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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대보험 미가입을 노동정책 기본과제로 <매일노동뉴스 연재> | 칼럼

  • 정진우
  • 2025-12-18 09:42
  • 125회

 

“4대보험과 근로기준법 없이 일하는 위장고용 문제 해결을 노동정책의 기본과제로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네요.”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4대보험 미가입 노동자 실태조사 발표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봉원 수원시비정규직노동자복지센터 운영위원장이 당일 발표 내용을 요약한 한마디다. 실태조사 결과를 활용해 해당 지역과 우리 사회가 새롭게 착수할 대책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고, 공개적인 당사자 권리찾기에서 행정대책과 조례제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으로 해법이 제시됐다.

무엇을 시작할 것인지, 다양한 시도에 공감하더라도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시급히 대처해야 할 노동문제가 산적한 시대에 특정 의제를 기본과제로 채택하는 것은 이례적인 결단이다. 노동정책의 기본틀을 바꿔야할 만큼 위장고용에 주목해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토론자로 나선 이찬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은 ‘가짜 3.3’으로 명명되는 위장 자영업자 양산은 더 이상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역설한다. 위장고용은 제조업·서비스업·사무직 등 전통적인 임금노동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해 노동법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안전망의 거대한 사각지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에 대해 “이러한 거시적 노동시장 왜곡이 특정 지역에서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드러낸 기록”으로서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시화”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통계상 천만명에 달하는 다수의 노동은 어떻게 숨겨질 수 있을까. 다양한 제목의 실태조사와 연구활동이 시도되고 있고, 이를 통해 조사대상으로 선택되는 이들은 저마다 기준으로 제각각 헤아려져 왔다.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면 그것의 기본적 성질을 추출할 수 없고, 특성에 따라 분류하지 못하니 실질적인 해법에 닿지 못한다.

위장고용은 “노무제공의 실질은 근로계약이지만, 고용된 노동자를 독립된 사업자인 것으로 위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노동자를 노동자 아니게 만드는 수법은 나날이 진화해왔고, 현재는 ‘4대보험 대신 3.3 처리’가 대세다.

사회보험 가입과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노동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성 인정 기준에 관한 법원의 대표 판례가 이렇게 정립돼 있지만, 뒤집힌 현실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고 사업소득세 납부자가 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비율은 이번 조사에서 36.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월한 지위의 사업주가 언제 어떻게 가짜 3.3을 정하고 활용하는지 파헤쳐 분석해야 위장고용이 작동되는 실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가짜 3.3의 확산을 연구조사의 배경으로 설정하고서 ‘4대보험 미가입’을 제목과 대상으로 정했다. ‘4대보험 미가입’은 사업주가 보험료 부담을 절감하는 수준을 넘어 본질적으로는 법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노무관리 수법을 선택한 결과다. 자신의 직원을 4대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은, 사업주가 그를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이 적용되는 노동자로 고용함을 확인하는 행위다. 이를 행하지 않는 ‘4대보험 미가입’은 위장고용의 신호가 된다. 아울러 계약형식과 소득세 종류는 ‘4대보험 미가입 노동자’에게 노동자성이 없는 척 숨기려는 장치로 활용된다.

비용 절감 등에 유리한 3.3 고용이 늘어나지만, 단기고용일수록 어떤 소득세든 납부하지 않는 ‘무자료’ 고용도 여전히 적지 않다. 그래서 위장고용 실태를 파악하려는 조사에서 모든 대상을 포함하려면 ‘4대보험 미가입 노동자’가 정확한 기준이다. 이들을 망라해 살펴야 비로소 권리 회복 주체가 온전히 실체를 드러낸다.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함부로 빼앗을 수 있는 위장고용이 이미 거의 모든 산업에서 거리낌 없이 판을 친다. 비참한 시대의 진실에 도달해야 기본에서 시작할 수 있다. 기본과제는 어떤 것을 이루는 밑바탕으로서 가장 먼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노동자를 노동자 아니게 만들 수 있는데 근로기준법이 무슨 소용인가. 노동정책의 기본과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림] 수원시 4대보험 미가입 노동자 실태조사 발표회 자료집과 설문지 표지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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