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4일, 고용노동부는 사상 최초의 ‘가짜 3.3 기획근로감독’에 착수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달간 ‘가짜 3.3 위장 고용 의심 사업장’ 100여 개소에 대한 기획 감독을 진행할 것임을 알렸다. 음식·숙박업, 제조업, 택배·물류업 등 사업소득자 다수 고용 업종에서 사업소득자 합산시 전체 30인 이상 고용된 사업장을 감독 대상 사업장의 선정 기준으로 삼았음을 밝혔다. 또한 노동·시민단체 제보와 감독 청원 사업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가짜 3.3’은 특정 사업체에 고용된 직원을 4대보험에 가입시키지 않고 사업소득자로 신고해(세율 3.3%) 노동법 적용과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위장고용 노무관리 수법이다.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산되는 3.3 노동자의 수는 국세청 집계 기준으로 862만 명을 넘어섰다. 2018년 약 513만 명에서 매년 급격히 증가해 현재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0%에 달한다.
가짜 3.3을 이슈화해온 권리찾기유니온과 분야별 전문단체들은 ‘3.3 전수조사 추진단’을 구성하고, 3.3을 악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전수조사와 기획근로감독 추진 방안을 논의해왔다. 3.3 전수조사는 2024년에 4만 건을 적발한 쿠팡캠프식 조사 방식을 기본 모델로 상정한다. 1단계로 국세청은 캠프별 위탁업체 명의로 원천징수된 사업소득세 납부 정보를 노동부에 제공한다. 이를 활용해 노동부가 사측에 고용현황 및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검증해 고용·산재보험 누락자 및 근로기준법 적용대상 명단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이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세 신고 내역을 제공받는 과정을 제도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102조의2)을 추진하였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작년 10월 23일부터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전수조사의 길이 열린 것이다.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노동자는 외부에서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유령같은 존재였다. 고용된 직원의 4대보험 가입을 회피한 사업주는 자신의 비용처리에도 득이 되는 3.3 신고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4대보험을 회피한 노동자들의 명단은 국세청에 고스란히 입수된다. 노동자의 권리를 회복시켜야 할 대상자들의 이름이 사업체 외부로 드러나며 공적 정보가 된다. 가짜 3.3 시대의 역설이다.
3.3 전수조사 추진단은 전수조사와 기획근로감독을 추진할 1차 집중 분야로 13개 분야를 선정하고, 고용노동부와 매월 진행하는 간담회를 통해 분야별 위장고용 실태와 효과적인 조사방안을 전달하고 있다.
이 중에서 방송과 물류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실태점검과 기획감독을 추진하겠다고 점찍은 업종이다. 최근 방송산업의 지상파와 종편 4곳에 실시한 기획근로감독으로 프리랜서 계약자 3분의 1이 가짜 3.3이라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전수조사 추진단은 업계 전반에 만연한 가짜 3.3을 들추어내기 위해 외주제작사를 핵심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드라마 제작과 같이 단기 고용이 대규모로 사용되는 현장일수록 위장 고용이 판친다.
종사자가 급증하는 물류산업은 ‘가짜 3.3 천만 시대’를 주도한다. 쿠팡에서 4만 건이 적발돼 전수조사의 효능을 보여주었는데도 업계 경쟁사들은 3.3 채용공고를 버젓이 올린다. 퇴직금 포기각서를 종용하는 행태도 사라지지 않는다. 국회에서 ‘물류업계 3.3 전수조사 요구 기자회견’을 열어 공론화를 시작했고, 실상이 채 알려지지 않은 중소형 단지와 지역형 업체들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와 협력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통적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업에서는 하도급 구조의 최하단에 위치한 노동자들을 물량팀이라 부르며, 대량의 인력을 손쉽게 충원해왔다. 정부는 ‘프로젝트팀’이라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여전히 불안정 노동의 사슬에 묶인다. 건설현장의 3.3은 불법하도급과 결탁된 중간 착취 카르텔의 생존전략이다.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인력 사용과 비용 처리를 극대화하려면 ‘보름은 근로자, 보름은 사업자’와 같이 이중 처리하는 방식이 유용하다. 마루시공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이런 위장 수법은 실내공정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IT는 3.3 고용을 널리 사용해온 오래된 분야다. 프로제트 기반 업무가 많아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활용 비중이 높다. 개인과 팀별로 업무수행 성과를 측정하기 편한 분야일수록 계약방식과 급여기준을 3.3으로 대체하기 쉽다. 이 분야 종사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주목받으며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제한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야기된 바 있다. 노동자성이 삭제된 이들에게는 실효성 없는 논란이다. 노동자성 회복과 근로기준법 적용이 노동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함을 확인해주는 사례다.
