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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대보험 대신 3.3% 떼는 7,878,928명의 이름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4-01-19 16:08
  • 935회

 

국세 통계에 의하면 ‘거주자의 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현황’(2021년)으로 집계된 총인원은 787만8천928명이다. 명칭대로라면 해당 사업체(징수의무자)에 의해 사업소득세(소득의 3.3%)가 원천징수되는 사업소득자의 숫자다. 이들은 2011년(327만7천898명)에 비해 2.4배 늘어났다. 전년대비 83만명이 더해져 연간 증가율(11.9%)도 두 자릿수가 됐다. 이런 추세로 후속 통계가 나오면 ‘3.3 천만시대’ 정도가 기사 제목으로 붙을 것이다. 첫 칼럼의 제목은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 관련 숫자다. 이 숫자의 정체를 따져 묻는 것이 ‘차별없는 세상 속으로’ 향하는 중요한 관문이라는 판단이다.

 

[표] 거주자의 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현황(국세청)

 

(질문) “사장님이 이번 달 입사한 직원들을 3.3으로 처리하라는데, 업종코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변) “기타 자영업으로 하시면 됩니다”

 

사업주들이 즐겨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등장하는 질문과 답이다. ‘기타 자영업’(코드 940909)에 대해 국세청은 “분류되지 않는 기타 자영업으로서 독립된 자격으로 고정보수를 받지 아니…”라고 설명한다. 질문 내용에는 다양한 업종과 고용형식이 등장하나 답변은 간단하게 하나로 통한다. 이 만능코드도 숫자로 따져 보자. ‘기타 자영업’으로 신고된 숫자는 397만1천891명이고, 10년 전(56만793명)에 비해 7배가 늘었다. 전체 중 ‘기타 자영업’ 비율은 17.1%에서 50.5%로 폭증해 절반을 넘어섰다. ‘1인미디어 콘텐츠창작자’와 같은 코드를 도입해도 기존의 업종분류로 규정하기 어려운 새로운 노동형태 등장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3.3 신고하면 인건비 처리돼요. 나중에 실업급여 받겠다고 말 바꾸면 골치 아파질 순 있어요. 믿을만한 알바면 원천세 신고가 효율적이죠”

“근로계약서 대신 고용계약서로 3.3 하면 된다는 말이죠?”

 

한마디로 믿을만하면 효율적인 ‘삼쩜삼’이다. 어느 삼쩜삼 환급대행 업체는 가입자가 1천900만을 돌파했단다. 모든 산업으로 ‘3.3 고용’이 대세가 된 세상을 상징하는 광고다.

 

“오늘 근로계약서 썼는데, 4대보험 대신 3.3 뗀다는 게 있어요. 실업급여나 퇴직금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3.3 떼이는 이들이 접속하는 온라인 공간에 자주 보이는 질문이다. 계약형식 관계없이 근로제공의 실질을 따져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답한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는 우월한 사용자가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니 이를 근거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흔히 인용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노동자로 인정될까? 위장유형과 입증자료에 따라 다르다. ‘근로계약하고 3.3 신고하는 A형’(무작정형)은 적극적인 노동행정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부당한 대우에 맞서기 어렵다. ‘실질은 근로계약이나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한 B형’(이상한 계약형)은 장기·고비용 소송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입증자료 문제로 권리구제를 포기한다. ‘전문적인 노무관리와 특수한 고용형태가 도입된 C형’(사장님 위장형)은 개별 대응으로 노동자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향적 판결 추세에도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고, 노동자 아님은 사업주가 증명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근로기준법 2조 개정안은 국회 자료실에 갇혀 있다.

 

세금의 종류 따위로 근로기준법과 노동자성을 삭제하는 비참한 시대를 끝내기 위해 집요하게 따질 것이 있다. 숫자로 확인했듯이 비용처리의 효율성과 간편함이 3.3 노무관리를 대세로 만들었다. 비대해지는 ‘기타 자영업’ 숫자는 수만 업종 중 몇몇 개를 노무제공자 코드로 찍어내는 황당한 정책을 조롱한다.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식 분류법은 노동권 없는 노동력 사용법을 제도화한다. 가짜 3.3 천만시대를 극복하는 반격의 서막을 3.3 사용자들이 일러준다. 믿을만하면 사업소득자가 되고, 권리를 찾아 나서면 노동자가 될 수 있다. 여전히 사회적 장벽에 갇힌 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빼앗긴 권리를 되찾는 연대의 이름이다. 세련된 별명이 아니라 차별 없이 누릴 진짜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