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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는 노동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내가 LG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이유) | 칼럼

  • 재주
  • 2021-02-23 15:18
  • 3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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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학생 #연대

 

유난히 시리도록 추웠던 2021년의 시작을 기억한다. 새해를 맞아 들뜬 목소리 속에 울려 퍼졌던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외침을 기억한다. 투쟁 식량이 반입 금지되며 굳게 닫혀있던 트윈타워의 회전문을 기억한다. 퇴근 후 돌아가는 이들의 발걸음 사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투쟁하던 노동자의 얼굴을 기억한다. 올해 겨울은 투쟁의 열기로 채워졌고, 연대의 힘으로 존재했다. 나는 우리의 겨울을 기억한다. 

 

지난 학기, 학내 청소노동자 투쟁 기사를 썼다. 당시 학내에는 악질 청소용역업체 코비컴퍼니 퇴출 투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청소노동자의 노동과 투쟁을 취재하기 위해 꼭두새벽에 캠퍼스로 향했다. 고요가 내려앉은 캠퍼스는 청소노동자들로 가득했다. 낯선 새벽녘의 캠퍼스에서, 나는 다시 한번 노동의 의미를 깨달았다. 나는 캠퍼스에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고, 누군가는 무수한 발자국의 흔적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누려왔던 공간은, 살아냈던 시간들은, 지금까지 해냈던 노동은 누군가의 노동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누군가 내게 왜 LG불매운동을 하고, LG트원타워 투쟁을 지지하느냐 물었다. 왜 비정규직의 떼쓰기에 동참하냐고 물었다. 왜 기업의 정당한 해고에 투쟁하냐 물었다. 나는 “우리가 노동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기억하기 때문”이라 답했다. LG가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청소노동자의 노동이 있었기에 존재한다. 그 제품을 사용하는 우리 존재에도 청소노동자의 땀이 녹아들어있다. 나아가 나는 청년이자 노동자이며, 무수한 스펙트럼의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서 노동 문제를 겪고 있다. 원청과 하청의 교묘한 권력관계에서 너무나 많은 노동자가 쉬이 사라진다.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미래의 노동자로서, 마주하는 청소노동자와 연결되어 있다. 나는 우리가 연결된 감각을, 노동자와 연대하며 나눈 이야기를 기억한다.

 

투쟁하며 만난 한 학내 청소노동자께서는 “좋은 노동 환경이란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 말씀했다. 학내 청소노동자들은 업체의 부당노동행위 아래에서 노조탄압, 부당 해고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었다. LG 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조가 만들어진 지 1년이 되자마자 갑작스레 용역업체가 바뀌었고, 업체 변경을 빌미로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했다. 청소 업계에서는 용역업체 변경이 있어도 전원 고용승계가 관행이다. 업체 입장에서도 업무를 습득하고 있는 기존 노동자를 고용승계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이러한 LG의 부자연스러운 업체 변경과 집단 해고는 전형적인 노조 파괴 방식과 유사하다. 노동자들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전한 노동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정당한 권리를 발화하는 순간 일자리를 빼앗는 일터는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 즉 건강한 노동 환경이 아니다. 불안과 압박으로 점칠된 기형적인 노동 공간이다.

 

 

 

 

집단해고 문제가 LG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논리 또한 간단하다. 중간하청업체 에스앤아이는 LG의 자회사이며 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는 LG 구광모 회장의 친족이 주주이다. 그러므로 일방적인 집단해고는 원청인 LG와 분리할 수 없으며, 비록 하청의 문제이더라도 원청은 LG를 위해 일했던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외면과 탄압뿐이었다. 생산 과정에 분명 존재했던 누군가의 노동을 지워버리는 기업의 제품은 살 수 없다. 이제 청년들에게 LG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기업일 수 없다.

 

LG트윈타워 투쟁이 어느새 70일차 (2월 23일 기준)이다. 언론, SNS 등을 통한 투쟁에 대한 관심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보도되는 기사에는 노동자를 향한 혐오 어린 댓글이 가득이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LG에 맞서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연대의 손길이 절실하다. 청소노동자들과 한 공간에 서 있는 우리를 마주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위협하는 고루한 탄압의 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마디마디 기억하기에, 우리는 연대하고 나아간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누군가의 하루로 인해 성립된다.  

 

 

 

 

글 | 사진

 

재주

(권리찾기유니온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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