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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판대] ⑤ 장례식장을 빈소·매점·식당으로 쪼개면 모두 5인미만 사업장? | 고발

  • 유현수
  • 2021-05-26 18:32
  • 5,527회

 

장례식의 풍경을 떠올려보자.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위로하며 예를 갖추는 사람들, 그러한 조문객에게 음식을 접대하는 유가족들, 그리고 유가족을 돕는 장례식장의 노동자들이 뒤섞인 빈소가 우리네 추모 공간이다. 우리의 문화에서 조문객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장례식에서 우리는 서로 슬픔을 나누고, 음식을 나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ㄷ장례식장의 사업주는 장례와 접객을 구분했다. 자체적으로 장례에 사용될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면서도 다른 사업이라고 주장한, 장례의 과정을 ‘쪼개’버린 한 장례식장의 얘기를 하고자 한다. 

 

강북 최대 규모의 ㄷ장례식장은 여느 장례식장처럼 빈소와 매점, 식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ㄷ장례식장의 노동자들은 ‘장례’라는 하나의 의식을 위해 뒤섞여 일하지만, 사업주는 장례식장의 노동자에게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주장했다. 장례식장, 매점, 식당을 나누어 등록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ㄷ장례식장의 노동자들은 각기 다른 사업 명의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하나의 절차로 이루어진 장례 업무를 함께하며 같은 출입대장을 작성하기도 했다. ㄷ장례식장은 고된 노동강도와 낮은 급여 수준으로 인해 1년 이상 일한 노동자를 찾기 어려웠다.

 

 

 

 

ㄷ장례식장에서 일했던 ㅅ씨는 야간에도 운영되는 장례식장의 특성상 격일로 밤샘 근무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라는 이유로 연장근로나 야간근로에 따른 가산수당과 연차휴가를 받지 못했다. 더구나, 사측은 24시간의 근로시간 중 14시간이 휴게시간이며, 22시에서 오전 6시까지의 야간시간 모두가 휴게시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례식장의 노동자는 온전히 휴게를 누리지 못한다. 조문객의 방문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노동자는 줄곧 대기상태에 있어야만 했다. 대법원이 지적한 대로, 자유로운 이용이 어렵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다면 휴게시간이 아니다. 

 

ㅅ씨는 ㄷ장례식장 내 매점과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장례식장 업무 전반을 수행해야 했다. 자신이 해야 할 매점 업무뿐만 아니라,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고인을 접하는 이른바 ‘출동’을 해야 했다. 단지, ‘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안실 업무부터 접객, 청소 등 빈소 관리, 잡화 및 음료 제공, 식당과 관련한 업무, 업무용 차량운행, 바리게이트 작업, 심지어 발인까지 장례식장의 모든 장소에 있었다. 

 

ㅅ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연차나 월차를 받을 수 없다는 사측의 발언을 듣고, 권리찾기유니온을 찾았다.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불합리한 일이 반복될 거 같아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5명이 넘는데 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격일제 근무로 인해 24시간을 꼬박 일하지만, 휴게시간을 14시간 이용했다는 주장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ㅅ씨는 권리찾기유니온과 인터뷰를 하며, 5인이라는 기준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노동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시대적인 법이 노동의 보람을 말살시키고 있다고 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ㄷ장례식장을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공동고발’했다. 가산수당 및 연차휴가미사용수당에 대한 임금체불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 후 노동청 출석조사가 진행되자, ㄷ장례식장은 앞으로 법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5인 이상 사업장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연장 및 야간근로 가산수당,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등 ‘가짜 5인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해 지급하지 않았던 미지급 금액을 지급하면서 합의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당사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오늘날까지 90개의 사업장을 적발해왔다. 실제로는 5인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지만, 사업주의 꼼수로 가산수당이나 연차휴가를 받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면 권리찾기유니온에 제보 주시길 바란다. 또한, ‘일하는 사람 모두의 근로기준법’을 만들기 위해 뜻을 모으고자 한다면 부담 없이 연락 주시길 바란다(상담전화 070-4634-1917).

 

 

글·그림

유현수

권리찾기유니온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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