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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날..."노동자 이름과 권리찾는 반격의 서막" | 현장

  • 이주영
  • 2022-03-14 13:36
  • 3,055회

 

 

 

세금의 종류로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박탈당한 노동자들 

 

사업의 대가로 소득이 발생한 사업주는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근로의 대가로 소득이 발생한 노동자는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 생활하지만,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이들이 있다. 4대보험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3.3% 등)하는 노무관리에 의해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들(이하 ‘가짜 3.3 노동자’)이다.

 

사업소득세를 납부한다고 하면, 플랫폼노동, 특수고용, 프리랜서와 같이 특수한 이름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노무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위장하는 마법은 음식점·서비스·사무직·제조업 등 산업분류와 직업의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곳에 퍼져있다. ‘무늬만 프리랜서’라는 이름 대신, ‘가짜 3.3’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이다.

 

 

“가짜 3.3 노동자의 날” 제정

 

3월 3일은 “납세자의 날”로,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는 “각종 세금을 많이, 모범적으로 납부한 이들”에게 훈장과 표창장을 수여한다. 올해는 “제56회 납세자의 날”이었다. 한편 2022년 3월 3일에는 전태일 기념관에서는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가짜 3.3 노동자의 날”의 주인공은 세금의 종류로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박탈당한 노동자들이다.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과 ‘권리찾기유니온’은 세금의 종류로 ‘노동자’라는 이름과 권리를 박탈당한 노동자들의 존재를 알리고, 노동자성 회복 투쟁의 사회적 성과와 과제를 공유하기 위해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은 축사와 시상식,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 실행계획 발표 및 출발선언 순으로 진행됐다.

 

 

권리를 찾아나선 이들에게 '권리찾기상'을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상’ 수여식은 4개 부문으로 진행되었다. 권리를 찾는 당사자가 직접 수상자와 시상자로 참여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의 입법 제안자로도 참여한 김소연 씨는 어떠한 계약서도 작성하지 못한 채 일을 하다 구두로 해고당한 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며 분양상담사의 노동자성을 인정받기위해 싸우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큰 아웃렛에서 조리사로 일한 서진경 씨는 아웃렛 전체에서 가짜 3.3을 대규모로 활용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및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여하여 전국적인 근로감독을 이루어 냈다. 20년 가까이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해온 연보라 씨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가짜 3.3 근로자지위확인 1차 공동진정에 참여하여 방송연기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데 기여하였다.

 

법률지원 부문에는 MBC 보도국 방송작가의 노동자성 인정 및 전주KBS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이끌어낸 김유경 노무사(개인)와 최초로 플랫폼 노동자인 타다 드라이버의 노동자성 인정을 이끌어낸 민주노총법률원(단체)이 수상하였다. 노동조합 부문에는 프리랜서라고 주장하는 대구MBC에 맞서 당사자 조직을 건설하고 방송비정규직 권리찾기활동을 전개한 대구MBC비정규직다온분회와 소송과 입법운동을 통해 제화노동자들의 권리찾기 및 노동자성 회복 투쟁을 전개해온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가 수상하였다.

 

사회연대 부문에는 가짜 3.3 위장노동에 관한 최초의 지역단위 실태조사를 수행하여 지역에서 가짜 3.3 노동자를 위한 사회적 연대를 실현한 전라북도비정규직노동자센터가 수상하였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가짜 3.3 공동진정을 제기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영어강사 Joey 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음에도 사업소득세를 납부해야만 했다. 하루 6시간씩 주 3일을 근무했지만, 학원은 Joey 씨의 근무시간이 주 15시간이 되지 않는다며 4대보험 가입을 거부했다. 그동안 퇴근시간이 지나서 일한적도 있지만 연장수당도 받지 못하였고, 학원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구두로 해고되었다. 그러나 사업주가 1년 넘게 근무한 Joey 씨에게 준 퇴직금은 단 20만원이었다.

 

스포츠지도자 아무개 씨는 용역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사업소득자로 위장되었다. 회사가 제시한 용역계약서에는 계약기간 내 이직할 경우 위약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또한 클럽하우스에서 1년 내내 상주하며 선수들을 관리했고, 매주 훈련 스케줄을 담당 직원에게 수시로 보고했으며, 선수 선발 및 팀 구성도 구단에 보고 후 결재를 받아야 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노동자로 일한 그에게 회사는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며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실태조사, 법률구제에서 사회연대 실행계획으로...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찾는 반격의 서막

 

권리찾기유니온은 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와 협력해 진행하는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를 시작으로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운동’을 실행해나갈 예정이다. 산업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가짜 3.3 노동자가 확산되는 현황을 최초로 분석하고, 방송산업, 스포츠 산업 등 10개 내외 심층조사 업종을 선정하여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사업소득세 납부 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위장방식 등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업종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어 온 ‘가짜 3.3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법률구제 사업도 계속될 예정이다. 나아가 대국민 홍보활동과 사회적 연대활동을 통해 세금의 종류와 계약의 형식으로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빼앗는 시대를 끝내고, 전국의 가짜 3.3 노동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당사자 권리찾기운동을 시작할 것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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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기>>

[수상소감] 제1회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상

[보도자료]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기념식 개요 + 발표문)

[뉴스브리핑]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언론보도 요약)

 

 

이주영

권리찾기유니온 조직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