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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안전지킴이 최종진의 일기 ⑩ 목숨 걸고 일하는 현장 | 칼럼

  • 최종진
  • 2020-12-09 15:09
  • 1,466회

7.8(수) 여전히 위험한 현장들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3일 내내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장현리 지역 현장을 찾았다. 4호선 연장인 진접선 복선 공사 현장인 금곡리 정거장 공사장에 갔다. 의류 창고를 짓는 현장과 다가구 주택, 근린생활 시설 등을 찾아 점검했다. 

그저께인 월요일 장현리 건설 현장에서는 현장 책임자도 없고 안전한 발판도 없는 상황에서 거푸집을 조성하고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전대 등 보호구조차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수소문 끝에 현장 책임자 연락처를 알아내어 연락했다. 

멀리 있어서 금방 못 온다고 한다. 문제점을 전화로 조목조목 알렸다. 현장 책임자로서 안전조치 방기에 대해 신랄하게 따졌다. 

 

[사진 1] 경사진 곳에서는 바퀴에 고일목을 해야. ⓒ최종진


어제 그 현장을 다시 찾았다. 전날과는 달리 모두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어제까지 안전모도 지급하지 않았지요?” 나의 추궁에 그렇다고 실토한다. 

“안전조치 취하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것은 범죄행위입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행정조치 할까요? 이 시간 이후 안전모와 안전대. 안전화는 기본이고 방진 마스크 등 지급해야 할 보호구는 반드시 지급하고 착용까지 강제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개인보호구를 지급하고 서명을 받으세요. 그리고 그 근거를 남기세요. 다음에 와서 확인할 겁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오늘 오전 처음 찾아간 한 현장은 비계를 철수하고 있었다.  비계는 전문 자격을 지닌 사람들이 설치와 해체를 해야 한다. 
근린생활시설 4층, 저 높은 곳에서 비계기둥, 수평 난간, 발판 등을 철거해서 리프트에 싣고 하강하면 지상에 있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트럭에 자재들을 싣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안전지킴이 복장을 하고 있는 우리를 모두가 본체만체한다.

 

높은 곳인데 여러 번 살펴봐도 안전대 착용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장 소장을 전화로 부르고 작업지휘자를 찾았다. 안전대 미착용을 지적하니까 철거한 자재를 이동하는 데 불편해서 착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안전대를 부착할 난간 설치는 못 하지만 차선책으로 줄걸이라도 해야 합니다.”

현장 소장이 막 도착한다. 
“이렇게 위험한 해체일을 하는 데 방치합니까? 위험방지 조치 등 작업 전 지시 및 확인도 하지 않습니까? 전문업체에서 몇 명이 왔고 그 외 몇 명이 이 작업에 결합했나요? 그들에게 안전대 지급은 했습니까?”
이러는 사이에 해체 팀에서 누군가 노란색 줄을 가지고 나왔다. 

 

소장을 앞세우고 비계 철거 하는 층으로 올라간다. 조심스럽게 발판을 딛는다. 순서에 의해 수평 난간이 철거된 발판 위는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린다. 흔들리는 발판 위에서 역시 흔들리는 비계기둥을 의지하고 걷는다. 
맨몸으로 걷기도 두려운데 철거 자재를 들고 이동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놀란다. 이렇게 철거 작업을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직면한 나는 다리가 후들거린다.

건물 한 면을 지나야 리프트까지 갈 수 있다. 가 보려고 했으나 더는 움직이는 것에 자신이 없다. 벽면에 기대면서 그나마 몇 발자국 움직일 뿐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일하는가?

 

안전대 걸기용 줄이 왔다. 줄을 매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래도 줄이라도 매면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다.’라고 하는 노동자의 말에 내가 지적질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그분은 숙달이 돼서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간혹 어지러울 때도 있다고 한다. 