이외에 프리랜서나 독립사업자로 불리는 것조차 민망한 음식점, 편의점, 카페도 집중 분야에 선정됐다. 교통사고조사원과 같이 산재보상 적용이 시급한 현안 분야도 주목할 대상이다. 심층 분석을 시도한 보험업 텔레마케터, 교육산업 학원강사에 이어 스포츠 산업의 추진안도 조만간 정부로 전달할 예정이다.
3.3 전수조사의 취지를 반영해 정부의 기획근로감독이 노동현장에 실질적 효과를 미치려면, 쿠팡캠프 적발 사례에서 확인된 두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는 간접고용으로 책임 회피다. 물류산업을 비롯한 대규모 기업들은 위탁업체를 내세워 3.3을 사용하고, 청소노동자를 포함해 다수 종사자 분야의 노동자들은 용역 업체를 통해 3.3으로 고용된다. 간접고용을 활용한 3.3 고용 전략을 무너뜨리는 것이야말로 3.3 확산을 막는 전환점이다.
두 번째는 위장고용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다. 고용·산재보험 가입 처리와 과태료 징수에 그치지 않고, 세부적인 법위반 사항을 적발하는 것은 근로감독의 기본이다. 당사자들이 용기를 내 법률구제에 나서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사업주들은 금전 합의로 종결을 시도해왔다. 앞으로 발표될 3.3 전수조사의 성과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필수 항목은 노동권의 실질적 보장이다. 조사 대상이 된 사업장의 모든 노동자들은 앞으로 근로기준법이 보장되는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는가.
당사자 조직과 정당·사회단체들이 협력해 추진하는 3.3 전수조사 사업은 노동행정의 기획과 집행을 지원하는 활동에 머무를 수 없다. 위장 고용을 폐지하고, 모든 노동자의 권리 쟁취로 나아가는 새로운 사회적 연대운동의 가능성에 도전한다.
3.3 제보센터(bit.ly/삼쩜삼제보센터)를 개설해 3.3 당사자와 노동자, 시민들의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제보센터에 참여하는 6개의 문은 다음과 같다. ① 사내에 3.3 계약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있어요(사업체 내 제보). ② 하청업체 직원들이 3.3으로 들어와요(간접고용 제보). ③ 평소에 3.3을 사용하는 00업체를 알아요(타인 제보). ④ 00업체가 3.3% 공제한다는 채용공고를 냈어요(채용공고 제보). ⑤ 3.3 고용을 유도하는 컨설팅 광고를 발견했어요(노무컨설팅 제보). ⑥ 제가 3.3으로 4대보험 없이 일합니다(당사자 직접 제보). 대규모 제보 업종과 상습적 악용 기업은 전수조사와 기획근로감독을 우선 추진할 대상으로 선정한다. 아울러 피해를 제보한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 상담과 법률구제를 지원하고 있다.
권리찾기유니온이 순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지역별 실태조사에 이어 단위별 전수조사를 새롭게 추진한다. 노동당과 정의당이 먼저 나서 모든 당원을 대상으로 조사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외부에서 접근하기 쉬운 대상을 표집했던 기존 실태조사의 한계를 넘어 특정 모집단 전체에 실시하는 최초의 3.3 조사이기도 하다. 각 수행 단위의 분석 결과는 당의 조직활동을 확장하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나아가 공개 발표회를 함께 준비해 사회적 과제를 공동으로 도출해나가는 활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부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노동자 추정 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조직의 우려와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논란이 제기되지만,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노동자의 수가 줄어드는지, 오히려 늘어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제 ‘가짜 3.3’으로 대표되는 위장 고용을 실질적으로 폐지해나가는 투쟁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해졌다. 이는 정부 주도의 입법 논쟁을 넘어, 3.3 전수조사 운동이 자임해야 할 역사적 역할이기도 하다. 노동자성 회복과 노동자 권리 확장으로 나아가는 길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더 많은 이들이 운동의 주어로 만나, 그 길을 더욱 튼튼하게 열어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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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3 제보센터 bit.ly/삼쩜삼제보센터
글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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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노동자 권리찾기 상담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