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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 주인공들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4-03-15 14:57
  • 1,244회

 

3월3일은 ‘납세자의 날’이다. 해마다 이날이 돌아오면 ‘납세자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국세청은 국민 납세의무를 독려하겠다며 각종 세금을 모범적으로 납부한 이들을 선정해 표창장을 수여한다. 권리찾기유니온과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3월3일을 ‘가짜 3.3 노동자 날’로 정하고, 3.3의 이름을 내세운 또 다른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세금의 종류인 사업소득세로 위장해 근로기준법을 빼앗긴 노동자들의 현실을 조명하는 취지다. 올해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제정일인 3월13일로 변경해 세 번째 기념식을 열었다.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존재 이유를 따져 묻고, 모두의 권리로 함께 나아가자는 취지를 새롭게 담았다.

 

 

자신의 사업으로 소득이 발생한 이는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타인의 사업에 근로를 제공해 소득이 발생한 이는 이름 그대로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맞다. 상식을 벗어나 노무관리와 비용처리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업에 사용하는 근로자를 사업자로 둔갑시키는 것이 바로 ‘가짜 3.3’이다. ‘삼쩜삼’은 각 회사의 사업주가 소속 직원 중 사업소득으로 신고할 이에게 원천징수하는 세율이다. 가짜 3.3은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를 특수하거나 자유로운 고용형태로 취급해 노동자성이 감추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올해 열린 세 번째 기념식에서는 그동안 힘차게 펼쳐온 노동자성 회복 투쟁의 성과를 공유하며 권리찾기운동의 사회적 연대를 더 튼튼히 확장하는 취지를 내세웠다. 이러한 의미를 담고자 추천 공모와 심사위원회 논의가 진행됐고, 다양한 부문의 주인공들이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먼저 호명된 이들은 가짜 3.3 공동법률구제에 참여한 당사자다. “가짜 5명 미만으로 위장된 사업장에서 가짜 3.3으로 이중의 차별을 당하던” 호텔노동자들과 “25년 일한 일터에서 퇴직금 없는 3.3으로 위장 전환된” 봉제노동자가 권리찾기응원상의 주인이 됐다. 호텔에서 근무한 김수찬 수상자는 3.3으로 위장돼 일하다 퇴직금을 회피하는 사업주의 권고사직을 거부하다 해고당했다. 같이 해고된 동료와 함께 용기를 내 권리찾기유니온의 가짜 3.3 공동법률구제에 참여했고, 다행히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가짜 5명 미만 위장과 부당해고구제신청 모두 인정됐다. 봉제 사업장에서 25년 넘게 일한 박봉자 수상자는 정년을 앞두고 3.3으로 위장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4대보험 없는 사업자로 둔갑시켰으니 퇴직금을 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힘을 합쳐 함께 싸우기로 했고, 마침내 법률지원을 통해 퇴직금과 밀린 수당을 받게 됐다. 고연령의 취약한 조건을 악용하는 사업주에게 굴복하지 않고, 빼앗긴 권리를 되찾은 주인공이 된 것이다.

 

[자료]  제3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 사회연대 메시지

 

권리찾기 당사자들의 든든한 동반자들도 이어서 무대에 올랐다. 가짜 3.3 실태조사를 심층보도하고, 쿠팡의 사회보험 포기각서와 가짜 3.3 위장고용 의제를 부각시킨 조해람 기자가 언론활동상을 수상했다.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가짜 3.3도 노동자”라는 판결을 이끌어 낸 타다 드라이버 법률대리인단이 법률활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초의 배달라이더 노동조합에서 4대보험과 최저임금 등 모두의 권리를 선도하는 노동조합으로 도약하고 있는 라이더유니온은 노동조합활동상을 받았다. 사회연대활동상을 수상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의 상패에는 “가려진 노동을 비추는 연대의 빛”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실천하고 있는 녹색병원은 특별상의 주인공이다. 의료기관의 가짜 3.3을 없애는 선도자가 돼 사회연대 의료운동의 특별한 시작을 더 크게 만들자는 시상위원들의 기대가 보태진 결과다.

 

[사진]  제3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 상징행동

 

가짜 3.3으로 위장돼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노동자가 800만을 넘어섰다. 가짜 3.3 천만시대를 거부하는 용기와 특별한 실천이 절실한 때다. 위장과 차별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이들의 소리를 제대로 듣는 것부터 실천해 보자. 노동자의 이름으로 빼앗긴 권리를 찾아 나선 오늘의 주인공들에게 다시 힘차게 축하와 연대의 박수를 전한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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