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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KO 노동자 이야기 ② – 현장에서 쫓겨난 노동자의 복직으로 OK 세상을 | 사람

  • 김우
  • 2021-08-24 16:43
  • 1,194회

 

코로나라는 핑계, 경영이 어렵다는 구실

 

코로나로 모두가 어렵다. 국제선 운항이 막힌 항공 산업에 쏟아부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은 ‘함께 살자’는 의미를 담은 지원금이다. 금호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시국에 ‘나만 살자’고 2조 4천억 원만 냉큼 받아먹고는 하청노동자 고용유지엔 딴청이고 그 책임은 뒷전이다. 

 

사실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게 아니다. 금호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1조 6천억, 2020년 1조 7천억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전 회장인 박삼구는 수천억대 배임과 횡령을 자행했다. 물러날 때는 퇴직금 64억과 상표권 사용료 120억을 받아 챙겼다. 그러고도 여전히 금호문화재단의 이사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금호문화재단은 아시아나케이오를 포함해서 2차 하청사 8개 업체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공익법인이다. 각종 세금을 면제받으면서 공익활동이 아닌 ‘남는 장사’를 해왔다. 금호아시아나가 일감을 몰아주면 전 이사장 박삼구가 매년 수십억을 가로채는 방식이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금호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하도급 회사로 기내 청소와 수하물 분류 작업을 한다. 항공산업이 호황일 때는 저임금으로 막 부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실컷 부리던 노동자를, 코로나로 불황이라며 맘대로 댕강댕강 잘랐다. 
 

정부가 90%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주는데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10여 년 썼으면 잘 썼고 인력이 필요할 땐 다시 뽑으면 될 일이지, 왜 10%의 고용유지 자부담 비용을 쓰겠냐는 심보가 읽힌다. 10%를 내는 것이 부담이라면 그 돈 우리가 내겠다는 노동자들의 의사마저 무시했다.

 

해고의 핵심은 민주노조 탄압과 와해였다. 무급으로 일한 시간 돌려달라고 체불임금 소송을 내는 민주노조, 전기불과 에어컨이 꺼진 깜깜한 곳에서 땀범벅으로 유해 약품 청소를 하는 건 부당하다는 민주노조가 ‘눈엣가시’였던 것이고. 마침 코로나라는 안성맞춤인 해고의 핑계를 찾았을 뿐이다. 

 

[사진 1]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생계비 마련을 위한 재정사업으로 판매한 쿨토시 '함께 날자' ⓒ 코로나19 희생전가 정리해고 철회,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 (이하 아시아나케이오공대위)

 

회사가 희망퇴직과 무기한 휴직을 선택하지 않은 노동자를 선택해 정리해고해 버린 것이 2020년 5월 11일이었다. 해고 노동자들은 5월 15일부터 부당해고 철회 천막 농성장을 차렸다. 금호아시아나 본사가 있는, 종각역 센트로폴리스 건물 앞이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이하 인천지노위) 부당해고 판정 한 달 뒤인 8월 14일엔 판결문을 받아들고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으로 갔다. 코로나19에 고용유지를 중요 과제로 삼겠다며 “하나의 일자리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로 함께할 것”이라던 정부에도 책임을 묻고 싶어서였다. 

 

원정 투쟁도 다녔다.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 본사 앞으로, 그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 앞으로, 아시아나케이오 바지사장 선종록 대표 집 앞으로, … 차에 피켓을 싣고 다니며 “여기서 했다, 저기서 했다” 유랑을 했다. 어디서 하면 더 타격이 되고 무엇을 하면 더 효과적일까. 끊임없이 모색하며 끈질기게 버텨왔다. 

 

작년 7월 지방노동위에 이어 12월 중앙노동위에서도 아시아나케이오의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은 조금 기대하고 약간 희망을 품어보기도 했다.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다른 사업장의 복직 사례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1노조와 상의해야 한다, 복직이 아니라 재입사가 어떠냐는 ‘어이없고 기가 막히는’ 태도로 일관했다.


김 지부장이 교섭 때 양심을 찌르기라도 해야겠다며 준비해 간 말이 있었다. “자식들 앞에 부끄럽지 않냐”는 일갈이었다. 그이들은 양심이 콕 찔렸을까? ‘양심에 털이 났다’라거나 ‘양심에 철판을 깔았다’는 말을 떠올릴 상황이 내내 그이들의 답이다.

