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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이상 일했는데 5인미만 사업장? | 현장

  • 이정호
  • 2020-09-25 18:27
  • 13,772회

늘 10명 이상 모인 단톡방에서 업무지시 받고 회의도, 회식도 함께 했는데

 

30대 여성노동자인 두 사람은 10대 때부터 20여 년을 일해야 했던 흙수저였다. 웹디자인을 전공했던 두 사람은 지난해 연말 하루 7시간씩 주 5일 근무만 하면 220만원을 준다는 알바몬 구인 광고를 보고 수도권에 있는 한 신생회사에 들어갔다. 
 

두 사람이 들어간 회사는 2개의 세차장과 카페, 건설사, 여행업에 상가까지 소유한 지주회사 격이었다. 대표는 전 직원을 하나의 단체카톡방에 초대해 카톡으로 업무지시하고 회의도, 회식도 전 직원이 함께 했다. 단톡방은 늘 10명 이상이었다. 이 회사는 취업사이트에도 직원 수가 16명이라고 알렸다. 
 

그런데도 서류상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들어 야근과 휴일 등 각종 시간외 수당과 연차휴가 등을 인정하지 않고 제대로 지급하지도 않았다. 월급도 첫 달만 제 날짜에 나오고 밀리기 일수였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라던 근무시간은 대부분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급하면 토요일과 심지어 일요일에도 나와서 일해야 했다. A씨가 휴대폰 위치 정보서비스로 확인한 지난 2월3일부터 3월11일까지 40여 일 동안 출퇴근 기록을 보면 단 하루도 지각하지 않고 오전 8시대에 출근했다. 오전에 급한 회의가 잡혀 8시10분에 출근한 날도 있었다. 2월13일엔 오전 8시54분에 출근해 자정을 넘긴 새벽 1시쯤에 퇴근해 16시간 가까이 회사에서 일했다. 2월20일엔 오전 8시53분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3시를 넘겨 18시간을 일했다. 2월 8~9일 토, 일요일에도 출근해 하루 12시간 이상 회사에서 일해야 했다. 그런데도 5인미만 사업장이란 이유로 시간외 수당은 받지 못했다. 

 

주 35시간 계약했는데 대부분 밤 10시 퇴근

 

두 사람은 회사 홈페이지 구축에 필요한 여러 웹디자인을 수행했다. 사무실에서 웹디자인 하다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내려야 했고 세차장에 가서 포스기를 다루고 재료를 발주해야 했다. 사장은 입사 때 인센티브를 약속했지만 월급도 밀리는 회사에 더는 미련이 없었다. 월급을 계속 체불하던 사장은 5월말쯤 일요일 오전에 두 사람에게 SNS로 6개월 무급휴직을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무급이라도 저와 밤새가면서 함께 힘을 보태준다면”, “무급이라도 회사와 함께 열정으로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시면”이라며 또다시 열정페이를 요구했다. 6개월간 무급으로 일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강제로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사직서에 “임금 지급일 상습 지연, 야근수당 및 주말근무수당 미지급, 근로계약서와 다른 과도한 야근, 담당업무 외 업무지시, 6개월 강제 무급근로 또는 무급휴가 강요 등의 사유로 퇴직을 요청합니다”라고 썼다. 두 사람은 퇴사가 자발적 의사표시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5개월여 못 받은 수당을 계산해 고용노동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대표는 노동청 대질 조사 하루 전날에서야 수당을 빼고 밀린 임금을 지불했다. 두 사람 사례처럼 실제로는 5인 이상인데도 오로지 노동법 적용을 피하려고 형식만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들어 놓은 회사는 수두룩하다. 

 

주말에도 일했는데 시간외수당은 못주겠다니

 

A씨는 초등학생 아이를 혼자 키우는 돌싱이다. 중2 때부터 새벽 신문배달 알바를 시작해 30대 중반이 되도록 20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일했다. 얼마 전 일어난 인천 ‘라면 형제’ 화재사건 때문에 집에 혼자 남겨진 아이가 걱정이지만 일해야만 당장 먹고 살려고 다시 일하러 다닌다. 일찍 부모가 헤어져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A씨는 대학생 때 남편을 만나 졸업도 못하고 일찍 결혼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유아용품 공동구매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하고 인테리어 업체에서 일하다가 4~5년 옷가게도 하고, 카드 영업도 뛰고, 부동산 중개 일도 하고, 대리운전도 했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를 간병하느라 1년쯤 쉬었던 시간을 빼고는 20년을 쉬지 않고 일했다. 남편과도 헤어져 지금은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 
 

A씨는 5월말에 회사를 그만두고도 곧바로 취업전선에 나서야 했다. 지금은 1톤 탑차를 운전하며 요즘 유행인 배달기사로 일한다. 아침에 나가 하루 종일 택배기사로 일하다가 밤 9시쯤에야 집에 돌아온다. 코로나19 때문에 등교도 하지 않고 종일 집에서 보내는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에 일을 할 수밖에 없다. A씨는 “각종 수당을 안 주고 무한정 초과근무를 시키는 가짜 5인미만 사업장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B씨가 가짜 5인미만 사업장에서 겪은 부당한 대우를 설명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진 업무지시에 공황장애 치료도

 

A씨와 함께 퇴사한 B씨는 고교 때 디자인을 전공해 카드사 인쇄물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서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관리하는 등 10여 년을 일했다. 30대 초반인 B씨는 5개월 넘게 다닌 가짜 5인미만 사업장을 고발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무급휴직 강요와 퇴직금 지연 지급, 야근수당과 인센티브 미지급, 업무시간 외 SNS로 업무지시 등 15개 항목에 걸쳐 1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부당한 대우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부모와 함께 사는 B씨는 차상위계층이다. B씨는 당장 일해야 하지만 지금은 쉬고 있다. 5개월 다닌 가짜 5인미만 사업장에서 과도한 추가근무와 근무시간 뒤에도 시도 때도 없이 SNS로 이어진 업무지시에 공황장애로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밀린 월급 때문에 병원비가 부담돼 통원치료도 그만 둔 B씨는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B씨는 “6개월 걸리는 홈페이지 구축 및 관리를 대표의 독촉으로 한두 달에 끝내고 수당도 없이 야근하고 주말에도 불려 나와 일했는데 지금 와서 일을 게을리 했고 휴일근무 외에 추가근무를 지시한 적이 없어 책임이 없다는 회사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내 괴롭힘 신고센터 홍보물. 

 

두 사람은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와 상담 끝에 못 받은 각종 수당이 600~700만원에 달하는 것을 확인하고 임금체불 해결을 위한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

 

글 
이정호
권유하다 편집위원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고발운동에 참여하는 두 가지 방법]
 

1. 피해 당사자(전 직장도 가능) 또는

불법 사례를 알고 있는 사람
<<가짜 5인미만 사업장 제보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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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발운동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 누구나
<<가짜5인미만사업장 공동고발인단 참여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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