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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안전지킴이 최종진의 일기 ⑧ 어디서나 현장을 걱정한다 | 칼럼

  • 최종진
  • 2020-10-16 17:54
  • 1,807회

6.27(토) 건설 현장의 집회

 

아파트 건설 현장 입구에 노동자들의 집회가 많이 있다. 대부분 한국노총 건설노조의 집회다. 양주시 옥정동과 덕계동 아파트 건설 현장 혹은 규모가 좀 큰 현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금 내가 사는 부근에도 여러 공사 현장이 있다. 새벽부터 들리는 앰프 소리를 직접 들은 것도 여러 번이다. 공사 때문에도 스트레스가 넘치는데 이른 아침부터 들리는 집회 소음까지 겪어야 하는, 현장 부근 주민들의 이중고를 알겠다.

 

예전 민주노총에서 건설노조 간부들과 이주노조의 간담회를 주선한 적이 있었다.

이주노동자 때문에 일자리를 뺏긴다는 불만을 토해내는 건설 현장 노동자를 대변해야 하는 조합 간부들과 그 불만을 이해할 수 없는 이주노조의 입장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현장의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집회에 많은 반감을 품고 있다. 일자리를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생트집으로 간주하는 현실이다. 여러 번 이런 모습을 보면서 착잡하기만 하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한편으로 좀 불편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사진1] 사다리는 2인 1조로 미끄럼 방지 조처를 해야 한다.  ⓒ최종진

 

얼마 전엔 양대 노총 노동자들의 현장 충돌 소식도 들었다. 착잡하다. 현장 시공사에서는 그 누구도 이들을 반기지 않는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할 것 없이 적대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조라면 치를 떠는 현장 관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관리자들의 태도를 비판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서 있는 위치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노동자들의 단결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실감한다. 

 

일자리를 요구하는 집회의 목소리.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밖에서 일자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은 다르지 않다. 계급적으로 연대해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집회 대오 옆을 지나  현장사무소로 들어가면서도 혹시 나를 아는 사람은 없는지 신경이 쓰인다. 그때 어떤 노동자가 외친다. 


“민주노총과 협의까지 다 되었는데도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저 말이 정말인가? 노동자들끼리 협의하고 일할 기회를 서로 나누어 가진다는 건 아름다운 약속이지 않은가?’ 단결해야 할 우리가 서로 싸우는 상황이 답답하다.

 

자본의 질주가 상당 부분 멈추어 버린 세상, 코로나19 여파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당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보안요원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사실과 다르게 본질을 호도하고 갈라치기 하는 언론과 집단적인 청원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다. 을들의 싸움이라고 해야 하나.

 

분명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영세 자영업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이 기회에 노동 개악을 기도하는 자본과 권력에 계급적 요구를 걸고 투쟁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려오는 민주노총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나는 주장한다. 우리가 겪은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98년 2월 비정규직법을 수용한 민주노총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대공장 이기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노동자들의 저항을 노동자 갈라치기 하는 권력과 자본의 모습에도 결코 동의해선 안 된다.

최근 삼성과 이재용의 기만적인 모습을 보라.


 
오래된 기억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포항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러 전국에서 모인 모습이다.

현장 밖에서 일자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연대는 못 할망정 비난을 해야 하겠는가? 
모두 힘내시라.

 

[사진2] 산재 예방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마치고  ⓒ최종진

 

6.29(월) 국회 토론회

 

경기도가 주최하는 ‘산재 예방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 자료집 부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상투적인 글을 본다.

이들이 진정으로 노동자의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제 역할을 좀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의원회관에서 토론자로 민주노총을 대표해서 나온 최명선 실장을 만났다. 무척 반가웠다. 노동안전지킴이 일을 하는 나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다.

사실 안전지킴이 신분으로서 이 중요한 토론회에 참석할 줄 전혀 예상치 못한 듯했다. 일단 의미 있는 토론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경청했다.

 

화려한 퍼포먼스의 시간이 지나고 다들 퇴장한 다음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의 시간이 끝나고 참관한 사람 둘에게 발언 기회를 준다 해서 플로어 발언을 신청했다.

이천사고를 반추하며 노동안전지킴이의 실제적인 권한을 보장하는 것(작업중지권 부여)이 도지사의 노동경찰 도입 발언과 맞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흥에서 일하는 윤 흥복 팀장은 현장 안전관리자의 위상이 고용 관계상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업무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민의 지점에 나도 동의한다.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소속 안전담당자가 소신 있게 일하기 어려우니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안전담당자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위상을 고민해야 한다. 

 

시간상 토론을 하지는 못했지만 두 사람의 의견 제안만으로도 토론회를 조금 의미 있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평가들이었다.

사실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었다. 노동경찰제 이야기하는 마당에 작업중지권은 당연한 요구가 아닐까? 

 

최근 권유하다에 올린 글을 이제 오픈하기로 했다. 김태희 주무관과 박종국 경기도 노동안전국 팀장에게 기고 글을 보냈다.

오늘 참석한 많은 의원이 토론회 다음에 해야 할 공정을 어떻게 제대로 진행할 것인가 지켜보겠다.


6.30(화) 비가 오고 바람 불면 걱정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오늘 건설 현장에 일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오전은 사무실에서 그동안의 업무정리 등으로 보냈다. 

 

오후 들어 비가 그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바람이 거세진다. 마치 가을 날씨처럼 서늘하다. 어제 강원도에서는 6월 강수량으로는  최고로 기록될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한다.

 

사무실을 오가는 부근에만 해도 많은 건설 현장이 있다. 대규모 아파트 건설 현장만 해도 여러 곳이 있다. 오늘 같은 날은 크레인 작업과 철골 작업을 하기는 무리다.

 

오전 기준으로 보면 강우량, 오후에는 바람의 영향 때문이다. 

초속 15m 바람은 크레인 운행을 중단해야 하고 시간당 1밀리의 강우량은 철골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산안법에 규정되어 있다.

 

사무실 부근 현장은 강풍 대비 크레인 지지작업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해야 한다. 강풍에 대비해서 마땅한 조치를 하는 것이다.

 

퇴근길에 걱정이 스친다. 오늘 장맛비와 강풍으로 인한 사고가 제발 없길 바란다. 비와 강풍과 크레인의 조합은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어디서건 현장을 걱정하는 안전지킴이가 된 것 같다.

 

[사진3] 비계 해체 사진  ⓒ최종진

 

 

글│사진

최종진

노동안전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