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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행정 개혁 시작은 '3.3 전수조사'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5-07-03 09:43
  • 172회

 

지난 26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청년 근로감독관과의 간담회에서 ‘가짜 3.3 계약’과 사업장 쪼개기 관행을 언급하며 근로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실제로 노동자인데도 3.3 계약에 따라 사업자로 오분류되지 않도록 이들을 일단 노동자로 추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도 함께 소개됐다. 언론은 이 후보자의 이날 발언이 제도 개선 이전이라도 잘못된 고용관행에 대해선 노동행정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취지라고 분석한다.

후보자가 산적한 노동 현실에서 당면한 현안 의제를 뾰족하게 짚어낸 건 꽤 긍정적이다. 3.3 위장고용의 확산에 대응하려면 국회 입법을 기다릴 상황이 아님을 확인한 것도 다행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이 ‘가짜 5인 미만’과 ‘가짜 3.3’의 이름으로 공동법률구제와 사회적 투쟁을 시작한 지 5년을 넘겨 이제야 정부의 핵심과제로 채택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도 섞인다.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의 노동부 업무보고에는 가짜 3.3 방지와 노동자 추정제도 도입이 핵심과제로 포함돼 이에 관한 개요와 이행계획이 요약돼 있다. 올해 하반기에 기획감독 실시와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입법추진과 더불어 ‘업종별 근로자 판단매뉴얼’을 신설하겠다는 것이 연도별 계획의 줄기다. 후보자가 하필 근로감독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위장고용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를 제기한 이유는 분명하다. 근로감독을 포함해 노동행정 전반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함을 모를 리 없다. 업무보고는 이와 관련해 기획감독 추진을 강조한다. 또한, 사전에 방송산업과 물류산업 등 오분류 우려 업종을 대상으로 관계부처와 합동 실태 점검이 필요한 것을 특이사항으로 꼽는다. 기획감독으로 이어져 실태가 확인되면 이를 업종별 근로자 판단매뉴얼의 근거로 삼겠다는 시나리오다.

이러한 정부의 실행 방안을 마침 같은날 대통령실에 전달된 당사자들의 요구와 연관된 줄거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당사자 조직과 80개 사회단체가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해 대통령에게 전한 촉구서에는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핵심요구가 새겨졌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과제는 노동자 추정 제도를 도입하는 근로기준법 2조 개정과 더불어 위장고용에 대한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할 것을 특별과제로 강조한다. 후보자의 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않더라도 현재 알려진 정보만으로 3.3 전수조사가 시행될 것이라 확신하기는 어렵다.

정부 스스로 부인할 수 없는 것은 행정 능력 부족과 불신이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으로 언급해 온 사례가 이번 기자회견에도 포함됐다. 쿠팡캠프에서 4대 보험 누락과 가짜 3.3으로 4만 건이 적발돼 근로감독이 추진됐지만, 동종 물류산업의 대표 기업들은 여전히 이 시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3.3 채용공고를 게시한다. 전수조사로 이어져 자신들에게도 타격이 될 것이라 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징적인 기획감독의 수를 늘린다고 달라질 상황이 아니다. 위장고용을 활용하는 사업주들은 정부의 의지와 능력을 믿고, 불법과 악습의 피해 노동자들은 노동부를 가장 불신한다.

오는 10월23일부터 ‘근로기준법 제102조의2’ 법률이 시행되면, 노동부가 국세청의 과세정보를 노동행정에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쿠팡에서 4만건 적발이 가능했던 것도 이 3.3 과세정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4대 보험 미가입자는 사업주만이 아는 유령 같은 존재였지만, 4대 보험 대신 3.3으로 신고하는 가짜 3.3 천만시대는 역설적으로 위장고용의 정보를 정부기관이 공적으로 수집하는 세상이다. 노동부와 국세청, 근로복지공단 등 범정부적 행정력을 투입해 모든 산업으로 퍼지는 위장고용에 정면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당사자 조직과 전문단체들은 ‘3.3 전수조사 추진단’을 구성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실태를 가장 잘 아는 주체들이 사회적 협력으로 해결의 기반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전시행정은 효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데 치중하는 것이고, 개혁은 새롭게 뜯어고치는 것이다. 정부가 노동행정을 개혁하려 나선다면 그 시작은 3.3 전수조사가 될 것이다. 법률 시행을 앞두고, 당사자들과 사회 각계의 동참에 이어 남은 것은 대통령과 정부의 실행이다.


 

[사진]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공동기자회견(25.6.19, 대통령실 앞)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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