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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을 할 수 없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매일노동뉴스|노동에세이) | 칼럼

  • 하은성
  • 2021-02-16 14:16
  • 1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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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성 공인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

 

 

  헌법 33조는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노동 3권을 2021년 새해에 이야기하는 것이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현실은 헌법 33조가 무색할 지경이다. 노동조합을 ‘할 수 없는’ 노동자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는 2019년 10월에 만들어졌다. 최저임금 외 노동자들에게는 어떠한 복지도 없고, 노동자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왁스작업까지 무료로 했다. 사측은 휴게시간을 1시간30분으로 잡아 격주 토요일마다 출근해 무급으로 일하게 만들고, 휴게시간에 간식 먹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관리자가 갑질을 일삼았다. 하나하나 따로 봐도 문제인데, 이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일어났던 곳이 LG트윈타워 사업장이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조합원들은 여의도의 수출입은행·산업은행·한국거래소 등 이미 노조에 가입한 청소노동자들과 아침에 첫차를 타고 오며 노조를 만드는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에게 생애 첫 노조다. 지난달 14일 온라인 현장간담회에서 유제순 조합원은 “우리 노조 한번 만들어 볼까?” 소리에 너무 좋아서 그날은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고 한다. 전체 87명 중 50명이 넘는 노동자가 분회에 가입했다. 한 조합원은 “노조의 ‘노’자도 몰랐을 땐 쥐 죽은 듯 살았는데 마음껏 소리 낼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이렇게 노조는 자신이 유령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렇게 헌법상 권리를 실현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조합원 징계와 정당한 로비선전전에 대한 가처분 신청, 각종 고소·고발이었다. 경고파업과 천막 농성이 사측 심기를 건드렸는지 지난해 11월30일 80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집단해고를 통보받았다. LG 관계자는 해고 이유를 묻는 조합원에게 “당신들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80명이 넘는 노동자를 집단으로 해고했다는 것도 구시대적이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도 21세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구광모 LG 회장의 고모들인 구훤미·구미정이 지분을 갖고 있던(지금은 일감 몰아주기가 논란이 되자 지분을 매각해 버렸다) 지수아이앤씨는 조합원을 개별적으로 불러서 고용승계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사직서에 서명을 하면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며 이를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원청의 ‘계약해지’로 인한 부득이한 해고라면 비밀로 할 이유도 없을 텐데, 알고 보니 ‘위로금’이라는 것도 250만원부터 500만원까지 금액이 다 달랐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치고는 너무 노골적인 노동혐오였다. 마치 “우리 건물에 청소노동자 노조는 있을 수 없어”라고 말하는 듯한.

 

  노동자들은 해고를 통보받자마자 매일 로비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했으나, 원청인 LG와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의 노조탄압 의지는 강경했고, 1월1일이 되자 생존을 위한 식사 반입조차 금지하고 전기도 끊어 버렸다. 이에 대해 수많은 연대단위가 몰려 기자회견을 하고 항의하자 선심 쓰듯 “식사”는 반입해 주겠다고 했다. 조합 간부와 연대단위의 방을은 차단했다. 그로 인한 통행 불편을 모두 노조 탓으로 돌리며 “노조 때문에 직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홍보했다.

 

  이렇게 원청이 야비하게 노조탄압을 하고 교섭요구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을 반복하는 동안 농성투쟁은 어느새 두 달이 지나, 2021년의 두 번째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들은 아주 씩씩하기만 하다. 길게는 10년간 트윈타워에서 근무했는데도 이렇게 목소리를 내 본 적이 없었다고. 노조가 아니면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을 거라고. 자신들의 투쟁은 정당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있으니 외롭고 힘들지 않다고.

 

  내가 속한 권리찾기유니온은 “2021년에는 노동조합과 함께 권리를”라는 구호를 내걸고 1월 1일 0시에 설립신고를 했다. 2021년을 모든 노동자가 단결과 행동의 자유를 실현하며 권리를 찾는 해로 만들어 가겠다고 세상에 선언했다. 이는 단순히 노조를 설립하는 절차 중 하나가 아니라, 세상에는 아직 노조를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많고, 노조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세상에 대한 외침이었다.

 

  LG트윈타워분회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세상에는 노조를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 그러한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노조와 함께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외치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그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헌법 33조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그리고 나의 작은 활동이 연대의 물결로 돌아오기를 바라 본다.

 

  “처음엔 동지라는 말도 못 했어요. 쑥스럽고 북한에서나 하는 말인 것 같아서. 이제는 동지라는 말이 더 붙을 정도로 끈끈하고 가까이 있는 것 같고, 뗄 수 없는 그런 동지들이죠.”

 

  연대의 힘을 다시금 느끼는 2021년 새해 아침이다.

 

 

하은성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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