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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찾는 사람들] ③ 우리는 같은 시대에서, 같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 | 칼럼

  • 이주영
  • 2021-04-13 15:43
  • 452회

 

또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다. 신라대는 코로나19에 따른 재정 악화,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청소노동자 51명을 전원 해고했다. LG도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했고, 아시아나 항공도, 건강보험공단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너무나 일상적인 사망선고. 모든 해고가 쓰라리고 개탄할 일이지만, 나에게 이번 신라대학교 사태는, 더욱 마음이 가는 일이었다. 이전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고, 신라대의 총학생회가 학교와 뜻을 같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노동자와 청소하는 노동자의 만남

 

4월 2일, 청년·학생 실천단과 함께, 무거운 눈꺼풀을 버티며 신라대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4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페트병을 힘차게 두드리며 학생들을 맞았다. 잠이 번쩍 깼다. 페트병에서 이렇게 웅장한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몰랐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선전 피켓을 들고, 신라대를 한 바퀴 돌았다. 맑은 하늘과 개운한 바람 속에서 흩날리는 벚꽃, 꼬물꼬물 비집고 나오는 잎사귀들이 보였다. “집회, 시위 중단하라”는 총학생회의 현수막, 잔인하게 찢긴 “신라대 규탄” 현수막도 보였다. 드문드문 신라대 학생들이 한둘씩 지나갔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노동 운동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풍경이 낯설었다. 지금까지 갔던 대학교 노동자 투쟁에는, 노학연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안 보였다. 학교 시설의 주 사용자는 학생이고, 청소노동자의 노동은 이들을 위해 행해진 것일 거다. 그런데, 학생들의 지지보다 적대가 더 많이 보인다면, 얼마나 서운할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나중에는 연대하는 학생들도 만났다.

 

[사진] 2021 함께살자 청년·학생실천단은 신기한 스쿨버스 활동으로 부산 신라대학교와 KEC구미공장 지회를 방문했다 Ⓒ 2021 함께살자 청년·학생실천단

 

 

떠넘겨 짊어진 '시대의 위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같은 고통을 껴안고 있다. 특히 최근 2년이 그렇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에서, 모두가 들숨에 답답함을 날숨에 찝찝함을 주는 마스크를 종일 끼고 다녔다. 그리고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답답함 속에서, 노동자들은 지속적인 해고와 그 해고의 불안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신라대학교가 청소노동자를 해고한 이유 중 하나도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악화다. 참 눈물겨운 이유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코로나19 이전에도 최저임금을 줬으며, 총장이 바뀔 때마다 노동자를 해고하려 했나. 민주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막으려고 하나. 

 

청년과 학생들도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나 쉽게 해고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나 자신부터도 그랬다. 그런데 이 문제도 한두 해 내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꾸준히 있었다. 이를 봤을 때, 우리가 시대의 위기라고 하는 것은 단지 코로나19의 위기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위기라 보기에, 위기는 더욱 불평등하다. 자본가가 책임져야 할 것을 노동자가 전담한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짊어진 신자유주의라는 시대의 위기는 우리 노동자의 위기다.

 

 

당연히 따르라는 '시대의 흐름'

 

신라대 투쟁 기사 중 본, 소름 돋는 문구는 사측의 ‘청소 자동화 설비’ 도입 방안이었다. 지금은 이 입장을 철회하였지만, 청소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엿 볼 수 있다. 신라대도 그렇지만, 요즘 대학교 전반의 기조가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글로벌 인재 육성’이다.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노동자를 양성한다면서, 기존 노동자는 해고하는 현실이다. 왜 4차 산업혁명은 당연하게 따라가야 할 시대의 흐름이고, 이 과정에서의 노동과 노동자의 소외는 당연해져야 할까. 시대를 만드는 건 인간인데, 인간이 시대의 흐름에 압도당하는 것 같다. 어쩌면 ‘시대의 흐름’이라는 건 허구이고, 기업이 이윤을 내기 위한 담론일 것이다.

 

신라대 총학생회는 이러한 학교 본부의 기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소노동자를 해고하여 학생들에게 청소를 떠넘기는 상황에서, 학생 전체의 이익 대변하기보다는 학교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과 행동에 동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마냥 미워하고 탓하고 싶지만은 않다. 삶을 각박하게 만들어, 그 관계성을 확인할 시간도 주지 않은 학교의 잘못, 국가의 잘못, 신자유주의의 잘못이 크다. 사회는, 시대에 맞는 노동자가 되는 방법은 알려주었지만, 시대를 바꾸는 노동자가 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함께 바라보고 외치는 세상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 너무도 분절되고 외부화되어 있는 사회. 회사가 어려울 때 노동자가 해고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제4차 산업혁명’, 저출생에 따라 우리 노동자들은 직업을 선택하거나 잃어야 한다. 이탈되지 않는 방법은, 타인을 짓밟는 것이다. 이렇게 비인간적인 곳에서, 청년 학생과 청소노동자는 모두 같은 피해자다. 우리는 학교, 국가, 자본에 대해 함께 바라고 요구할 수 있다. 우리를 끼워 맞추지도 내쫓지도 말라!

 

[사진]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 투쟁 방문 Ⓒ 2021 함께살자 청년·학생실천단

 

이주영

권리찾기유니온 조합원/성공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