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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케이오 부당해고 행정소송에 정의로운 판결을" ... 시민사회단체 탄원서 제출 | 현장

  • 김우
  • 2021-08-10 12:42
  • 12,322회

아시아나케이오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지난 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의 하청업체로 기내 청소와 수하물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다. 노동자들을 부당해고했으니 복직시키고 밀린 임금을 지불하라는 노동위원회 판정을 이행하는 대신 긴 법정 싸움을 건 당사자다. 복직을 요구하며 거리의 삶을 이어가는 해고 노동자 5명 전원의 밀린 임금을 넘어서는 비용을 써가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8월 20일에 있을 결심공판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는 연명 방식으로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다. 

 

탄원서는 회사가 희망퇴직과 무기한 무급휴직 중 선택하라고 강제하고, 휴업수당의 90%를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조차 하지 않음으로 '해고 회피 노력을 의도적으로 기피한 것'을 짚는다.

 

탄원서는 '복직 불이행으로 이행강제금을 물면서까지,  ‘김앤장’이라는 대형 로펌에 변호사비용을 대면서까지'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속내를 밝힌다. 바로 '민주노조원들을 코로나 핑계로 속시원하게 또 손쉽게 해고'하고 시간 싸움을 걸어 '생계에 허덕이는 해고 노동자가 지쳐 나가떨어지도록 하려는' 것이다.

 

탄원서는 '하루하루 속 타는 시간과의 싸움을, 한 해 한 해 애끓는 세월과의 싸움을 강요'받고 있는 해고 노동자의 주장 역시 담는다. '우리도 인간이고 자존심이 있'으니 '소모품으로 하찮게 여기지 말라'는, '인간에게 노동이란 밥이고 삶이라며 함부로 빼앗지 말라'는, '부당해고에 맞선 정당한 싸움을 반드시 이겨내서 다른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다.


8월 12일(목) 오후 1시에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탄원서 전달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bit.ly/케이오부당해고행정소송

 

연명 마감 시한은 8월 11일(수) 오후 7시까지다. 

 

[사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천막 농성장. 부당해고 철회하라는 길 위의 삶이 453일 차다 ⓒ코로나19희생전가정리해고철회, 아시아나케이오해고노동자원직복직을위한대책위원회

 

다음은 재판부에 제출하는 탄원서의 전문이다.

 

 

아시아나케이오가 제기한 행정소송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합니다


“아시아나케이오의 해고는 부당합니다.” 2020년 7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12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판정한 사안입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지상조업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재하도급업체로 기내 청소와 수하물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입니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는 말하기에도 숨이 차게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의 맨 밑바닥에서 짓눌려오던 노동자들입니다.

호황일 때는 쉬지도 못하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다가, 이젠 코로나로 불황이라며 최소한의 고용유지 노력도 없는 부당해고로 모든 고통을 떠안게 된 노동자들입니다.

 

회사는 코로나로 경영 사정이 어려워져서 노동자를 해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휴업수당의 90%를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3월 16일 70% 유급휴직에 합의하고, 나흘 만에 말을 바꾸어 희망퇴직이나 무기한 무급휴직을 하지 않으면 정리해고의 대상이 된다고 강제했습니다.

그리곤 있지도 않던, 하지도 않던 인사고과를 구실삼아 무급휴직을 ‘선택’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2020년 5월 11일 자로 해고했습니다.

 

기한 없는 무급휴직은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희망하지 않아도 희망퇴직을 하게 하는 수단입니다.

이러한 무기한 무급휴직을 신청하지 않은 노동자를 해고한 것은 명백하게 부당한 것임을, 더군다나 해고 회피 노력을 의도적으로 기피한 것은 명확하게 잘못한 것임을 노동위원회도 인정했습니다.

 
‘복직 시키고 밀린 임금 지불하라.’ 이러한 해고 노동자들의 요구와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과한 것입니까. 이것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요구’라고, 교섭 자리에서 관할지청인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장까지 수긍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복직의 불이행으로 이행강제금을 물면서까지, ‘김앤장’이라는 대형 로펌에 변호사비용을 대면서까지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낸 2차례 이행강제금 1억여 원과 특별근로감독을 받아서 낸 1억 3천만 원을 더한 금액은 해고노동자 다섯 명 전원의 밀린 임금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거기에 더해지는 김앤장 변호사 3명의 수임료는 또 얼마이겠습니까.

