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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숫자 '5'에 갇혀 살고 싶지 않습니다"...공휴일법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 현장

  • 박지안
  • 2021-08-17 16:14
  • 224회

 

 

공휴일법 헌법소원 청구인으로 참여한 물리치료사 박지안 님이

8월 1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공휴일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을 원문 그대로 게재합니다.

 

 

 

박지안(물리치료사)


저는 20여 년간 ‘물리치료’를 하는 의료인으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직장생활을 하며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을 많이 겪어왔습니다. 의료인으로서 존중받고, 노동자로서 마땅히 누려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저의 국민적 권리들 중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 가는 것이 하필이면 숫자 ‘5’라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저는, 더 이상 권리를 빼앗는 숫자 ‘5’에 갇혀 살고, 현재 대학생인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우선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몇 가지 추려보며 저의 주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분명히 직원 수는 5인 이상인데 이런 식으로 위장합니다. 첫째, 가족경영으로 근로자 수를 속이는 곳. 둘째, 동일한 장소에 근무함에도 서류상 다른 사업장인 것처럼 심평원 통화 시 동료와 직장 이름을 달리 말하게 하는 곳. 셋째, 단기 근로자의 근로계약서 미작성 및 임금 지급의 차명계좌 사용으로 사용자의 4대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곳. 넷째, 필수 인력의 구인 지연으로 일시적으로 5인 미만을 만들고 근로자를 해고하는 곳 등입니다. 대부분의 개인 의원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이 많고 이렇게 악질적 사례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권리찾기유니온이 진행한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공동고발”에서는 100개 사업장 중 개인 의원이 단 한 건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신고 후 취업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특정 분야이기도 하거니와 생계를 위해 진실을 다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겪은 권리침해 사례들 중 저의 가장 아픈 경험은, 대체공휴일에 일을 해야만 하던 때의 일입니다.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대체공휴일 휴무는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어린이집이 휴원이라 저는 어린 아들을 직장 부근 실내놀이터나 블록 교실 등에 하소연하여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낯선 장소에 맡겨져서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엄마를 만난 네 살배기 아들은 소변이 마려울까봐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참았고, 엄마를 부둥켜안고 한 첫마디가 항상 “엄마 쉬마려”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다른 사람들이 쉬는 날엔 제대로 쉬지 못하고, 대체공휴일에 일을 했지만 추가수당을 받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설 날을 앞두고 해고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짜 5인미만 사업장의 해고에 대한 소송과 함께 최근에 상기되고 자각하여 공휴일법 헌법소원 청구에도 참여를 결정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지난해 8월부터 근무를 시작한 곳은 근로계약서에도 연차와 초과근로수당이 명시되어 있고, 의원의 규모를 보았을 때 5인 미만으로 운영될 수 없는 사업장입니다. 그러나 제가 일하는 의원의 원장은 경영상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2달 동안 퇴직자를 충원하지 않았고, 30일 이상 5인미만이면 인정한다는 규정에 맞추어 저에게 해고를 해고예정일 한달전 통보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해고되자 곧바로 사람을 충원하여 다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짜로 5인미만으로 위장하는 사업체가 아무런 제재도 당하지 않고 불법을 자행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러한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우기로 하였습니다. 사업장도 쪼개고, 사업주가 직원 수도 늘리고 줄일 수 있는데, 하필이면 직원 숫자 ‘5’에 따라 해고도 맘대로 하고, 공휴일이 근무일이 될 수 있는 비상식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제가 해고 된 그 사업장은 다가오는 16일이 합법적 휴일입니다 

 

일하는 사람 모두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직원 수 ‘5’로 차별하는 근로기준법, 직장내괴롭힘금지법, 중대재해처벌법, 공휴일법을 반드시 개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권리를 찾기 위해 다른 분들과 함께 싸워나가면서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법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어야 우리 모두와 우리 아이들의 삶도 온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참여가 소중한 선택이 되었으면 합니다. 차별받는 또 다른 분들이 같이 나서고,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공휴일법 헌법소원 자료집>>을 아래에 첨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