를 넘어 사측이 항복할 수준의 사회적 대책과 실질적 타격이 없다면 ‘가짜 3.3 노동체제’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가짜 3.3 800만 시대를 극복하는 사회적 대응이 절실한 이유다. 산업별 대책에서 물류산업은 특히 시급하다. 쿠팡으로 시작한 전수조사를 물류산업 전체로 확대하는 것을 미룰 수 없다. 검수·상하차·집품·피킹·포장·분류·입고·진열은 물류산업 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이자 사측이 모집하는 가짜 3.3 채용의 이름이다. 이들이 노동자의 이름으로 자신의 권리를 회복해 나갈 사회적 협력이 필요하다. 당사자가 손쉽게 참여하는 공동법률구제를 시작으로, 모두의 권리에 응답하는 새로운 사회적 연대를 소망한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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