“정말 너무 걱정돼서 속이 상합니다. 안전줄이 생명줄입니다. 앞으로 반드시 안전조치를 한 후에 일하셔야 합니다. 조심하세요.”
“고맙습니다.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오히려 나를 걱정한다.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은 감정이 북받친다. 지금까지 몇 개월 동안 가장 위험한 상황을 접했다. 목숨 걸고 일한다는 표현 바로 그 상황이다.

 

수많은 비계 팀들은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이렇게 위험하게 일하고 있을 것이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마음이다. 
오랜 세월 많은 위험 속에서 일해 온 비계 전문 노동자들! 안전 조치한 후 일을 하시고 언제 어디서나 무탈하길 빈다. 

현장 소장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전에 작업계획서를 확인하고 감독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장을 절대 비우지 마세요

 


7.9(목) 그 어떤 것도 착용하지 않고

 

양주시 고읍동 ‘스카이 캐슬’이라는 이름의 오피스텔 공사. 지하 4층 지상 8층 규모의 공사다.

카터기라는 전동기구를 어깨에 메고 지하층 입구 시멘트 벽면을 자르고 있다. 소음과 불꽃, 먼지가 뿜어져 나온다.

잠시 지켜보다가 가까이 갔다. 이 엄청난 돌가루, 소음, 불꽃 비산 속에서 보안경, 마스크, 귀마개 등 그 어떤 것도 착용하지 않고 있다. 절단 기능을 가진 커터기는 무게가 17킬로나 된다고 한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경사진 곳에 사다리 작업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사다리는 이동 때의 용도로만 이용하고 작업은 금지되어 있다.

다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전도(넘어짐) 방지를 위한 조처를 하고 2인 1조로 사용해야 한다. 불안한 상태와 불안정한 행동은 사고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작업 금지를 시키고 나온다.

 

[사진 2] 어느 곳에서건 사다리는 2인 1조로. ⓒ최종진

 

 

7.10(금) 현수막만 있다

 

보호구도 지급하지 않는 현장이 의외로 많이 있다. 요즘 날씨 핑계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말을 하면 겸연쩍어하는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우리에게도 영 좋은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안전대 미착용을 많이 지적하고 있다. 안전대를 착용하고 줄을 거는 건 생명줄을 거는 것이다.

 

안정적인 작업 발판이나 안전 난간대가 없는 곳에서는 최소한 안전대를 착용해야 한다. 견고한 곳에 거는 건 기본이자 필수다.

안전난간이 없는 곳에 조립식 이동 비계의 안전 난간대를 만들어서 일하도록 집요하게 말했다. 

 

학교신축 현장, 비가 오고 있다. 거푸집 동바리를 철거하는 곳이 위험하다. 안전모는 착용했지만, 안전대는 하지 않았다. 경사진 곳에서 발판도 불안한 상태다. 추락이나 전도의 위험이 있다.

제발 안전 걸이대를 설치하고 안전대를 착용하고 일을 하도록 하시라.

그런데 이 공사 현장 외벽에는 다음과 같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안전대를 걸겠습니까? 생명줄을 걸겠습니까?’

 


7.13(월) 사고는 기다리지 않는다

 

밤새 비가 내렸다. 아침에 비가 그친다. 별내동에 한 2주 만에 온 것 같다. 그 사이에 현장 공사는 벌써 많이 진행되었고 새로 시작한 현장도 여러 곳이 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 일을 하지 않는 현장이 많았다. 서너 곳을 점검했다. 

 

[사진 3] 개방된 난간 1m 높이에는 안전 난간을 설치해야 한다. ⓒ최종진

 

이 전에 두 차례 왔을 때도 별 느낌이 안 좋았던 현장에 가서 현장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한 참 후에 현장에 온 담당자는 안전모도 쓰지 않고 왔다.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다. 한마디 할 생각을 가지고 현장을 둘러본다.

여기 추락위험이 있는 곳에 안전난간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낼모레 창문 달 거요.” 아주 태연하게 말한다.

