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유하기

[칼럼] 3.3 제보센터를 여는 6개의 문 <노동연찬 웹진 게재> | 칼럼

  • 정진우
  • 2025-03-27 11:30
  • 406회

 

‘가짜 3.3’이란 무엇인가?

‘가짜 3.3’은 특정 사업장에 노무를 제공하는 이에게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위장고용 수법을 일컫는다. ‘3.3’은 사업소득세의 원천징수 세율인 3.3%에서 빌어온 용어다. 3.3으로 위장된 노동자들은 4대보험(고용·산재·건강·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연차휴가와 퇴직금과 같은 근로기준법의 기본적인 보장 없이 일하게 된다. 세금의 종류 따위로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긴다. 이들의 숫자는 2022년 국세청 집계로 847만 명에 달한다. 전년에 비해 60만 명이 늘어난 추세대로면 올해 이 숫자는 천만을 넘어섰을지도 모른다. 쿠팡에서만 4만 건이 적발되고, 국회도 대응을 시작했지만, 3.3 노동자의 수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주들이 간편하게 위장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지만, 적발될 우려가 크지 않은 현실의 노동행정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3.3 제보센터의 탄생

 

그래서 ‘가짜 3.3’으로 피해당하다 용기를 내 법률구제에 나선 노동자들이 새로운 해법을 직접 내놓게 되었다. 법률구제로 승소해 금전적인 회복을 하게 되었지만, 동료들은 여전히 불이익을 감수하며 일해야 하는 현실을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바꿔내자는 제안이다. 이에 법률단체와 시민사회가 기꺼이 화답하였고, 시민들의 직접 참여로 3.3 위장고용을 적발해낼 수 있는 3.3 제보센터를 만들어냈다. 3.3 피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3.3 위장고용을 접하는 모든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3.3 노동자와 각계 대표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3.3 제보센터를 개막한 지 백일이 되었다. 그 사이 3.3 과세정보를 연결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102조의 2 신설)이 국회를 통과해 법률 공포가 이루어졌다. 1년 뒤로 법률 시행을 미루었으니, 당분간 3.3 제보센터가 수행할 과제는 오히려 막중해졌다.

 

3.3 제보센터에는 누구나 손쉽게 온라인으로 방문할 수 있다. 제보자들이 입력한 내용은 3.3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 정보로 축적된다. 집계 결과에 따라 대규모로 위장고용이 횡행하는 업종은 시급하게 전수조사를 시행할 분야로 발표한다. 상습적으로 악용하는 기업은 근로감독에 착수할 대상으로 정부에 요구한다. 이외에 제보자들의 참여로 이루어낸 각종 정보를 활용하여 노동자성과 노동권 회복을 위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해나갈 것이다.

    ‍

3.3 제보센터의 여섯개의 문

 

제보자들마다 각자 지위와 상황에 맞춰 참여할 수 있도록 3.3 제보센터에는 6개의 문이 설치됐다. 6개의 문은 제보에 참여하는 6개의 경로이자 제보센터가 취합하는 정보의 6대 분야이다.

 

<삼쩜삼 제보센터의 문 6개>

 

1. 첫 번째 ‘문’에는 “사내에 3.3 계약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있어요” 를 입석처럼 내걸렸고, 제보센터의 화두가 무엇인지 생생히 일러준다. 자기 직장에서 3.3으로 일하는 직원이 있는지부터 살펴보자는 취지다. 차별지대 노동자와 함께하는 사회적 연대는 내 옆의 ‘유령’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2. 다음 ‘문’에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3.3으로 들어와요” 라는 식으로 근무 현장의 용어를 사용했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대다수 중·대규모 업체들은 합법적인 용역·도급에서 불법 파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명칭의 간접고용을 활용한다. 빌딩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처럼 간접고용 대부분은 3.3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자를 노동자 아니게 만드는 걸 내부에서 고발하는 것이야말로 노동자 연대의 새로운 시작이다.

3. 세 번째로 내건 “평소에 3.3을 사용하는 00업체를 알아요” 는 일반적인 제보 방식을 요약했다. 다니는 직장 외에도 수많은 사회적 관계에서 3.3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종교나 사회단체에서 만나는 사람들, 친구나 가족을 포함한 지인 중에 대략 절반은 3.3이라고 생각해보자. 소중한 관계일수록 일차적인 관심과 연대의 대상이지 않겠는가.

4. 넷째 ‘문’에 제시한 “00업체가 3.3% 공제한다는 채용공고를 냈어요” 는 제보센터의 특별한 사용법을 안내한다. 알바몬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3.3 채용공고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쿠팡 캠프에 실시한 전수조사로 4만 건의 가짜 3.3이 적발된 후에도 대형 물류센터의 3.3 채용은 멈추지 않는다. 거의 모든 산업에 횡행하는 걸 반영하듯 3.3 채용공고도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고 게시된다. 대놓고 위장고용을 모집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자. 시간 지나면 사라지는 정보이니 체계적인 취합 과정이 필요하다. 지역별로 꾸준하게 위장고용 정보를 기록해 저장하는 활동은 지역사회에서 연대를 실천하는 소중한 거름이 될 것이다.

5. 이어서 “3.3 고용을 유도하는 컨설팅 광고를 발견했어요” 로 나아간다. 사업주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카페에 얻은 아이디어다.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 근로기준법을 선택할지, 아니면 3.3으로 처리할지 묻고 답하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중에 법적으로 고발하지 않게 생겼으면 3.3으로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조언이 대세다. 사업주들의 이런 위장고용 선택에는 전문적인 노무컨설팅이 밀접하게 개입된다. 비용도 절감되고, 노동법도 비켜 가고, 간편하고 유익한 3.3이라며 불법적인 노무관리를 유도한다. 다수 노동자의 삶과 권리를 대놓고 파괴하는 폭력의 판매다.

6. 마지막 ‘문’에서 드디어 “제가 3.3으로 4대보험 없이 일합니다” 가 등장한다. 3.3 노동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보하는 공간이다. 당사자가 원하면 상담과 법률구제비를 지원한다. 더 많은 이들이 권리찾기에 나서 승리할 수 있도록 현재의 공동법률구제 시스템을 더욱 튼튼하게 확장해나갈 것이다.

 

bit.ly/삼쩜삼제보센터

 

3.3 제보센터를 찾아가는 인터넷 주소다. 리모델링 중이어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소중한 정보를 원활하게 기입하도록 지속적으로 개편한다. 직접 이용한 후에 사이트 개선 아이디어도 전해주면 금상첨화다.

6개의 문 앞은 아직 붐비지 않는다. 3.3 당사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이 개통되면 문전으로 연결되는 길도 수월해질 것이다. 세상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함께 찾아 나가려는 이들과 어떻게 통할 수 있을까? 독자들에게 먼저 권유해본다. 제보센터에 들어가 스스로 제보자가 되어주시라. 다음에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제보센터로 통하는 길을 친절히 안내하자. 더 많은 우리가 노동자의 이름으로, 모두의 권리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노동연찬 웹진(25년2월호)에서 보기>>

··· ··· ···

bit.ly/삼쩜삼상담

(3.3 노동자 권리찾기 상담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