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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판대] ④ 근로계약서에 5인 미만 표기해두면 5인 미만? | 칼럼

  • 하은성
  • 2021-05-17 16:13
  • 279회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근로기준법 적용을 차별하고 있다. 5인 이상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령이 전면적용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일부 규정만이 적용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적용 제외되는 대표적인 근로기준법 조항은 △부당해고 제한 및 해고 서면통지(제23조 및 제27조) △부당해고 구제 신청(제28조), △휴업 수당(제46조) △연장·야간·휴일 가산수당 적용(제56조) △연차 휴가(제60조) 등이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보호 조항들이 제외된다는 것을 악용해, 실제로는 5인 이상이 근무함에도 각종 수단을 동원해 5인 미만으로 위장하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위장사례들이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① 서류상 사업장을 여러 개로 만들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사례(A형)와 ② 직원들의 4대 보험을 신고하지 않고 3.3%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일명 ‘가짜 3.3’으로 둔갑시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사례(B형)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상시 5명 이상이 일하면서도 근로계약서 문구를 근거로 5인 미만이라고 주장하는 경우(C형)를 소개하고자 한다.

 

A학원은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을 가르치는 보습학원이다. 매니저 2명과 강사 8명을 채용하여 10명이 같이 근무함에도, A학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주장하며 연차휴가를 부여하지 않고, 초과근로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4대 보험 사업장 가입자 명부에 등록된 A학원 노동자 수만 하더라도 5명 이상이었다. A학원이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A학원이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큰소리칠 수 있었던 것은 근로계약서에 “본 사업장은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이므로 연차휴가가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을 진행한 뒤 사업주와의 통화에서 “내가 노무법인을 세 곳이나 다니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었는데,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내 노력은 어떻게 되는 거냐”라며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로계약서의 문구에 ‘5인 미만 사업장용 근로계약서’라고 명시한다고 해서 5인 미만 사업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근로계약서 상의 형식적 문구는 아무런 효력이 없고, 상시 근로자 수 산정 방법(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 5인 이상이 일하면 5인 이상 사업장이다.

 

[사진] A사업장 외에도 여러 사업장들에서 "본 사업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OO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삽입한 근로계약서를 노동자에게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A학원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명단에 포함해 고발장을 접수했고, A학원에서 해고된 노동자 B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고발 후 노동청 출석 조사가 진행되고 구제신청에서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게 되자, A학원은 근로계약서의 문구를 근거로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주장하다가 곧 5인 이상 사업장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초과근로수당,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등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해 지급하지 않았던 수당 등 미지급 금액과 해고 기간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면서 합의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최근 A학원과 같이 근로계약서 제목에 명시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용”이라고 표기하거나, 근로계약서에 “본 사업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OO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삽입하여 노동자에게 서명을 받고 실제 일하는 사람 수와 관계없이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사례들이 제보되고 있다.

 

[사진] 근로계약서 제목에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명시된 계약서

 

사업주 커뮤니티에서 변형된 근로계약서 양식이 공유되고 있거나, 근로계약서에 위와 같은 문구를 명시하면 실제 노무제공관계에서 노동자들이 연차나 가산수당을 요구하지 못한다는 식의 노무법인 자문이 행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상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노동청 진정 또는 고발을 통해 5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합의 과정을 거쳐 원래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을 지급하거나, 처벌이 행해지는 경우가 미미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법을 지키는 것보다 법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유인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행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조항은 ‘진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차별할 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가짜 5인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할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까지 침해하고, 나아가 법을 준수하며 운영하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 간의 불공정 경쟁까지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5인 미만 사업장 차별조항인 근로기준법 제11조를 폐지하고, 근로기준법을 상시근로자 수와 관계없이 전면적용하는 것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은 당사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90여 개의 사업장에 대해 고발·근로감독청원·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실제로는 5인 이상이 근무하는데 가산수당이나 연차를 받지 못했다면,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지만 어떻게 다투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권리찾기유니온에 제보해 주시길 바란다(상담전화 070-4634-1917).

 

 

글·사진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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