사고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당장 난간을 설치하라고 하였는데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는다. 
목재 사다리가 걸쳐 있다. 목재 사다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반출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건물에 걸쳐놓은 것을 봐서 누가 봐도 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내친김에 신랄하게 따졌다. 현장 관리자가 안전모도 쓰지 않고 안전모를 쓰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을 방치하는 건 잘못이라고, 안전관리자의 기본도 되지 않는 태도라고 말이다.  

안전지킴이에게 최소한의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하루였다. 솔직히 약간은 속이 후련했다.

노동안전지킴이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주장한다.


 

7.14(화) 아찔한 모습

 

퇴계원 건설 현장을 찾았다. 크레인으로 거푸집을 나르고 있다. 짐이 이동하는 아래 몇 사람들이 태연하게도 철골을 싸는 거푸집을 조성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이 여러 명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바로 아래층 옥상에 널려있는 거푸집을 와이어로프에 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크레인 조종자는 있는데 유도자는 따로 없다. 아니나 다를까? 크레인이 선회하면서 거푸집 조성을 하는 노동자들 머리 위를 지난다. 작업 반경 내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한 것이다.

섬유 로프 줄도 많이 훼손(부식)되어 있다. 크레인에 매단 짐이 선회하는 아래에서는 작업을 하지 말라, 유도자를 배치하라, 그리고 당장 로프를 바꾸라고 했다.

 

현장사무실에서 다시 한번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로프 줄이 이렇게 훼손된 채 사용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로프의 사용기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꼬인 것, 이음매 있는 것, 부식된 것 등.

“오늘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제가 한 겁니다. 많은 사람의 안전을 책임진 것입니다.”라고 진심으로 얘기했다.

오후에 로프 교체한 것과 안전대 착용한 사진을 보내왔다. 오늘은 속상했던 어제와는 다르게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

 

[사진 4]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 금속을 자를 땐 불티 방지 등 화재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 ⓒ최종진

 

7.15(수) 책임자는 현장을 비우지 말라

 

별내동 3층 다가구 주택 현장에 건축허가 표시가 없다. 주소, 공사명, 공사 기간, 시공사, 현장 책임자와 연락처 등 건축물 공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으니 연락처도 알 수 없다. 공사는 이미 상당이 진척된 상황이다. 난감한 마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3층 다가구 주택 건물. 3층 다락방과 지붕의 거푸집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동바리 받침대, 기둥 등 거푸집 철거는 위험한 일이기도 하기에 작업지휘자나 책임자 역시 당연히 배치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 책임자는 물론 우리나라 사람도 한 명 없다. 베트남 이주 노동자 네 명(베트남)만 일하고 있다. 추락이나 전도의 위험성도 높다. 안전모뿐만 아니라 안전대를 착용하고 줄을 걸고 매고 해야 하는 곳도 있다. 

 

만약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조치와 대책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건 노동자 안전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더구나 이주 노동자들만 일하는 모습이 더욱 화를 나게 했다.

기본적인 책무를 내버리는 현장 책임자를 수소문해서 각성하게끔 해야겠다.

 

경남에는 인명사고까지 있었지만, 아직 수도권은 장맛비의 피해가 별로 없는 것 같다.

한 현장을 찾았다. 건축 중인 주택 현장 외부를 둘러봤다. 도로에서 흘러내린 토사물이 흥건히 지하층에 쌓여있다.

 

곳곳에 흙이 붕괴한 모습이 보인다. 비계기둥 받침판 바로 옆이 비로 인해 움푹 패 있다. 비계기둥 받침판이 힘을 받을 수 없는 상황 직전이다.

긴급 처방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 관리자는 이런 상황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견고한 조치를 한 다음 비계기둥 받침판을 깔아야 하는데 비가 올 것에 대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자갈 포대 등으로 훼손된 부분을 메우고 바닥을 보수해야 한다.

 

더 비가 오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내일까지 시급하게 조치하고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중요한 곳을 발견하고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조치 결과를 기다려 보자.

 

글│사진
최종진
노동안전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