 

그러면서도 회사는 돈이 없어서 해고 노동자를 복직시킬 수 없다고 합니다. 부당해고는 인정하지 않고 재고용하겠다며 재입사를 종용하기도 합니다.

회사는 돈이 없어 복직을 못 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많은 돈으로 복직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 돈은 재난의 시기에 함께 살자고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에 쏟아부은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 4천억 원을 체로 걸러 지원만 받고 고용의 책임은 외면하며 곳간에 쌓은 것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초 아시아나케이오의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안에 동의한 것은 1노조인 한국노총의 집행부였습니다.

따르지 않으면 정리해고라는 위협에 앞다투어 사인할 때, 끝까지 무급휴직을 받아들이지 않은 10명의 노동자는 모두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었습니다.

 

회사는 희망퇴직으로, 희망퇴직의 다른 이름인 무기한 무급휴직으로 조합원들을 떨구어 냈습니다.

무급휴직을 거부한 10명 중 2명을 회유해 고용을 유지하고, 8명을 해고함으로 최종적으로 민주노조를 와해시키려 했습니다. 

 

민주노조는 노동자를 저임금에 주 60시간 부리며 쉴 틈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밥조차 밥때에 주지 않고, 일감이 적을 때 주는 식으로 인권을 유린하던 회사의 전횡을 바로잡았습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에어컨을 틀지도 않고, 불을 켜지도 않고, 이름도 모르는 독성 화학약품으로 청소를 시키던 회사의 횡포 역시 바꾸어 냈습니다. 


회사는 이런 민주노조원들을 코로나 핑계로 속시원하게 또 손쉽게 해고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코로나 정리해고 사업장 아시아나케이오의 부당해고 속내입니다.

 

구실 삼은 인사고과라는 것을 들여다보아도 참으로 빤합니다. 6년 근속으로 신입을 교육하는 노릇을 하고 있는데도 전문성에서 최하점인 1점을, 만7년 근무 내내 지각이나 결근 한번 없고 병가 한번 쓰지 않았는데도 성실성에서 역시 1점을, 똑 고르게 주는 식이었습니다.

점수가 낮아서 자른 게 아니라 자를 사람에게 낮은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시아나케이오의 해고는 부당합니다.” 이렇듯 명명백백한 사안임에도 부당해고 판정과 복직 결정에 불복신청하고 다시 행정소송을 하는 회사의 저의는 분명합니다. 


부당해고된 노동자를 빠르고 간편하게 구제하려는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취지를 짓밟고, 생계에 허덕이는 해고 노동자들 역시 자근자근 짓밟아 지쳐 나가떨어지도록 하려는 속셈입니다.

하루하루 속 타는 시간과의 싸움을, 한 해 한 해 애끓는 세월과의 싸움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퇴직금 64억 원과 상표권 사용료 120억 원을 챙긴 금호아시아나항공 전 회장 박삼구는 여전히, 아시아나케이오의 지분 100%를 소유한 금호문화재단의 이사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금호아시아나가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속에 박삼구가 매년 배당금과 기부금으로 수십억을 가로챌 때 노동자들은 엄청난 노동강도의 장시간 노동 속에 최저임금만 받으며 혹사당했습니다. 

 

그런 상황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을 쫓아낸 이들은 배불리 먹고 편하게 씻고 안락하게 자고 있지만, 쫓겨난 해고 노동자들은 발 뻗고 자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천막 농성장의 삶을, 매서운 한파와 살인적인 폭염을 이겨내며 해를 넘겨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두 명의 노동자는 길 위에서 정년을 맞이했습니다.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날 해고 노동자들의 재정사업에 시민과 노동자들이 구매로 연대해주는 ‘쿨토시’엔 시원함보다는 차라리 뜨거움이 배어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고단하고 팍팍한 나날에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우리도 인간이고 자존심이 있다고, 소모품으로 하찮게 여기지 말라고 합니다.

인간에게 노동이란 밥이고 삶이라며 함부로 빼앗지 말라고도 합니다.

부당해고에 맞선 정당한 싸움을 반드시 이겨내서 다른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도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이 법정이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을 복직시켜 현장으로 돌아가게 하라는 정의의 판결을 하기를 바랍니다.

이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다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간절히 희구하며 요청합니다.

 

 

 

김우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