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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 칼럼] 농성장의 제야 행사 | 칼럼

  • 김우
  • 2021-01-01 09:25
  • 1,690회

 

 

 

해고 없는 세상 김진숙 복직, 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앞 단식농성장에서 제야 행사를 했다.

 

연내 복직과 연내 제정이 물 건너가고 종 친 상황. 어둠을 걷어내는 종을 쳤다. 보신각 종은 33번 타종하지만 우리는 김진숙 동지 통한의 해고 세월을 담아 35번 쳤다.

 

김진숙 동지의 이동전화 통화연결음이던 ‘돈데보이’를 듣는 것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도망자가 된 이주노동자를 그린 노래. ‘희망이 내 목적지’라는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다.

 

페이스북 생중계도 하고, 간단 율동으로 발랄하게 마무리했다.

 

타종 글 숙제를 맡아서 따듯한 집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호사를 누렸다. 청와대 앞은 천막조차 치지 못하게 해서 노상에서 칼바람을 맞는다. 그 때문에 혹은 덕분에 집에 있는 시간이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농성장으로 가서 한 첫마디는 “이 까만 의자가 그리웠어요.”였다. 바닥에 종일 앉아있으며 허리가 아파서 꾀를 써서 반입한 귀한 간이식 접이의자다. 청와대 앞 농성장은 날마다 완장질하는 경찰과의 전투요, 싸움의 장이다.

 

 

 

[사진 1] 생명을 살리고 해고를 멈추는 국회~청와대 촛불. 우리도 청와대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정택용

 

 

 

2020년 12월 31일 35번의 종을 치며 읽은 글을 올린다.

 

한 번: 2020년 김진숙 연내 복직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은 물 건너갔습니다. 종 쳤습니다. 책임을 회피한 저들을 떠올리며 분노를 담아 이 종을 칩니다.

 

두 번: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 이전에 종 쳤습니다. 촛불 항쟁으로 대권을 잡았지만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불통의 대통령을 떠올리며 이 종을 칩니다.

 

세 번: 더불어민주당은 종 쳤습니다. 174석이나 몰아주어도 권력 나눠 먹기 외 하는 일이 없는, 무능력한 더불어민주당을 떠올리며 이 종을 칩니다.

 

네 번: 김진숙 복직만은 안 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과잉입법이라며 거품을 무는 재계는 일찌감치 종 쳤습니다. 처먹다 처먹다 배아지가 터져 죽을 재계를 떠올리며 이 종을 칩니다.

 

다섯 번: 산업은행은 종 쳤습니다. 재계 눈치 보며 투기자본에 노동자의 피와 한이 서린 현장을 팔아넘기는 데만 급급한 산업은행을 떠올리며 이 종을 칩니다.

 

여섯 번: 한진중공업은 종 쳤습니다. 만나라는 노조는 안 만나고 언론도 아닌 조선 따위에 왜곡된 거짓말만 질질 흘리고 있는 한진중공업을 떠올리며 이 종을 칩니다.

 

일곱 번: 어용 언론은 종 쳤습니다. 대공분실에 잡아다 놓고 고문하며 해고한 것을 무단결근으로 인한 해고였다며 첫 줄부터 거짓말인 어용 언론을 떠올리며 이 종을 칩니다.

 

여덟 번: 한진의 어용노조와 조남호 적폐 세력은 종 쳤습니다. 사측에 딱 붙고 착 붙어 동료도 없고 동지도 없이 분열만을 조장하는 그들을 떠올리며 이 종을 칩니다.

 

아홉 번: 국민의힘당은 애초 종 쳤습니다.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한당에 이은 그 나물에 그 밥 당에 기대조차 없지만, 뒷짐 지고 어깃장 놓는 국민의짐당도 떠올려주며 이 종을 칩니다.

 

열 번: 청와대 광장 관리자라며 완장질하는 경찰은 종 쳤습니다. 기계로 찍어낸 인조인간처럼 굴기만 하는, 사람의 마음이 없는 저들. 내 입에 들어오는 밥숟갈만 무사하다면 세상사 강 건너 불구경인 경찰을 바라보며 이종을 칩니다.

 

열한 번: 무성의한 내 마음과 건성건성 살아온 내 삶을 들여다보며 뼈아픈 성찰의 종을 칩니다.

 

열두 번: 노동자가 죽고 철거민이 불타 죽어도 ‘그들의 일’이 안타깝다고 여기고 ‘나의 일’로 받아 안지 못한 내 삶을 돌아보며 이 종을 칩니다.

 

열세 번: 세월호 참사로 내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배가 가라앉고 이 사회는 뒤집혀 있음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뒤늦은 깨달음에 달려와 잡은 손으로 이제라도 이 종을 칩니다.

 

열네 번: 내가 깨달은 세상.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직 젊은 노동자의 사망에 내 자식은 겪을 일이 아니라던 말. 이 땅의 99%인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며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던 말. 1%를 지향한다는 그의 잘못은 취중 솔직함이었습니다. 이 빌어먹을 신분제 사회를 향해 이 종을 칩니다.

 

열다섯 번: 어제도 죽고 오늘도 죽고 이대로라면 내일도 죽을 목숨인데. 그 목숨에 나와 내 자식은 해당이 안 되니, 안전을 위해 들이는 비용이 많은 건 용납 못 하겠으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기업보호법으로 하자는 이윤 제일의 사회를 향해 이 종을 칩니다.

