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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루노동자 노동자성 쟁취 승리선언의 의미와 과제 | 칼럼

  • 정진우
  • 2023-08-25 13:48
  • 2,760회

 

7월 14일, 전국의 건설현장에서 마루를 시공하는 노동자들이 생계를 멈추고 서울로 집결하여 <2023 마루노동자 연대축제>를 개최하였다.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오후 내내 열린 이 행사의 시작은 <마루노동자 노동자성 쟁취 승리선언>이다. 참석자들은 “마루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는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마루노동자의 노동자성과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에 대한 왜곡된 논란을 종결”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①마루노동자는 건설현장에서 마루를 시공하는 노동자다. ②마루노동자는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해 제정된 모든 법제도의 적용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③마루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노동기본권 행사를 방해하는 사업주는 관련 법에 의해 처벌된다. ④노동현실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불법하도급을 폐지하고, 중간착취를 금지해야 한다. ⑤시중노임단가 직종코드를 신설하고, 적정임금 제도를 도입하여 모든 노동자에게 안정된 삶을 보장해야 한다.

 

이번 승리선언은 2022년 10월 13일, 권리찾기유니온이 마루노동자의 <가짜 3.3 근로자지위확인 공동진정>을 접수하고, 화장실마저 철수된 최악의 노동실태를 고발하며 근로기준법 권리찾기운동에 돌입한 지 275일 만에 이루어졌다. 현재 건설근로자공제회는 노동자들이 직접 신고한 자료에 따라 퇴직공제금 원상회복을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고용노동부는 상습누락업체 10개사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 중이다. 3월 29일, 살인적 노동으로 과로사한 동료를 추모하며 시공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대구의 시공자들이 국회로 올라와 과로사를 거부하는 마루노동자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4월 11일에는 한국마루노동조합에서 권리찾기유니온 마루지부로 전환하며 조직을 정비한 마루노동자들이 국회에서 불법하도급 명단과 폐지투쟁을 발표하고, 전태일다리에서 근로기준법 투쟁대회를 개최해 연대투쟁의 힘을 모아내었다.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마루노동자의 힘찬 투쟁이 이어지며 마루시공 현장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발견된다. 십여 년 넘게 일한 마루노동자도 처음 경험해보는 근로계약서 작성도 그중 하나다. 제목은 근로계약서인데 내용은 엉터리다. 급여액이 적혀 있지 않은 백지 계약서가 태반이고, 작년 최저임금액이 적시된 사례도 제보된다. 문제를 제기하고 작성을 거부하더라도 본사와 연락한 관리자들의 “사인 안 하면 임금 못 받을 수 있다”는 대응에 시공자들은 어쩔 수 없이 사인하고, 작업을 이어 나가게 된다. 연대축제 행사에 앞서 백지계약서 강요하는 대표적인 마루업체를 고발한 것은 결국 “더 이상 마루현장에 굴종은 없다”는 마루노동자들의 투쟁 선언이었다.

 

근로감독 실시 중에 불법하도급 조사결과 발표를 앞둔 마루시공 현장에는 생계 위협과 권리회복 기대가 공존하며 긴장 상태가 드세진다. 여전히 제대로 바뀌지 않는 것은 일선의 노동행정이다. 임금체불 중인 마루노동자가 피해상황을 제보하니, “근로자 아니면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는 식으로 박대한 어느 고용노동청의 통화 내용이 노조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노동자성과 관련한 왜곡된 논란을 종결하는 이번 승리선언은 ‘노동행정’과 ‘마루회사 사측’에 보내는 투쟁의 경고이기도 하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러한 승리선언의 의미를 담아 모든 마루노동자의 원전한 권리실현으로 나아가기 위해 본격적인 노동조합 조직확대 사업에 돌입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번 승리선언에 힘을 보탠 동지들에게 감사하며 모두의 권리 쟁취를 향한 사회적 투쟁으로 전환할 것을 천명하였다. 첫 번째로 건설노조 탄압 규탄 및 모든 건설노동자 권리쟁취 특별선언을 채택하였는데, 이는 건설현장 개혁을 위해 건설노조와 튼튼하게 연대하며 불법하도급 폐지와 근로기준법 전면보장으로 더욱 힘차게 나아가겠다는 다짐이다. 이어서 사고조사원 노동자의 노동자성 쟁취를 위한 활동에 협력해 함께 승리할 것을 결의하는 연대결의서를 삼성화재애니카지부에 전달하였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모두의 권리로 나아가는 마루노동자들의 당당한 투쟁에 많은 이들이 소중한 힘을 보태고 있다. 모두의 승리로 나아갈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어낼 것을 기대한다.

 

2023 마루노동자 연대축제(23.7.14 강북노동자복지관)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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