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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찾는 사람들] ⑫ 연대의 이해관계 | 칼럼

  • 김서룡
  • 2021-06-29 13:00
  • 665회

 

연대의 이해관계

 

안전하지 못한 현장,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관리자, 휴가와 같은 권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문제는 과연 누구의 문제인가? 근시안적 시각에서 남의 문제는 곧 남의 문제이다. 각자도생이 삶의 요령이 된 세상에서 나와 모르는 이의 불행은 개인적인 사연이 되고, 당사자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된다. 그러나 이름 모르는 이의 노동이 내 삶의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누군가의 노동은 나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대다수가 노동을 통해 삶을 꾸려가는 노동자라는 점에서 누군가의 노동 조건은 곧 나와 내 이웃의 노동 조건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현장에 연대하고, 앞으로도 기꺼이 연대하고자 한다. 이것이 내가 연대하는 이유이자, 기꺼이 드러내고자 하는 나의 이해관계다.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연대를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을 설명하는 단어는 ‘공감 능력’이나 ‘감수성’과 같은 표현들이다. 물론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먼 길을 나서고,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쓴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력과 마음에 충분히 어울리는 단어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연대에 담긴 ‘이해관계’라는 측면을 가린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나는 연대를 단순히 ‘공감’과 ‘정의감’과 같은 당위적인 측면이나 감정의 영역으로 가두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이는 연대에 담긴 시혜적 시선이라는 한계를 넘고, 현장의 문제가 단순히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곧 나의 이해관계이자, 우리 모두의 이해관계임을 지적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지속적이고, 강력한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발전시키고 싶다.

 

 

연대는 이해관계를 확인하는 시간

 

내가 LG 트윈타워 투쟁 현장에 갈 때마다 확인하고, 느끼는 것은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향한 자본의 온갖 압박이었다. 자본은 앞에 나서지 않는다. 다만, 용역을 사용해 조합원들을 무시하고,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자본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뒤에서 회유하고, 파업으로 인해 직원들이 겪는 불편을 의도적으로 가중시키면서 파업의 정당성과 지속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온갖 술수를 동원한다. 

 

 

[사진] 식사 반입, 난방 및 전기공급을 금지한 사측에 맞서 투쟁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농성장 음식을 반입을 요구하는 모습. '밥은 인권' '해고철회' 글자가 눈에 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 투쟁 현장이 정말 치열한 전선임을 느낀다. 끊임없이 투쟁을 약화시키고 와해하기 위해 공격하는 자본과 그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하고자 하는 현장과 그 현장에 힘이 되고자 방문하는 수많은 연대의 물결들. 이들 사이에서 총성 없는 전투가 매일 발생하고 있는 것임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사업장의 건물과 같은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서 있으면서 우리를 멀뚱히 바라보기만 하는 경찰을 보면 과연 저들이 지키고자 하는 ‘사회의 질서와 안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게 된다. 

 

이처럼 현장은 단순히 어떤 제도와 정책의 문제를 넘어서 노동자와 자본 그리고 국가의 이해관계의 모습과 다툼을 투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많은 사람에게 연대의 현장에 오길 권유하고 싶다. 연대의 현장은 생각보다 더욱 치열하고, 복잡한 싸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그리고 바로 이 현장에서 우리 자신의 이해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이해관계, 사회의 이해관계

 

투쟁하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연대하는 이들도 절박한 마음을 품는다. 연대하는 이들은 누군가의 일터가 무너지고, 망가진다는 것이 곧 자신의 삶과 멀지 않은 일임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 모두 여기서 더 밀리면 후퇴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당사자와 함께 절박하게 나서는 것이다. 즉, 연대는 잘 살고자 하는 우리들의 생존의 몸부림이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자 개개인의 이해관계는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고, 어떤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노동자 전체의 이해관계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그저 이해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긍정될 수는 없다. 우리의 이해관계가 정당한지, 옳은 가치와 지향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은 현장에 있는 모든 이가 주체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든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얘기하고, 논쟁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 있는 이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를 향해 무엇을 제시할 것인지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파업과 투쟁 현장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기사와 댓글에 자주 동원되는 논리 중 하나는 ‘파업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다. 파업과 투쟁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불편은 물론이고 경제 지표에 악영향을 줌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이해관계에 반한다는 논리는 진부하지만 강력하기도 하다. 우리는 그 논리를 적극적으로 우리의 관점에서 활용했으면 한다. 우리의 이해관계가 곧 사회의 이해관계임을, 대다수가 노동자인 이 사회에서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곧 사회의 이해관계이고, 우리가 찾는 권리가 사회적 권리의 확대와 발전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

 

 

연대의 힘, 연대의 가능성

 

연대는 현장을 향한 관심일 수도 있고, 후원일 수도 있고, 단 한 번의 방문일 수도 있다. 그 형태와 모습과 관계없이 모든 연대는 소중하고 중요하다. 먼저, 연대는 수 많은 현장의 존재와 목소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이다. 또한, 연대는 현장의 요구를 사회에 관철할 수 있는 물질적, 집단적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계기이자, 지렛대 역할을 한다.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되는 투쟁은 더 나은 승리, 더 큰 승리를 보장하기 때문에 매개가 되는 연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대는 우리 스스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상황과 이해관계에 눈 뜰 수 있게 하는 좋은 학교이기도 하다. 이처럼 연대가 갖는 힘과 가능성을 의식하고 증폭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더 많은 이들이 연대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이해관계를 발견하고, 확인할 수 있게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 더욱 많은 현장에 연대하고, 그 현장의 승리 소식을 듣고 싶다. 그것이 곧 내 삶의 발전이고, 사회의 발전이다. 그리고 그게 곧 내 이해관계이고 당신의 이해관계이다.

 

 

글·사진

김서룡

권리찾기유니온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