 

열여섯 번: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기를 원하는 이들, 계속 지는 싸움을 해도 한 번 승리를 위해 전진하는 이들과 어깨를 겯자고 이 종을 칩니다.

 

열일곱 번: 진정한 투쟁은 나만을 위한 싸움만이 아니라 나를 넘어선 싸움이기도 합니다. 모두에게 끼칠 영향력과 파급력을 생각합니다. 처절하게 싸우고 길게 싸우고 목숨 걸고 싸우는 까닭입니다. 이런 피눈물과 헌신을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열여덟 번: 여기 포기도 모르고 좌절도 없이 다시 길 위에 선 노동자가 있습니다. 앙상한 몸에 머리 허연 김진숙 동지를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열아홉 번: 스물여섯에 해고돼 정년의 끝 날인 오늘까지도 복직하지 못한 김진숙 동지. ‘복직 없이 정년 없다’ 우리의 외침을 담아 이 종을 칩니다.

 

스무 번: 대의원 대회 제대로 하자는 선전물 150여 장을 돌린 것이 대공분실에 끌려가는 이유가 됐던 김진숙 동지를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스물한 번: 대한조선공사라는 공기업과 전두환 독재정권의 공모와 합작. 국가폭력의 희생자였던 김진숙 동지를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스물두 번: 비록 현장에선 쫓겨났지만, 노동자가 아닌 적이 없던, 평생을 노동자다운 노동자로 살아온 참 노동자 김진숙 동지를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스물세 번: 동지를 보듬느라, 아저씨들을 생각하느라 정작 연애편지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가슴을 울리는 절절한 글들은 늘 현장을 향하던, 내가 아닌 우리로 살아온 김진숙 동지를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스물네 번: 김주익 열사를 보내고 8년 동안 찬 방에서 지내던 당신. 2011년 김주익의 85호 크레인에 올라 309일 만에 승리를 안고 활짝 웃으며 내려오던 김진숙 동지를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스물다섯 번: ‘김진숙만은 안 된다’는 경총과 전경련의 지령으로 2003년에도 그랬듯이. 한진의 해고자들이 모두 현장에 돌아가도 현장에 돌아가지 못한 단 한 사람 김진숙 동지를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스물여섯 번: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 떠난 동지들의 넋을 품에 안고 돌아가고 싶은 현장. 꼭 한번 들어갔다가 제 발로 돌아 나오고 싶은 현장. 김진숙 동지의 염원을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스물일곱 번: 질질 끌려 나온 현장에, 들어가려 할 때마다 머리채 잡히고 작신작신 짓밟혔던 그 현장에 꼭 한번 당당히 걸어 들어가기를 함께 염원하며 이 종을 칩니다.

 

스물여덟 번: 노동이 증발한 아저씨들의 등에 피어난 것이 소금꽃 나무였다면, 서러운 죽음을 떠나보내던 고통은 증발도 하지 못하고 몸 안에서 암덩어리 바위로 커졌을지도 모를 김진숙 동지를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스물아홉 번: 재발한 암 수술 후 꼭 한 달 만에. 누워 앓는 것도 사치라며 이 한겨울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걸어오는 김진숙 동지를 생각하며 이 종을 칩니다.

 

서른 번: 수술 후 항암 치료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방사선 치료를 마다하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중단임을 알기에. 그런 김진숙 동지에게서 ‘죽음을 불사한 투쟁’이란 무엇인가를 배우며 이 종을 칩니다.

 

서른한 번: 민주주의 제단이란 게 있다면 제물로 제 한 몸 바쳐온 이가 김진숙 동지임을 새기며 이 종을 칩니다.

 

서른두 번: 작은 거인 김진숙 동지의 흔들림 없는 발걸음을 맞이할 청와대 광장의 단식자도 굽힘 없이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모아 이 종을 칩니다.

 

서른세 번: 전국 185대 희망버스를 기억합니다. 2020 리멤버 희망버스를 떠올립니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과 연대의 힘. 그 마음과 힘을 모아 이 종을 칩니다.

 

서른네 번: ‘죽지 않고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을 일구어낸 우리 연대의 힘으로. 다시 또다시 김진숙 동지와 생명의 세상을 열어갈 것을 다짐하며 이 종을 칩니다.

 

서른다섯 번: 2021년 ‘반드시 김진숙 복직! 기필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해고 없는 세상,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 종을 힘차게 칩니다.

 

 

 

 

[사진 2] 희망의 길을 만들어 가는 희망 뚜벅이 Ⓒ윤미라

 

 

 

복직 없이 정년 없다. 복직 없이 2021년은 아직 오지 않은 새해다. 우리에게 오늘은 1월 1일이 아니라 단식농성 11일 차일 뿐이다. 촛불정권이라고 하지만 전두환 독재정권과 대한조선공사라는 공기업이 합작해서 저지른 국가폭력의 해고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 정권이 그 정권과 무엇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제야 행사에서 끝으로 함께 들었던 노래는 김진숙 동지의 18번이라는 ‘직녀에게’였다.

 

암 치료조차 중단하고 병자의 몸으로 한파를 뚫고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걸어오는 김진숙 동지의 발걸음.

우리 여섯 명(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 김우,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 정홍형, 꼰벤뚜알프란치스코 수도회 서영섭 신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성미선,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한경아, 시인 송경동)도 청와대 앞 단식 농성장을 견결히 지켜갈 거다. 그 발걸음 맞이하는 마음으로.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