[사진 2] 행정법원 앞에서 해고자와 시민은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며 삼천 배를 올렸다 ⓒ 아시아나케이오공대위

 

법이란 무엇인가, 밥이란 무엇인가

 

회사는 ‘돈이 없어서’라는 납득할 수 없는 구실로 복직시킬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면서 체불임금의 법정이자를 쌓으며, 복직 불이행으로 이행강제금을 물며, 특별근로감독으로 벌금을 내며, 거대로펌 김앤장의 변호사 3명을 선임해 수임료를 쓰며 행정소송을 걸었다. 
 

지난 20일에 행정소송 1심 판결이 나왔다. 아시아나케이오는 패소로 소송비용 전부를 떠안았지만 다시 항소를 검토한다고 한다.

 

[사진 3] 행정소송 승리를 기념한 다섯 해고 노동자의 사진 촬영 ⓒ 정택용

 

아시아나케이오가 이렇게 ‘다시 또 다시’ 불굴의 재판을 진행하는 저의는 무엇일까. 명백한 시간 끌기며 자명한 민주노조 파괴다. 노동자들이 막연한 기다림이 힘들어 ‘이리로 저리로 불안한 미래를 향해 떠나’가길, 막막한 생계에 허덕이다 뿔뿔이 흩어지길, 미운털 박힌 민주노조가 산산 조각나길, 누워서 떡을 먹으며 기다리는 것이다.

 

꿈틀해봤자 지렁이 아니겠냐는 식으로, 거리에서 용을 쓰는 노동자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끝도 없는 소송을 거는 아시아나케이오를 보면서 생각한다. 많이 배웠다는 변호사에게 돈을 처발라 대리전을 하며 끄떡없는 악덕 사업주 아시아나케이오를 보면서 생각한다. 법이란 무엇인가. 결국 돈도 시간도 갖고 있는, 가진 자의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또 밥이란 무엇인가 생각한다. 우리에겐 노동이 밥이고 삶이니 함부로 뺏지 말라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노동자의 절규를 들으며 생각한다. 밥은 하늘이기에 혼자 못 가지는 것이라 했다. 우리 사회는 정작 그 하늘 같은 밥을 서로 나눠 먹고 여럿이 같이 먹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다.

 

해고 노동자는 김 지부장을 포함해 다섯이 남아 길 위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매일 피케팅을 하고, 때론 땡볕에 걷고, 때론 오체투지로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던지고, 때론 곡기까지 끊고, 때론 무더위에 삼천 배를 올리며 복직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김정남 전 지부장과 기노진 회계감사는 거리에서 정년을 맞았고, 김하경 조합원은 내년이 정년이다. 58세 김 지부장과 54세 박종근 부지부장이 그 뒤를 이을 터다.

 

하지만 그이들은 회사의 기대대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회사의 바람대로 쉬 꺾이지도 않을 것이다. 연대 투쟁 속에 '우리 곁에 늘 동지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운을 받는다. 더 어려운 사업장을 보며 '더 나은 조건에 있는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다른 노동자들의 꿈과 희망이 되어야겠다'고 야무지게 다짐하기도 한다. 그이들이 민주노조를 KO 시키려는 아시아나케이오를 KO 시키리라 믿는다. 

 

작년 인천지노위 판정이 있던 날 당시 김계월 부지부장을 인터뷰했었다. 복직해서 현장에 돌아가면 내걸고 싶은 펼침막이 있다고 했다. ‘드디어 우리가 살아 돌아왔다. 부당해고에 맞서 싸워 이기고 돌아왔다. 정의는 살아있다’는 문구였다. 여전히 그러한가 물었다. 
 

세월이 흘러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거대한 자본과 끝까지 싸워서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마침내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옳다’고 알리고 싶다고 한다. 민주노조 조합원으로 싸웠노라, 이겼노라, 다시 살아 왔노라, 널리 선언하고 싶은 것이다.

 

[사진 4] 김계월 지부장의 꿈도 역시 '함께 날자' 저 하늘로~ ⓒ 아시아나케이오공대위

 

김 지부장은 영험한 예지몽을 꾸기도 한다. 인천지노위 판정 전날엔 금반지를 손가락마다 끼는 꿈을 꿨다. 행정소송 판결 전날의 꿈은 어느 큰 집에 갔는데 황토로 만든 침대가 놓여 있는 꿈이었다. 대궐 같은 집의 금 침대 쯤으로 간주하겠다. 
또 김 지부장의 사주를 보면 60대에 돈방석에 앉는다고 한다. 내후년이 오기 전에 먼저 체불임금을 받아 자그맣게라도 방석을 깔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겠다. 

 

 

김우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